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모르는 CJ그룹주 주가…최후 보루는 CJ올리브영 매각 카드?
입력 2023.07.07 07:00
    계열사 실적 부진 속 CGV 유증 악재까지
    다방면 자금확충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
    가치 급등한 올리브영 활용 가능성 주목
    상장 지연에 시장에선 매물 나올까 관심
    CJ "그룹 주력이라 매각은 불가능"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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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들어 주요 그룹의 재무부담 경고등이 켜졌는데 특히 CJ그룹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주요 계열사가 실적 부진과 각종 잡음에 시달리며 시장의 시선도 차가워졌다. 올해 한 때 12만원을 넘보던 CJ㈜ 주가는 최근 7만원 선이 무너졌고 CJ제일제당, CJ ENM, CJ CGV 등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주사와 계열사가 서로 주가 부진을 부채질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CJ CGV가 대규모 자본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9월 57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CJ㈜는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평가액 4500억원)을 현물출자하기로 했다. 회사 시가총액에 맞먹는 대규모 증자에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CJ㈜에만 유리한 구조란 비판이 따랐다.

      CJ CGV가 작년에 발행한 4000억원 규모 전환사채는 증권사들이 대규모 미매각 물량을 떠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증자가 잘 이뤄질지 불투명하고, 잘 되더라도 자금 소요에 대응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회사는 해외 자회사 CGI홀딩스의 투자자에 약속한 상장기한을 지키지 못해 상환 부담이 커졌다.

      CJ ENM은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피프스시즌(전 엔데버)과 자체 OTT 티빙의 부진이 이어지고,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사업의 자금 부담도 크다. 올해 대규모 적자 가능성이 거론된다. 회사는 지난달 자회사 티빙으로부터 600억원을 빌렸다. 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던 회사가 단기간에 고꾸라진 데 대해 그룹 수뇌부의 질책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CJ제일제당은 작년부터 쿠팡과 햇반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표면적으론 제조사와 유통사의 납품가 줄다리기지만, 이면엔 택배와 OTT 등 주요 사업까지 쿠팡에 위협받는 CJ그룹의 위기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분기 회사의 영업이익은 2527억원으로 작년 대비 42% 줄었다. 그나마 자회사 CJ대한통운이 실적을 보완하고 있다.

    • CJ그룹은 그간의 투자 성과는 더디게 나타나고 자금 압박은 커지는 상황이다. 각 계열사는 금융사를 찾아 지원을 요청하거나 투자유치, 지분매각, 채권발행, 자산유동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나 그룹에 대한 투자 심리 전반이 위축된 터라 성과가 마땅치 않았다. 확실한 자금조달 카드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SK그룹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과 대조된다.

      한 금융사 투자은행(IB) 부서 임원은 “CJ그룹의 상황이 어렵다 보니 올해 들어 계열사 관련 투자건들이 많이 올라 왔다”면서도 “CJ그룹에 매력적인 자산이 많지 않아 실제로 투자할 만한 것들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CJ그룹이 쓸 만한 카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선 상장(IPO) 카드로 남겨둔 CJ올리브영을 활용할 것인가에 관심을 두기도 한다.

      CJ올리브영은 2019년 말 CJ올리브네트웍스 헬스앤뷰티(H&B) 사업부문을 인적분할 해 설립됐다. 2021년 초 글랜우드PE의 투자를 유치했고, 그해 하반기부터 상장을 준비했다. 상장 시 최대주주 CJ㈜(지분율 51.15%)가 수혜를 보는 것은 물론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11.04%)도 승계 자금을 쥘 수 있다. 올해 초 CJ㈜ 주가 상승도 CJ올리브영 상장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CJ그룹은 작년 증시가 급격히 침체하자 상장 일정을 늦추기로 했다. 현재 회사 내부나 주관사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올해도 사실상 상장은 물건너간 분위기다. 이와 별도로 CJ올리브영의 가치는 높게 평가받고 있다.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니 사모펀드(PEF)가 선호할 만한 자산이다.

      실제 올해 유력 글로벌 PEF들은 글랜우드PE 보유지분(22.56%) 인수를 타진하기도 했다. CJ그룹 안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인지하고 있다. 글랜우드PE는 PEF들의 제안을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회수가 급하지 않고, 성장 여력도 많이 남았다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CJ올리브영은 설립 후 한번도 실적이 꺾이지 않았다. 투자금을 바탕으로 배송서비스(오늘드림) 및 IT 기반 확대에 공들인 덕이다. 올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3년 전의 2배 수준인 6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투자유치 당시 CJ올리브영 기업가치는 1조8000억원이었는데, 이제는 5조원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 사정이 이러니 CJ그룹 계열사로 묶여 증시에 입성하는 것보다, 아예 경영권을 매각하는 편이 금액적으로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시선도 있다. CJ그룹은 과거 CJ올리브영 투자유치를 추진할 때 경영권 매각도 한 선택지로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CJ㈜가 수조원을 손에 쥐면 계열사에 ‘실질적인’ 지원도 해줄 수 있다. CJ올리브영은 내년에도 성장을 이어가겠지만 올해만큼의 성장 기울기를 유지할 수 있을진 의문이다. 성장세가 가장 가파른 때에 매각하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고, 인수자도 남은 성장 과실을 향유할 수 있다. 일부 자문사들은 자체적으로 매각 가능성을 따져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황은 몇 해 전과 많이 달라졌다. CJ올리브영이 급격히 성장하며 그룹 내 이익 기여도도 높아졌다. 다른 계열사의 자금 부담을 일거에 해소할 확실한 카드면서도, 다른 계열사들이 부진한 상황에서 포기하기 어려운 캐시카우기도 하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CJ올리브영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란 시각이 많은데 그 뒤는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올해 들어 CJ올리브영 매각 시나리오를 짜보기도 했지만 진행되지는 않았고, CJ그룹도 별로 원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CJ그룹도 CJ올리브영 매각 카드에 대에서는 현재로서는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CJ 측은 “CJ올리브영의 이익 규모가 지금은 CJ대한통운에 가까워질 정도로 커졌다”며 “승계 이슈를 떠나 주력을 뗀다는 것은 현재로선 말이 되지 않고 불가능한 사안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