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은 골프단 창단 효과를 봤을까?
입력 2023.06.30 07:00|수정 2023.06.30 15:21
    두산건설, PEF에 팔린 후 실적 부담 확대
    두산그룹 지원 요원, 기존 사업 중요해져
    용인·천안 미착공 상태, 부산 분양이 핵심
    골프단 창단해 마케팅…초반엔 흥행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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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국내 골프 업계에서 건설사들의 바람이 거세다. 이전까지 금융그룹들이 시장을 주도했다면 최근엔 건설사들도 적극적으로 골프 마케팅에 나선 모습이다. 대방건설은 일찌감치 최나연, 이정은6 선수 등을 후원했고, 대보그룹은 작년 골프단을 발족했다. 안강건설, 호반건설, 금강주택 등은 물론 부동산 금융사 한국토지신탁이 골프단을 운영하고 있다.

      두산건설도 골프 마케팅에 본격 뛰어들었다. 올해 들어 유현주, 박결 등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소속 인기 여성 골프선수들과 차례로 후원 계약을 맺었고 지난 3월 13일 위브(We’ve) 골프단을 창단했다. 유효주, 임희정 등 유명 선수도 창단 멤버로 참여했다. 3월 25~26일 부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오션시티’ 모델하우스에서 열린 골프선수들의 팬 사인회를 시작으로 골프단의 공식행보가 시작됐다.

      두산건설은 두산그룹의 오랜 자금 '블랙홀'이었다. 오랜 기간 두산에너빌리티(전 두산중공업) 주도로 수조원의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2020년 3월 두산그룹이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간 후에도 두산건설 처리가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두산그룹은 2021년말 두산건설을 큐캐피탈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큐캐피탈파트너스와 신영증권PE,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등 사모펀드(PEF)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더제니스홀딩스유한회사가 두산건설의 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더제니스홀딩스가 53.65%, 두산에너빌리티가 46.35%씩 두산건설 지분을 갖게 됐다.

      큐캐피탈 컨소시엄은 두산건설 인수로 쏠쏠한 분양성과를 기대했다. 두산건설 자체는 시장 신뢰도가 높지 않았지만 당시만 해도 부동산 투자 시장의 열기가 뜨거웠기 때문에 분양만 잘 되면 크게 손실을 보지 않을 수 있었다. 더제니스홀딩스가 두산건설 지분을 매각했으나 PEF 투자자(큐캐피탈 제외) 출자원금에 미달할 경우, 두산에너빌리티 보유 두산건설 지분 매각금액 안에서 보전받을 권리도 확보했다.

      컨소시엄이 두산건설을 인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금리 상승, 부동산 경기 침체, 원가율 상승, 분양 부진 등 악재가 줄줄이 이어졌다. 작년 하반기엔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얼어 붙었다. 이름값 있는 건설사들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에 대응하느라 애를 먹었고, 두산건설 역시 그런 시장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두산건설 부채비율은 2021년 증자로 개선(2020년 422.7% → 2021년 234.7%)됐지만, 작년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내며 다시 422.2%로 높아졌다. 장기간 착공하지 못한 천안 청당(도급액 2,268억원)과 용인 삼가(도급액 701억원) 프로젝트 관련 PF 대여금이 2000억원가량 남아 있다. 다른 일부 사업 역시 애초에 땅을 너무 비싸게 산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두산건설 입장에선 당장 속개하기 어려운 사업들을 끌고 가려면 기존에 일으킨 금융을 계속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 다만 PEF 위주로 꾸려진 큐캐피탈 컨소시엄은 추가 출자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이전 대주주인 두산에너빌리티에 자금 지원 협조를 요청했는데 긍정적인 반응은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더제니스홀딩스의 후순위 지분투자자기도 하지만, 기껏 끊어 놓은 두산건설을 다시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우선매수권도 있었지만 이미 포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투자자에 미래에 정산할 자금을 앞당겨 지불하는 선에서 합의를 했을 것이란 이야기도 들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 입장에선 지난 십 수년간 발목을 잡은 두산건설을 잘 처리한 셈”이라며 “컨소시엄도 열심히 살핀 후 투자를 결정했지만 몇몇 사업장은 분양가가 크게 치솟지 않는 한 경제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두산건설은 당장 컨소시엄이나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대규모 자금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즉 기존 사업이 잘 풀리는 것이 최선의 수인데 여전히 부동산 분양시장은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천안 청당 및 용인 삼가 프로젝트에 대해 올해 분양이 예정돼 있으나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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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건설로서는 두산위브더제니스 오션시티 사업(우암2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성공이 특히 중요하다. 수주 총액이 6876억원으로 두산건설 수주 사업 중 가장 크다. 이 사업의 성패에 두산건설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평가도 있다. 골프선수들의 팬 사인회 역시 그 직후(3월 27~29일) 진행된 청약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진행됐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용인, 천안 사업장에선 당장 큰 기대를 걸기 어렵고 부산 사업장이 잘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두산건설이 유명 프로골퍼를 모셔가고 골프단을 창단한 것도 부산 분양에 사활을 걸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산위브더제니스 오션시티 청약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분양가는 3.3㎡(평) 당 1700만원 수준으로 아주 높지 않은 수준이었지만 청약 열기는 미지근했다. 특별공급 청약은 1077세대 공급에 155건, 1·2순위 청약은 1878세대 공급에 1136건의 접수만 있었다.

      다만 최근엔 선착순 청약에서 잔여 물량이 점차 소진되고 있다. 골프 마케팅보다는 조건 변경이 주효한 분위기다.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확장 시 시스템 에어컨 무상제공, 분양조건 안심보장제, 계약금 인하(분양가 10% → 5%) 등으로 계약조건이 바뀌었다.

      한 컨소시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분양실적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며 “회사 사정이 나빠질 때를 대비해 처분할 수 있는 자산들도 확보하고 있어 회수 부담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