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단위 금고'라는 유탄을 시중은행이 떠안게 된다면?
입력 2023.07.18 07:00
    취재노트
    금융시장 문제 생기면 시중은행 카드 꺼내는 정부
    저축은행 사태 때도 구원투수로 등장해 인수 나서
    새마을금고 사태 진화 안되면 재등판 할까 관심
    다만 단위 금고 인수는 개념 자체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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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새마을금고 뱅크런 기세는 누그러진 모습이다. 정부가 전방위로 진화에 나선 효과는 어느 정도 본 것 같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단정짓기는 좀 이른 감이 있다.

      금융시장에 위기가 닥칠 기미가 보일 때마다 금융당국, 더 나아가 정부가 꺼내드는 카드는 시중은행들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다.

      이번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에서도 산업은행, 기업은행과 함께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새마을금고에 유동성을 긴급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비록 9~11일 단기물이긴 하지만 은행들은 6조원이 넘는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해줬다. 실제로 새마을금고 예금 이탈 속도가 주는 등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정부의 의도는 "새마을금고는 무너지지 않는다. 정부가 보증한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가뜩이나 불안한 금융시장을 안정화하는 것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나 저축은행 업계로 확산되면 그 여파는 정말 걷잡을 수 없게 될지 모른다. 그에 맞게 각계 부처가 함께 비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도 고객들을 대상으로 "1인당 5000만원의 예금자 보호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도 사실상 전액 보장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 안내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부실 금고가 발생하면 해산시키지 않고, 주변의 다른 금고와 합병시켜서 부실 금고 고객들의 예금을 모두 보전해 준다.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개별 금고 간 합병에 필요한 자금의 대출이나 지원, 금고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 비용 등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법령에 근거해 중앙회는 금고 간 합병 시 부실채권(NPL)도 떠안는다. 현재 부실 금고 정리에 바로 쓸 수 있는 중앙회 자금은 80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정부는 '최악의 상황' 시나리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상황에서 단계별로 합병을 하지 않거나 못한다면, 또는 금고 간 합병이 이뤄졌음에도 뱅크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부는 누구에게 SOS를 쳐야 할까. 결국 쳐다보는 곳은 시중은행이다. 10여년전 그 전례를 모두 기억한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불거지자 금융지주사들은 문제가 된 저축은행들을 떠안아야 했다. 신한금융은 토마토저축은행을, KB금융은 제일저축은행을, 하나금융은 제일2저축은행과 에이스저축은행을, 우리금융은 삼화저축은행(차후 NH농협금융지주가 인수)을 인수했다.

      지금은 금융그룹 내 순익 증대에 기여를 하고는 있지만, 한동안 적자를 기록하면서 그룹 내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 와중에 2020년에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M&A 규제 완화 가능성을 금융지주에 제시하면서 저축은행을 이미 떠안은 금융지주사들에 추가로 저축은행을 인수하라는 종용의 시그널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저축은행 사태가 부실한 대출 문제에서 불거졌다면 새마을금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연체율이다. 상호금융권 전체 연체율의 2.5배로 2023년 6월 기준 6.18%이며 연체액만 12조1600억원에 달한다. 역대 가장 높은 수치이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단위 금고들의 연체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새마을금고에 정통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단위 금고간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단계별로 금고 간 합병을 추진해야겠지만, 개별 금고의 덩치가 너무 큰 경우엔 합병도 쉽지가 않아서 새마을금고 자체적으로 해결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는 제도권으로 들어가는 방안을 생각할테고 사실상 금융지주사의 인수 외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새마을금고 여파가 그나마 한 숨 돌렸던 PF 시장을 시작으로 저축은행 업계로, 더 나아가 제 2금융권 전체의 유동성 문제로 불거지는 것만큼은 정부가 틀어막아야 한다. 특히나 내년 상반기에 총선이 있는만큼 또 다른 금융위기가 불거지는 것은 여권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데, 이를 정부가 직접 세금을 들여 인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유무형의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방법은 언제나 그랬듯 시중은행이 나서게 하는 것이다.

      이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시중은행 입장에선 여타 금융사들과는 전혀 다른,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가 바로 금고다.

      새마을금고 얘길 꺼내니 은행 관계자들은 난색에 난색을 더한다. 새마을금고의 총 자산은 284조원, 전체 금고는 1294곳, 이용 고객 수는 2262만명에 달한다. 덩치로만 놓고 보면 5대 시중은행 다음이다. 시중은행들이 오프라인 지점을 줄이고 있는 데 반해 새마을금고는 오프라인이 중심이고 점 조직에 가깝다. 시중은행들의 디지털화와 정확히 배치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서 저축은행은 지점 수도 많지 않거니와 저축은행 시스템은 제도권 하에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새마을금고는 말 그대로 '금고'이다보니 사실상 시스템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며 "은행들이 단위 금고를 인수하게 되면 자산이 커지는 것과는 무관하게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고에 돈을 맡긴 고객과 은행에 예금을 맡긴 고객들의 성향도 다르고 각각 원하는 금리도 다르다. 또 고용 측면에서도 입장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 인수할지는 예상할 수 없지만 실제 상황이라면 엄청난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은행권이 새마을금고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 각 단위 금고별로 부실 상황이 다른데다 어느 정도까지 파악을 할 수 있는지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나 단위 금고에서 투자하는 건들의 경우 제도권 금융사 수준의 밸류에이션 평가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 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은행권도 대출 잔액이나 연체율이 늘고 있는 와중에 단위 금고들을 인수하게 되면 폭탄을 떠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금융시장 뇌관이 생길 때마다 정권과 상관없이 금융지주사들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 큰 부담이지만, 이젠 그러려니 한다"고 말했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다. 새마을금고 관리를 누가 어떻게 할지조차도 결정하는 데 많은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 그 와중에 시중은행, 그리고 은행계 금융지주사들은 큰 문제 없이 이 사건이 넘어가길 노심초사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