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티뉴에이션펀드 고민하는 PEF 시장…미래 회수 부담에 활용도는 의문
입력 2023.07.04 07:00
    회수 시장 침체에 대안으로 다시 주목받기도
    낮은 값에 회수보다 다음 기회 노리겠다는 것
    미래 높은 가치 확신하는 투자자 확보 어려워
    LP보다 GP에 이익 초첨 맞춰진 거래다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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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투자시장 침체로 사모펀드(PEF)의 회수가 차질을 빚으며 컨티뉴에이션 펀드(Continuation Fund)에 다시 시선이 모이고 있다. 당장 무리해서 낮은 가격에 자금을 회수하느니 다음 기회를 노리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투자은행(IB)들도 거래를 발굴하기 위해 운용사(GP) 문을 두드리고 있다.

      다만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회수 시장의 한 축으로 부상할지는 미지수다. 희망 기업가치를 높게 설정해야 하는데 이런 침체기에는 미래를 낙관하는 투자자를 모집하기 쉽지 않다. 출자자(LP)보다는 GP의 이익에 초점이 더 맞춰진 거래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수년 전부터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주목 받아 왔다.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펀드의 자산을 새로운 펀드에 넘겨 계속 보유할 수 있어서다. 2021년 아우닥스PE(Audax Private Equity)는 17억달러 펀드를 꾸려 2012년 결성한 펀드의 자산을 받았고, 작년엔 퍼스트 리저브(First Reserve)가 편의점 사업을 유지하려 5억1000만달러 규모 펀드를 새로 만들었다.

      국내에선 쌍용C&E가 첫 컨티뉴에이션 펀드 활용 사례다. 작년 한앤컴퍼니는 3호 블라인드펀드와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15억달러를 마련했고, 2호 펀드에 있던 쌍용C&E를 받아 왔다. 2020년 말의 BHC 투자자 교체도 컨티뉴이에션 펀드 유사 거래로 평가받는다. 벤처캐피탈(VC) 쪽에선 수년 전 알토스벤처스가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활용한 바 있다.

      최근에도 국내에서 컨티뉴에이션 펀드 활용을 고민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부터 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며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PEF의 회수 거래가 쉽지 않아서다. 

      일감이 줄어든 투자은행(IB)들도 컨티뉴에이션 관련 거래를 성사 시키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일례로 BDA파트너스가 올해 라자드 세컨더리 전문가들을 영입, PCA(Private Capital Advisory)팀을 꾸려 국내 PEF 대상으로 펀드 마케팅에 나섰다. 국내 증권사 한 곳도 해외 유력 PEF의 컨티뉴에이션 펀드 자금 모집 작업을 국내에서 진행 중이다.

      한 PEF 운용사 파트너는 “최근 회수 시장이 좋지 않다 보니 국내외 IB들이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활용하자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성숙한 국내 PE 산업, 당장 회수가 쉽지 않은 분위기,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투자 욕구 등 국내 컨티뉴에이션 펀드 성장을 낙관할 요소들이 있다. 그럼에도 아직은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PEF 회수 시장의 주축이 되기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란 시각이 많다.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말 그대로 지금 팔기 아까운 자산을 계속 보유하기 위해 활용한다. 새 펀드에 투자하려는 출자자(LP)로선 당연히 지금까지 확인된 가치 이상을 더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LP 입장에선 정석대로 회수를 시도하거나 기준을 높일 수밖에 없다. 통상 8% 안팎인 관리보수 지급 기준(IRR 허들)은 쌍용C&E 컨티뉴에이션 펀드에선 10%로 설정됐다.

      한국 PEF 포트폴리오 중 몇 년 후 확실한 기업가치 상승을 담보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있는지는 미지수다. 장이 어렵다지만 정말 우량한 자산은 뜨거운 경쟁 속에 회수에 성공했다. 그렇지 않은 자산들을 계속 보유하기 위해 기존 LP들을 설득하고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른 PEF 운용사 파트너는 “진정한 의미의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기존 LP들이 대부분 남는 방식이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며 “기존 LP 입장에선 한번 찍은 기업가치 위로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결성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일찍 회수하길 바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유리한 것이냐 하는 지적도 있다. LP들은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입장에서 의사 결정을 하는 반면 GP들은 최고의 회수 성과를 위해 펀드 결성을 주도한다. GP 입장에선 회수가 지연되더라도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관리보수도 꾸준히 받을 수 있으니 나쁠 것이 없다. 해외 LP 협회가 컨티뉴에이션 펀드 등 세컨더리 투자가 GP에 유리하다는 점을 지적한 사례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투자시장에서 돌아다니는 컨티뉴에이션 펀드 거래 중 일부는 가격을 부풀리거나 운용사의 관리보수만 챙기려는 의도가 강해 보이는 것들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