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 이어 카카오페이까지…연이은 계열사 수사에 어수선한 카카오
입력 2023.07.07 07:00
    카카오페이, 불법지원금 수수의혹으로 경찰 수사 받아
    시세조종 의혹 받는 카엔터, 금감원 특사경 '총력 중'
    계열사 수장 자택까지 압수수색…고강도 수사에 '난감'
    "신사업 등 할 일 많은데"…사법 리스크 장기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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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의 핵심 계열사들이 계속해서 당국의 수사 대상에 오르고 있다. 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가 '시세조종 의혹'으로 강도높은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카카오페이도 ‘불법지원금 수수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주가 및 실적 부진에 고전 중인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에까지 휘말리면서 한동안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경기도 성남 소재 카카오페이 본사에 수사관을 보내 전자기록 등 자료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최근 금감원 수시검사에서 카카오페이가 나이스정보통신으로부터 가맹점 우회 지원을 통해 불법 지원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데 따른 것이다.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와 같은 대형 신용카드가맹점은 신용카드 부가통신서비스 이용을 위해 밴(VAN)사에 부당하게 보상금 등을 요구하거나 받아서는 안 된다. 밴사가 대형 신용카드 가맹점에 부당하게 보상금을 제공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바로는 2021~2022년 두 차례에 걸친 프로모션 과정에서 나이스정보통신이 가맹점에 카카오페이 대신 수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제공했다고 알려진다.

      이 외에도 올해 카카오는 법적인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4월 초엔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아키에이지 워’와 관련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장(민사)을 접수했다. ‘장르적 유사성’ 논란을 다루는 소송은 시비를 가리기 여럽기 때문에 해당 소송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골프장 운영플랫폼 카카오VX와 스마트스코어는 서로 기술을 탈취당했다며  이전투구 양상이다. 3월 스마트스코어가 카카오VX 상대로 기술을 베꼈다며 소를 제기했고, 다음달 카카오VX가 특허를 침해당했다며 맞받아쳤다.

      카카오 측에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사건은 카카오엔터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 수사다.

      금감원은 앞서 2월 SM엔터 인수 경쟁자였던 하이브가 제기한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하이브가 ‘특정세력이 SM엔터 주식을 비정상적으로 매입해 주가를 끌어올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고 있다’고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금감원은 ‘패스트트랙’ 절차를 활용해 검찰에 사건을 이첩해 공조 수사에 나섰다. 금감원 특사경은 서울남부지검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진행했다.

      SM엔터 M&A 자체는 하이브와 카카오의 합의로 잘 마무리됐지만, 금감원은 그와 무관하게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4월 6일 금감원 자본시장 특사경은 주가 조작 및 대량보유보고의무 위반 혐의로 판교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옥과 서울 종로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하이브가 카카오엔터의 우군으로 지목한 헬리오스유한회사의 거래 내역을 분석해 카카오엔터 임직원과 연루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해당 수사는 결정적인 진전이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되지만, 워낙 시끄러웠던 사건이라 향후 수사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관련 실무자들이 수사 대응에 고초를 겪는 상황인데, 앞으로 ‘어느 선까지’ 책임을 지게 되느냐에 카카오 안팎의 관심이 모인다. 최근 경영진 수뇌부 인사의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받는 등 성과를 떠나 강도높은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수사 담당 부서 역시 이 사건에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계열사가 동시에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며 카카오를 향한 시장의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AI 등 신사업 투자 확대 계획을 내놓고는 있지만 ‘대외 리스크’ 관리가 최우선 과제다 보니 사실상 ‘중요한’ 경영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평이다. 실적 부진에 카카오 상장 계열사들의 주가는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카카오 주가는 올해 한때 7만원을 넘었지만 최근엔 5만원 수준을 오가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의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 의혹 수사 때문에 여전히 카카오는 골치가 아픈 상황”이라며 “예상보다 강한 수사 강도에 카카오 측도 난감한 분위기”고 말했다. 

      카카오엔터 수사 결론이 단기간 내에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공개매수, 인수 경쟁자간 합의 등 복잡한 거래 과정이 이어진 만큼 명확한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를 결정지을 내용을 확인하기 까다롭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당국의 수사 결과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대주주 지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도 방어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복수의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해 '경영진 지키기'에 나선 모습이다. 카카오 안팎에선 '지분 경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카카오만 가만히 있었어야 하느냐'는 항변 논리도 들리고 있다. 다소간에 무리한 부분이 있다는 비판도 나오는 분위기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사 거래로 민감한 사항이라 금융 당국에서도 꼼꼼히 볼 수밖에 없겠지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공적’을 만들기 위해 힘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선도 있다“며 “까다로운 사건이라 수사 결론이 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