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뱅크런만 단속, '모럴헤저드' 조장하고 '카르텔'에 침묵하는 정부
입력 2023.07.07 07:00
    Invest Column
    행정안전부는 새마을금고 부실감독 당사자
    차관이 나서 '예금 전액보호' 설파하는 해프닝
    "금융기관 부실해도 무조건 정부가 책임" 신호
    정부ㆍ정치권ㆍ새마을금고 카르텔 부숴야 해결
    새마을금고 주무감독 금융위ㆍ금감원 이관부터 해야
    • 새마을금고 예금보장 강조한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새마을금고 예금보장 강조한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그래픽=윤수민 기자)

      새마을금고 부실화 문제가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이슈로 옮겨 붙었다. 치솟는 연체율에 불안감을 느낀 예금자들이 새마을금고로 달려가고 있다. 자칫하면 사상초유의 대규모 금융기관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는 살얼음판이다. 정부는 적극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나온 대책들은 결국은 새마을금고 문제를 '전 국민'이 책임지는 형태다. 부실은 새마을금고들이 야기했고, 감독책임이 있는 행정안전부는 수십년간 이를 방치했는데, 이제와서 국가가 예산과 차입을 동원해 새마을금고 유동성을 제공하겠다고 나선다. 그러면서 부실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관리감독 체계 개편에 대해서는 뚜렷한 언급이 없다. 

      6일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이 치솟자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이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교남동 새마을금고를 찾았다. 그는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충분히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예적금을 인출하지 않으셔도 된다”라며 “안심하고 새마을금고를 이용하셔도 된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예금을 해지하러 온 고객을 차관이 직접 만류해 새마을금고 계좌를 유지하는 이벤트(?)까지 선보였다. 

      이날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선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예금자 1인당 5000만원까지 보호 가능하고 ▲일부 금고가 인근 금고와 합병되더라도 고객의 모든 예금은 보장되며 ▲5000만원을 초과하더라도 원금과 이자를 지급한다”라는 방안이 나왔다. 금고 이사장들은 예금을 돌려주겠다는 ’각서‘까지 쓰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나아가 위기시 정부 차입을 통해서 유동성 공급을 약속하며 예금 전액 보호를 선언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결론날지는 미지수지만 정부 대응책이 주는 메세지는 명확하다. "제 아무리 부실을 저지른 금융기관이라도 언제나 국가가 보장해준다", "위태로운 금융기관에 예적금을 맡길수록 이자수익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한 마디로 '모럴헤저드'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예금자 보호 강화는 극단적인 상황에선 국민에게 손을 벌리겠다는 뜻이다. 왜 여기에 국민들의 세금과 알토란 같은 예산이 아무런 반성도, 책임자 처벌도 없이 쓰여야 하나. 미국이나 유럽에선 이런 부실금융기관 문제를 M&A를 통해 해결했다. 리먼브러더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일부 뱅커들의 불법행위를 정부와 예산으로 구제해준데 대한 국민적 저항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사태에 대해 정부가 모럴헤저드를 조장하는 판국이다. 

      뱅크런을 막겠다는 정부 입장은 이해간다. 새마을금고에서 나간 부동산PF, 기업대출, 가계대출은 복잡하게 다른 금융기관과 얽혀있다. 새마을금고 예금인출로 자금회수에 들어가면 비단 새마을금고 뿐 아니라 전 금융기관으로 부실이 전이 될 수 있다. 뱅크런의 양상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모바일 중심으로 금융거래가 이뤄지면서 조단위 예금이 순식간에 빠져나갈 수 있게됐다. 미국의 경우 SVB은행 사태로 시중은행에서 일주일새 빠져나간 예금만 17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따지고 들어가면 문제가 이렇게 될때까지 정부는 무엇을 했나. 새마을금고의 부실대출과 방만한 경영은 수년간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지금 대출부터 자금운용까지 비리가 전방위로 벌어졌음에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조차 나온적이 없다. 그리고 일단 돈부터 뿌리겠다고 나섰다. 

      사실 행안부가 예금자 보호를 선언한 것부터가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행안부는 이번 새마을금고 사태를 초래한 주요 원인 제공자다. 관리감독을 방만하게 한 행안부의 차관이 사진까지 찍어가며 새마을금고 살리기에 나서는 것은 자기 과실을 덮기 위함이란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연체율이 높은 새마을금고 30개 곳에 대해 특별검사로 경영개선, 합병요구, 부실자산 관리, 임원 직무정지 등의 조치를 실시하겠단 계획이 나왔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새마을금고 감독관리 체계를 전문성 있는 금융위ㆍ금감원 산하로 이관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결정을 이해 당사자이자, 원인제공자인 행안부 스스로 제안할 리 만무하다. 

      비단 정부 뿐만 아니다. 새마을금고의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단 한번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역사회 밀착형 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의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한 전직 금융관료는 “새마을금고를 금융당국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지역 국회의원들의 비난이 빗발쳤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즉 새마을금고 연체율 상승과 이에 따른 뱅크런 이슈는 ’인재‘(人災)란 뜻이다. 

      결국은 카르텔의 문제다. ▲새마을금고 조합원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과 국회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 주무부처로서 '의무'는 다하지못하고 '권리'만 누린 행정안전부 ▲이들을 믿고서 수십년간 사각지대에서 방만하게 운영된 새마을금고의 카르텔이 공고한 것이다. 사회에 각종 카르텔과 전쟁을 선포한 윤석열 정부지만 이 정도 카르텔을 무너뜨리기 위한 움직임은 못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새마을금고 카르텔은 금융시스템을 인질로 잡고 있다는 점에서 그만큼 위험하고 악질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초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행 시스템은 군대보다도 중요한, 국방보다도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신실함과 진실성을 지니려면 이번 새마을금고 사태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시작점은 주무부처 이관이다. 달리 말해 허겁지겁 뱅크런 사태를 막고 나서도 새마을금고 관리 감독을 행안부에만 맡긴다면 사태는 다시 반복될 수 있다. 2011년에 벌어진 새마을금고 뱅크런 우려 사태가 반성과 해결없이 2023년에 재발했고, 뒤이어 2033년에도 반복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