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은행권 견제와 겹쳐 보이는 '제4 이통사' 도입 정책
입력 2023.06.20 07:00
    취재노트
    과기부, 곧 제4 이통사 모집 본격화…연내 선정 계획
    대통령 "과점 깨라" 주문부터 부처 TF까지 '유사' 평
    명분 있어도 본의는 '압박'?…후보군 면면도 '회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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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의 제4 이동통신 사업자 모집을 두고 은행 견제를 위한 '메기 찾기'를 떠올리는 시각이 늘고 있다. 통신 3사의 '반쪽' 5세대 이동통신(5G) 인프라 투자 문제 등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현실적 무리도 적지 않은 까닭이다. 은행권 견제와 마찬가지로 '빈손'으로 마무리될 거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KB금융부터 토스·쿠팡까지 후보군이 거론되지만 시장에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원의 흥행 유도라는 회의적 목소리도 높다. 후보군 사이에서도 부담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과기부는 이달 말 주파수 할당 공고를 통해 제4 이통사 모집 절차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지난 5월 SK텔레콤을 마지막으로 3사에서 회수한 28GHz 대역 5G 주파수를 활용해 연말까지 최종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미래모바일 컨소시엄이 유일하게 모집에 응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과기부의 제4 이통사 도입 시도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2월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 시장의 과점을 해소해 실질적인 경쟁이 이뤄지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통신 업계를 포함한 시장 안팎에서 3사의 부진한 5G 인프라 투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없진 않다. 3사가 5G 시대 들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품질 개선 없이 요금만 올렸으면서 고주파 대역 투자는 소홀히 했다는 점에서 정부 압박이 불가피하단 얘기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을 기준으로 국내 5G망 품질이나 안정성은 최상위권으로 꼽힌다. 통신 3사는 B2C 부문인 3.5GHz 대역에선 정부 요구치 이상의 인프라 투자를 마친 상황이다. B2B에 해당하는 고주파 대역의 경우 유의미한 생태계 조성까지 수년이 필요한 터라 당장 투자하기엔 효율이 떨어진다는 3사 입장에도 일리가 있다는 반박이 나온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AI)이나 자율주행 등 유력 B2B 수요처 모두 상용화 단계는 멀었고 초입에 해당하는데 통신 3사가 선제적으로 인프라 투자에 나서지 않아 생태계가 무르익지 않는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라며 "3사가 인프라 투자에 나서면 밸류체인 후방에 낙숫물이 흘러들어 관련 기업 주가엔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전방시장에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한 통신 3사만 손해를 보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제4 이통사 도입을 추진하는 정부 속뜻은 다른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은 당시 통신업과 은행업을 콕 집어 "과점을 깨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두 산업 모두 ▲정부 특허로 진입장벽을 구축해 과점 수혜를 누리면서 ▲지난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국면에서 안정적 수익을 올렸고 ▲정부의 물가 관리 카드로 빈번히 활용돼 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직후 주무 부처인 과기부와 금융위원회가 각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경쟁을 촉진할 메기 마련에 나선 것까지 비슷한 절차를 밟고 있다. 

      통신 요금은 소비자물가지수(CPI) 구성 항목에서 약 4.8%의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 차원에선 3사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물가 관리가 가능한 구조다 보니, 시장에선 제4 이통사 도입전이 내년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로 3사 투자설명서에는 통신업이 규제 산업으로서 정부 정책에 따라 수익성이 꺾일 수 있다는 내용이 공통으로 등장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국내 규제 환경에서 통신업은 많이 벌어도 적게 벌어도 탈이 나는 업종이고, 증시에서도 통신업은 이익이 안정적으로 나온다는 점을 제하면 매력이 없는 편"이라며 "그러니 3~5년 전부터 3사 모두 통신 외 신사업에 힘을 싣거나 주주환원 확대 등으로 투자자 관계를 형성해 왔는데, 은행업과 마찬가지로 정부 입맛에는 안 맞는 태도 아니겠느냔 푸념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새 이통사 도입 정책이 발단부터 전개까지 은행권 견제와 비슷해 시장에선 결론마저 유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는 지난 2월 이후 은행업 과점 해소 차원에서 제4 인터넷전문은행부터 스몰라이선스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했지만 현재 어느 것도 현실화하지 못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제4 이통사의 경우 도전을 공식화한 미래모바일을 제외하면 후보군만 무성한 형국이다. 미래모바일은 컨소시엄을 형성해 필요 자본을 충당하겠다는 입장이다. 종전 7번의 제4 이통사 도입 시도 중 절반 이상은 재정능력 미달 문제로 무위로 돌아간 바 있다. 

      과기부 측에서 지난 두 달여 접촉한 후보군으로는 쿠팡과 KB국민은행, 비바리퍼블리카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막대한 초기 진입비용 대비 당장 사업성이 불투명한 만큼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기존 물류나 멤버십 사업과 연계할 수도 있고 에쿼티 조달도 가능하겠지만 정부가 외국인 지분 제한 규제를 풀어줬을 때 가능한 얘기"라며 "이 밖의 플랫폼 기업은 투자비를 감당하기 어렵고 금융사는 돈이 있어도 실효성이 불투명한 편으로 통해 후보군들이 결국 정부 차원 흥행몰이에 불과한 거 아니냐는 분위기가 전해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