"미국보다 공실률 낮다"…국내 오피스 시장 '호황' 비결은?
입력 2023.06.20 07:00
    제한된 공급과 낮은 재택전환율에 공실률 낮아
    임차 계약 중도해지 등 홍역 앓는 美와 달라
    국내외 관심↑…추후 증가할 공급은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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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침체 우려가 여전한 와중에도 한국 오피스 시장의 호황세는 지속되고 있다. 제한된 공급과 낮은 재택근무 전환율 덕에 낮은 공실률 수준을 유지 중이다. 부실 우려가 확대한 미국 상업용부동산(CRE) 시장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권역 오피스 공실률은 2.6%로 전분기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18년 정점을 찍은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권역별로 보면, CBD(중심업무지구)의 공실 해소 수준이 전분기 대비 가장 두드러졌다. 미래에셋센터원 빌딩에 SK하이닉스 글로벌 세일즈&마케팅(GSM) 조직이 들어서며 대형 공실을 해소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4분기 가장 낮은 공실률을 기록한 GBD(강남·서초구 일대)는 1분기 스케일타워의 공급으로 공실률이 소폭 상승했다. YBD(영등포구 일대)는 프라임오피스 공급 건이 부재해 지난 1분기 임차인 이동이 거의 관측되지 않았다.

      부동산 순자산가치 하락이 거듭되고 있는 미국 오피스 시장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미국은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등의 파산이 잇따랐던 지난 3월부터 CRE 시장 리스크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2018년 주요 IT기업들의 실적 호조에 오피스 공급이 늘었는데,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공실률이 크게 늘어났다.

      이에 해외 기관들의 국내 상업용 부동산 투자 건도 늘어나는 추세다. 싱가포르계 투자기관인 케펠자산운용이 종로구에 위치한 오피스에 투자하거나 캐나다 투자기관인 벤탈그린오크가 판교 오피스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향후 환차익을 노릴 수 있는 점도 투자 유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국내 기관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를 크게 늘렸는데 투자 당시 '안전한 앵커 임차인이 30년 이상 장기계약을 했는가'를 검토 기준으로 삼았다"라며 "한국 정서상으론 만기를 꽉 채우는 것이 일반적인데 미국은 기업이든 정부기관이든 처한 상황을 고려해 임차계약을 중도 해지버리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 국내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이 유독 낮은 이유로는 제한된 공급과 낮은 재택근무 전환율이 거론된다. 

      2018년부터 서울 오피스 공급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YBD 권역에 2023년 하반기 브라이튼 여의도, TP타워 등 공급이 예정돼 있지만, 2025년부터는 다시 공급이 줄어들어 2026년까지는 전통 업무지구에 의미있는 공급이 부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위 '부동산 정글'이라 불리는 서울권은 신규 공급 자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재택근무 전환율이 낮은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렌트카페(RentCafe)에 따르면 재택근무가 일상으로 자리잡은 미국은 오피스 빌딩의 아파트 전환 리모델링 사례가 늘고 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코로나 이후 인당 면적을 넓히거나 본사 근무를 유도하기 위해 카페테리아 등 휴식 공간을 늘리고 있다.

      호황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2027년부터 주요 권역을 중심으로 늘어날 공급과 경기 추가 둔화 가능성이 주요 변수다. 

      CBD권역에서 진행 중인 정비사업은 ▲세운지구(24만4628㎡) ▲ 을지로3가구역(17만1901㎡) ▲서울역 북부역세권(14만8760㎡) 등이 있다. 이에 더해 호텔, 오피스텔 등 기존 건물을 재활용하는 건도 적지 않다. 중구에 위치한 밀레니엄힐튼 서울 호텔도 2027년까지 CBD 최대 규모 오피스·호텔 복합시설로 개발될 예정이다. 뉴국제호텔(태평로1가)이나 티마크그랜드호텔(회현동1가) 등은 오피스로 용도변경을 하고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공급이 늘어나면 공실률이 소폭 상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판교 오피스 공실률 상승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경기 둔화시 타격이 적지 않을 IT기업들이 주요 임차인이어서다. 제조기업 대비 재택근무 비중 또한 높은 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국내 오피스 시장도 지역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가 심각하지만 주요 권역은 큰 이슈 없이 공실률이 낮고 임대료도 크게 오르고 있다"라며 "반면 판교에 대해서는 아직 버티곤 있지만 공실률이 혹여라도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IT기업들이 법인카드 사용한도를 줄이는 등 비용을 통제하려는 움직임도 없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