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회장 운전기사는 어떻게 금융사 2인자가 되었나
입력 2023.06.26 07:00|수정 2023.06.26 15:49
    'GP 끼워넣기' '출자 특혜' 등 검찰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나
    M캐피탈 부사장 A씨, 박차훈 회장 운전기사 이력으로 존재감
    채용배경 물으니 '직원 잘 챙긴다'…31억 받아 도박자금 등 사용
    새마을금고 팀장 B씨, 연예인 동반 접대골프·명품구입…책 팔아 수익
    국정감사 증인 채택되자 야당의원들 "B씨는 안된다" 반대해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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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새마을금고 중앙회 사모펀드(PEF) 출자 사업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중앙회가 투자한 M캐피탈의 'A부사장'과 중앙회에서 사모펀드 출자 실무를 담당한 'B팀장'(차장급)을 19일 구속기소했다. 

      그간 ‘운용사(GP) 끼워넣기’ ‘출자 특혜’ 등 시장에 공공연하게 돌던 소문의 실체가 검찰 수사로 하나둘씩 사실로 확인되는 모습이다.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이보다 더 많은 비리가 밝혀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前 운전기사의 변신 "새마을금고 돈 받아줄게, 매출 절반 달라"

      검찰 수사에 따르면 M캐피탈(옛 효성캐피탈) 부사장이었던 A씨는 2019년 11월~2023년 4월까지, 5차례 걸쳐 새마을금고 중앙회 자금 3370억원을 자신의 전 직장 ST리더스PE에 출자하도록 알선했다. 그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고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혐의 및 범죄수익 은닉규제 및처벌 관련법 위반으로 구속기소됐다.

      투자업계에서는 ▲새마을금고와 ST리더스PE의 효성캐피탈 인수 ▲A씨의 캐피탈사 취업과정 ▲운용수수료 배분 등에서 '이상한 기운'이 감지된다는 얘기가 일찌감치 거론된 바 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효성그룹 측에 효성캐피탈 인수의향을 내비친 것은 새마을금고 중앙회였다. 그러다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ST리더스PE가 업무 대행자로 등장했다. 거래 막판엔 내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이들이 나타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따르면 ST리더스PE는 수천억원대 대형 거래를 처음 진행하면서도 실사(Due Diligence) 등 필요 작업엔 공을 크게 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캐피탈의 기업가치나 투자금에 대한 회수 전망보다는 당장 인수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사항으로 보였다는 것. ST리더스PE는 인수가로 3500억원을 고집했는데, 막판 중앙회가 수백억원을 더 써내며 거래가 성사됐다. 이후 ST리더스PE는 효성캐피탈 인수로 새마을금고로부터 받게 될 펀드 관리수수료 1년치를 미리 앞당겨 받았다. 보통 월별로, 혹은 분기별로 지급되는 관행과 거리가 있었다.

      A씨의 취업과정도 독특했다.

      1979년생인 그는 고학력 전문가들이 즐비한 사모펀드 운용사나 조단위를 운용하는 여신전문사에 근무하기엔 드러난 금융경력이 일천했다. 대외 공개된 이력은 2008~2014년 경상남도 소재 소기업인 가야에이엠에이(현 대영소결금속)의 사외이사 정도가 전부다. 그런 그가 ST리더스PE에서는 '투자전략실장'을, 그리고 나중에 M캐피탈에서는 '전무'를 거쳐 1년만에 '부사장' 타이틀까지 달았다. 당시 ST리더스PE는 A씨의 채용 배경을 묻자 "직원을 잘 챙긴다"고 답했고, M캐피탈과 새마을금고는 "경력이 충분하다" , "중앙회가 개입할 사항이 아니고, 문제도 없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업계에 A씨가 새마을금고 중앙회 고위 인사의 최측근일 것이란 예상이 나왔는데 알고 보니 박차훈 현 새마을금고 중앙회장의 과거 운전기사였던 것. 자연스레 "이번 새마을금고 출자비리가 운전기사 출신인 A씨의 단독 소행인가, 아니면 다른 중앙회 고위임원이 연루된 사안인가"라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A씨가 새마을금고 투자금 수천억원을 유치해주는 대가로 운용사에 요구한 돈은 '매출의 50%'였다. 현재까지 31억원을 챙겼고, 이 돈으로 고가의 외제차를 구입하고 도박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일이 진행되는 동안 ST리더스PE에서는 여러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새마을금고 지원으로 사업은 탄탄해졌지만, 불법이 자행되는 내부사정을 알고 있던 인사들이 경찰이나 검찰수사를 두려워해 퇴사했을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골프장 접대ㆍ법카로 명품구입ㆍ책 출간해 수익올리던 새마을금고 팀장…국감 증인 채택하니 야당의원들이 반대

      새마을금고 중앙회 기업금융부 B팀장(차장)은 사모펀드 운용사로부터 법인카드 등을 받아 쓴 것이 밝혀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상 수재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M캐피탈 부사장 A씨로부터 법인카드를 제공 받아 1억6032만원을 쓰기도 했다.

      B씨는 그간 국내 사모펀드 업계에서 첫손에 꼽히는 '유명인사'였다. 홍익대 경영학과 99학번ㆍ고려대 경영전문대(MBA) 출신인 그는 2007년부터 새마을금고 대체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에코프로비엠 등의 투자로 업무성과를 인정받으면서 승진, PEF 출자 업무를 맡았다. 투자업계에서는 "B씨를 통하지 않고서는 새마을금고 출자를 받을 수 없다"는 말이 공공연했다. B씨 스스로도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수천억원을 쏴줄 수 있다"라고 언급한 일들이 회자됐다. 국내 손꼽히는 대기업 고위층과 친밀도를 자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주요 협회나 언론사들의 투자관련 세미나에도 '단골 연사'로 참여했다. 

      B씨의 '일탈'은 2021년 새마을금고와 센트로이드 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한 사우스 스프링스CC에서의 '접대골프'로 대외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이 골프장을 수차례 방문해 자주 라운딩을 즐겼고, 야구선수 출신 유명 방송인 박 모씨ㆍ해외 영화스타인 이 모씨 등이 동반했다. B씨가 이 골프장에 방문할 때는 골프장 소속 모 여성 프로골퍼(85년생ㆍ2008년 KLPGA입회)가 자주 대동했다. 이 여성 프로골퍼는 센트로이드가 사우스스프링스CC를 인수하자 이 골프장의 마켓팅 이사(Chief Marketing Officer)로 채용됐다. 아울러 국내 골프전문용품 업체 '광고모델'로도 채용돼 실루엣으로 출연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새마을금고가 또다른 사모펀드(PEF)를 통해 인수한 회사였다.

      당시 새마을금고는 "B씨의 골프 라운딩은 원활한 투자업무를 위한 네트워크 유지 차원에서 했다는 게 본인 해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개월 뒤인 2021년 11월 행정안전부 지시로 실시된 내부감사 결과 접대골프를 받은 점이 확인, B씨에 '견책' 징계를 내렸다.

      B씨의 일탈은 징계 이후에도 이어졌다.

      그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투자금 유치 편의 제공 명목으로 또 다른 운용사로부터 상품권과 미화 달러 등 1232만원을 받았다. 또 이 무렵 B씨는 사모펀드 책자 ('1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 : 자본시장과 투자의 미래, 사모펀드 이야기' <흐름출판>)에 메인 저자로 참여해 화제에 올랐다.

      국내 PEF 운용사 상당수가 "B씨에게 잘 보이려면 그의 책을 도대체 몇권이나 사줘야 하느냐"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이미 B씨를 통해 새마을금고 투자금을 받은 일부 운용사는 수백권을 사준 것으로도 전해진다.

      당시 "투자 담당 현직 실무자가 관련 책자를 발간하면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s)이 발생할 수 있다"라는 지적에 B씨는 "10년 간의 투자경험을 살려 달라는 제안을 받아 일반 독자들을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책자에서는 B씨를 두고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경영 효율화 관련 PEF 딜 구조화 및 투자에 있어 한국 최고 전문가" , "자본시장의 야전사령관" 으로 소개했다. 새마을금고 역시 이런 행적에 "특별한 입장이 없다"며 문제 삼지 않았다.

      B씨는 이듬해 또다른 책('사모펀드와 M&A트렌드 2023' <지음미디어>)을 발간했다. 이번에는 메인 저자 B씨 외에 6명의 새마을금고 중앙회 기업금융부 소속 직원들이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B씨는 불법 수수한 자금을 고가의 의류나 명품을 구입하는 데 썼다. 또 출입하는 골프장 등에서 법인카드 등을 사용했다. 투자업계 곳곳에서 A씨와 B씨에 대해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 '명품을 구매하고 다닌다"는 등 목격담이 흘러나왔다.

      B씨의 행각은 '공동운용사 끼워넣기' 논란이 이어지며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을 받았다. 작년 국정감사 당시 새마을금고 소관부처 행정안전부를 담당하는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여당의원(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 등)들을 통해 새마을금고 PEF 운용사 선정 과정의 문제점이 성토됐다. 

      하지만 B씨는 이때도 몸을 피해 갔다. 당시 국감에서 박차훈 중앙회장과 류혁 새마을금고 신용공제대표가 각각 '기관증인'과 '참고인'으로, 그리고 B씨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나서 "B씨는 증인으로 채택할 필요가 없고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반대, B씨는 증인에서 제외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B씨가 가진 정보들이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주는 대목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왔다. 

      올해 검찰의 새마을금고와 운용사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B씨의 행각은 마무리되기 시작했다. 부동산PF 부문에서 시작된 검찰의 수사는 4월27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의 B씨가 속한 새마을금고 대체투자본부 기업금융부 압수수색으로 이어졌다.

      검찰 압수수색 바로 다음날인 4월28일.  B씨, 그리고 B씨를 통해 새마을금고 중앙회에서 수천억원을 투자받아 골프관련 업체에 대규모로 투자한 국내 운용사 대표, 또 다른 관계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텔레그램'에 가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B씨와 친분 있는 이들이 검찰 수사에 대비하고, 여러가지 말을 맞추려고 스마트폰을 새로 마련했거나 텔레그램에 새로 가입한 것 아니냐"는 유추가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이번 새마을금고와 관련해 "제기되는 의혹을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