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개 넘는 확약서 언제 확인하나"…IPO 제도 개편 앞두고 분주한 증권사들
입력 2023.07.03 07:00
    '허수 청약' 방지 목적…주관사가 기관 납입 능력 확인
    주관사들 "확약서 확인에 현실적 어려움"
    기관 수요예측 기간 5영업일로 연장엔 실효성 의문
    "마지막 날 몰리는 관행 바꿀 유인 부족" 지적
    금투협 "가장 현실적인 방법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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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부터 기업공개(IPO) 제도 개편안이 본격 적용된다. 앞으로 IPO 수요예측 과정에서 주관 증권사는 기관투자가들의 납입능력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데, 수요예측 기간도 기존 2영업일에서 5영업일로 연장한다. 아직 전산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IPO 주관을 맡은 증권사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상당히 큰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투자협회는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과 '대표주관업무 등 모범기준'에 대한 개정안을 7월부터 시행한다. 개정안에는 ▲기관투자가의 주금납입능력을 확인하도록 규정 ▲주금납입능력 초과해 수요예측 참여한 기관투자가에 대한 불이익 부과 ▲수요예측 기간 기존 2영업일에서 5영업일 이상으로 연장 ▲의무 보유 확약 물량 우선 배정 원칙 등이 담겼다.

      즉 7월3일 월요일부터 IPO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에 대해 기관투자가는 수요예측에서 자기자본을 넘거나 운용자산(AUM)을 초과한 주문을 넣을 수 없다. 이를 어길 시엔 일정 기간 동안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제재금도 부과한다.

      이는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IPO 당시 기관투자가들이 보다 많은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납입 능력을 넘어선 주문을 내며 문제가 제기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수요예측에선 1경5000조원의 주문이 접수됐는데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의 약 86%가 최대 주문가능 규모인 9조5600억원을 써냈다.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 과도한 주문을 낸 것인데 자본금 5억원 규모의 기관투자가도 최대 규모의 주문을 제출한 사례도 있었다.

      앞으론 이 같은 소위 '뻥튀기 청약'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기관투자가의 납입능력을 직접 확인하고 걸러내야 하는 IPO 주관 증권사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주관사가 기관투자가의 납입능력을 확인하기 위해선 ▲기관투자자가 확약서에 기재한 자기자본 또는 위탁재산 자산총액 합계를 체크하거나 ▲주관회사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내부 규정에 따라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실 IPO 과정에선 1000곳이 넘는 기관투자가들이 몰리는 일이 허다하다. 이 경우엔 주관사는 1000개가 넘는 확약서를 직접 점검해야 한다. 확약서에 명시된 내용을 육안으로 점검하면 오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각 증권사들은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산시스템을 개발 중이지만 아직 완벽하게 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한 증권사 IPO부서 관계자는 "전산에 자기자본을 입력해 출력한 후, 회사 날인을 찍어 업로드해야만 주관사가 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지만 더블 체크까지 할 수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IPO 담당자 또한 "각 증권사들이 전산 개발을 나름대로 하고는 있지만 사실 정책의 취지를 가장 잘 살리려면 금융당국에서 직접 주금납입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보급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주관사에서 일일이 확인하는 데 부담이 있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주금납입능력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건 원래 더 어렵지만, 취지를 준수하면서도 주관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으로 확약서를 통해 확인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앞으론 수요예측 기간도 최대 5영업일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대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증권사들이 많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들은 대부분 마지막 날에 몰리게 되는데 이는 다른 기관투자가들의 동향을 파악해 더 유리한 조건으로 주문을 넣기 위한 목적이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수요예측의 기간은 늘어나게 됐는데 소위 '눈치싸움'을 막을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국내 한 증권사 IPO 부서 관계자는 "다수의 기관들이 대형 투자자가 제시한 가격을 참고해 주문가격을 제시하고, 첫날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들도 마지막날 주문 가격을 수정해 제출하는 게 일반적이다"며 "수요예측 기간을 늘린다고 해서 마지막 날 쏠리는 현상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 역시 "기관투자가끼리 알음알음 가격을 맞춰서 주문하는 건 사실상 막을 수 없다"며 "전산망만 5일 동안 열어놓는 부담이 생길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금투협 측은 "(수요예측 기간을) 5영업일로 늘린 건 '눈치게임' 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 동안 분석해서 가격을 써달라는 취지"라며 "IPO 주관사뿐 아니라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투자자들도 같이 호응을 해야 성공적으로 제도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