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쏠쏠한 새마을금고 PEF 사업, 수익률이 수사 막을 방패될까
입력 2023.06.21 07:00
    새마을금고, 프로젝트 펀드 중심 수익성 쏠쏠
    성과 좋으니 여러 잡음에도 큰 문제 제기 없어
    최근 중앙회 검찰 수사 본격화 하며 변수 생겨
    부정 거래 시 수익률만으로 방어 어렵다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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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작년 새마을금고 중앙회 기업금융 부문의 사모펀드(PEF) 관련 투자수익률은 8%를 웃돌았다. 대부분 기관투자가가 PEF 출자 및 회수에 애를 먹은 상황에서도 양호한 성과를 냈다. 프로젝트펀드 시장의 절대자로서 매년 PEF 관련 사업을 키워온 덕을 봤다.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지역금고에서 올라 온 저원가성 자금을 주로 굴린다. 이런 돈을 대규모로 갖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었다. 유연하고 속도감있게 투자를 집행하자 좋은 거래들이 몰렸다. 담당자들의 투자 역량이 좋아졌고, 여기에 유동성 장세까지 받치니 성공 사례가 잇따랐다.

      이전까지 PEF 시장은 공적 성격의 자금을 선관주의에 따라 신중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엄숙주의’가 강했다. 새마을금고가 부상하며 새로운 생태계 질서가 만들어졌다. 운용사(GP) 입장에선 시간을 들여 투자 위험을 신중히 따지는 것보다 적당한 거래를 찾아 빨리 새마을금고 눈에 드는 것이 중요했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새마을금고가 GP를 자기 투자를 위한 '도구'로 활용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처음부터 새마을금고 자금력에 기대 기획된 거래니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새마을금고와 관계가 돈독한 GP일수록 ‘정통파’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따랐다.

      M캐피탈(전 효성캐피탈)에서 새마을금고의 스타일이 가장 잘 드러난다. 새마을금고는 소형 거래를 하던 ST리더스PE에 대규모 자금을 맡겨 M캐피탈을 인수했다. 최고의 회수성과를 내려면 처음부터 투입 자금을 줄여야 하지만, 가격을 깎는 덴 큰 관심이 없었다. ST리더스PE는 새마을금고에서 관리보수를 먼저 당겨 받았고, 자사 PEF에 M캐피탈의 자금을 끌어오기도 했다. 업계 관행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은 M캐피탈 인수의 주역인 새마을금고 중앙회 담당 팀장과 M캐피탈 부사장을 구속기소했다. 부사장은 중앙회로부터 펀드 자금 출자를 알선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 담당 팀장은 부사장의 청탁을 받아 특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변호인 등을 통해 ‘리베이트’는 아니라고 주장해왔지만 검찰의 시각은 달랐다. 검찰은 새마을금고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을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마을금고의 행보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자본시장법 상 유한책임사원(LP)은 투자대상기업 선정 및 매각 등 업무집행사원(GP)의 업무에 관여해서는 안된다. 출자자 군이 뻔한 국내 사정상 GP가 LP의 뜻에 반하는 행위를 하기는 어렵지만, 새마을금고는 한 걸음 더 나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많았다. 자유분방한(?) 투자를 하는 새마을금고에 별다른 강제성도 없는 법원칙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새마을금고는 거래를 발굴한 운용사와 협의를 진행하다 막판에 신생 운용사와 함께 투자하라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피투자기업엔 ‘자기 사람’을 심어 경영을 좌지우지했고, 기업의 비용으로 측근 인사의 자리를 만들어주거나 접대를 받는 사례도 있었다. 자금을 성실히 관리해야 할 인사들이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하고, 피투자기업에 부당한 부담을 지운 셈이다.

    • 그간 새마을금고의 투자 성과가 좋았기 때문에 이런 점들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새마을금고는 올해 가장 주목받은 에코프로비엠의 초기 투자를 이끌었고 이 외에도 마제스티골프, 키파운드리 등 거래의 핵심출자자로 나서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했다. 소형 GP가 부상했거나 대기업과 관련된 거래에선 ‘뒷배경’에 시선이 모이기도 했지만, 결국 결과가 괜찮으니 심각한 문제 제기는 없었다. 중앙회 내부든 시장이든 인정할 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 LP 관계자는 “PEF는 결국 ‘프라이빗’과 ‘투자 회수’가 핵심이기 때문에 투자자에 돈만 잘 돌려줄 수 있다면 다소간의 잡음이나 생소한 투자 구조는 문제되지 않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수익률이 새마을금고와 GP들의 보호막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들어 여러 경로를 통해 새마을금고 및 GP의 성과를 알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 있는 투자였다면 이 정도 결과를 낼 수 있었겠느냐는 선제적 항변(?)으로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일부 새마을금고와 관계가 깊은 운용사들은 ‘우리는 거리낄 것이 없는데 시장에서 외려 난리’라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최근 박차훈 중앙회장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의 고삐를 죄고 있다. 지금까지처럼 시장에서 다소간의 갑질이나 월권이 지적되는 수준이 아니다. 새마을금고 중앙회 차원의 ‘경제범죄’가 있느냐가 핵심 사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선 M캐피탈과 유사한 사례가 얼마나 더 있을지, 새마을금고와 관계가 있는 다른 GP로도 수사망이 확대될지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검찰에 있어 돈을 잘 벌었으니 괜찮다는 ‘업계 안에서의 묵인’은 참고할 사항이 아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PEF 시장에서 당사자들이 투닥대는 것은 비일비재고, 투자회수만 잘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관계가 회복되기도 한다”며 “그러나 지금은 예기치 않게 사법기관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근거 없이 돈을 주고받은 곳이 있다면 수사망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