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자본비율 '특례' 종료까지 반년…8번째 증자도 '고차방정식'
입력 2023.07.03 07:00
    바젤III 적용 앞두고 자본확충…3개월 만에 8차 증자
    자본비율·건전성·수익성·인뱅 투심 등 변수 많은데
    규제·운용 등 여파로 투자자 설득 쉽지 않은 구조 평
    모회사 토스와 동시 펀딩도 부담…확실한 당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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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토스뱅크가 바젤III 규제 적용을 반년 앞두고 8번째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증자 때부터 시장에서 예견한 행보지만 주주 구성과 자본비율·자산건전성 관리, 수익성 확보 및 모회사 투자유치 문제 등까지 감안하면 증자를 거듭할수록 고차방정식이 되고 있단 평이다. 

      내년부터 자본비율 규제가 빡빡해지는 탓에 이번 증자 성과에 따라 하반기 중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에서 곧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토스뱅크가 주주사에 확실한 당근을 제시해야 할 거란 목소리가 높다. 

      토스뱅크는 하반기 중 자본금 2조원 초과를 목표로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새 주주를 맞이하며 2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지 3개월 만에 재차 8번째 증자에 돌입한 것이다. 당시 증자가 알려진 목표액 절반 정도에 그친 데다 연내 바젤III 규제 적용에 대비해야 하는 만큼 시장에선 예정된 행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난 1분기 2000억원 규모 증자는 납입과 함께 유가증권 평가손실로 700억 안팎이 희석된 터라 어차피 추가 증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라며 "1분기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선 그나마 자본비율을 개선한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 은행권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대적인 자본비율이 낮은 편이라 하반기 진행할 증자가 무척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8번째 증자 역시 고차방정식이란 평가가 나온다. 

      일단 자본비율 관리 차원에서 증자가 필수적이긴 하다. 토스뱅크는 당국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인가 3년차인 올해까지 바젤I 규제를 따르지만 내년부턴 바젤III 규제가 적용된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외에도 손실흡수능력을 나타내는 보통주자본(CET1)과 기본자본(Tier 1), 단순기본자본 비율 등 항목이 추가된다. 

    • 3월 말 기준 토스뱅크의 BIS 비율은 12.69%로 바젤I 규제(8%)를 충족하고 있지만 국내 은행 중에선 자본적정성이 가장 취약한 편에 속한다. 그러나 단순히 높아지는 규제비율에 맞춰 자본을 채워 넣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주주나 잠재 투자자 입장에서 토스뱅크는 투입한 자본금 대비 영업력이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은행으로 통한다. 

      당국의 빡빡한 규제부터 운용 문제까지 원인은 복합적이다. 토스뱅크는 흑자를 이루지 못했다. 손익분기점(BEP)을 넘길 때까지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나 경쟁사 대비 중·저신용 대출 의무 비중이 44%로 높다. 

      건전성 악화와 충당금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중·저신용 차주 비율을 높게 유지해야 하는데, 아직은 지난해 구축한 높은 만기보유 유가증권 비중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증자로 곳간을 채우더라도 이에 비례해 대출 여력이나 운용 유연성을 높이기엔 여러 제약이 작용한단 얘기다. 

      투자자 설득 난도는 높은 반면 안전장치를 제시하긴 힘든 구조다. 은행업 특성상 금융당국이 투자금에 회수보장 요건 등 계약 조건이 늘어날 경우 자본금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탓이다. 토스뱅크 역시 지난 3월 이를 신중히 검토해 새 주주사를 모셔왔지만, 결과적으론 주주 구성이 더 복잡해졌단 목소리도 나왔다.

      토스 운영사인 모회사 비바리퍼블리카 역시 투자 유치 중이라는 점도 잠재 투자자 입장에선 부담으로 꼽힌다. 연초 토스뱅크가 유상증자 주관사 선정 당시에도 업계에서 똑같은 우려가 오간 바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받긴 했지만 잠재 투자자 입장을 감안하면 기업공개(IPO)가 예정된 모회사 토스 대신 토스뱅크에 투자할 유인을 꼽기가 모호했다"라며 "현재도 모자회사의 펀딩이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투자 업계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증자의 중요성 만큼이나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토스뱅크 측이 기존 주주나 잠재 투자자에 확실한 당근을 제시해야 할 거란 목소리도 높다. 일회성 자본 확충을 넘어 적기 증자가 가능한 주주 구성을 갖춰야 한단 얘기다. 

      현재 금융당국에선 은행권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활동 마감을 앞두고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요건 완화 가능성이 전해진다. 신규 사업자 진입까지 검토하던 TF 출범 초보다 우호적 분위기가 마련된 점은 다행이나 금융당국의 경쟁 촉진 기조가 여전한 만큼 안심하긴 이르단 지적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올 초 증자에 앞서 주관 계약을 체결한 것만으로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투심이 전과 같지 않다는 평이 나왔는데, 결과적으론 목표 금액을 채우지 못해 또 증자에 나서게 됐다"라며 "현재 추진 중인 증자 성과가 부진하면 연내 추가 증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 토스뱅크 주주사에 돌아갈 확실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토스뱅크 측은 "지속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은 맞지만 투자유치 및 증자와 관련해서는 추가적인 입장은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