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라이벌 된 한화-현대重, 캐나다 잠수함 수주 '양패구상' 우려
입력 2023.07.19 07:00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한국·일본 수주 가능성
    일본 조선사 컨소시엄 유력하지만 한국은 불투명
    군수 라이벌 한화-현대重, M&A 도중 잡음 이어져
    수주 탐나지만…"연합 안하면 수주 실패" 예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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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우리 조선사들이 캐나다 정부가 추진하는 수십조원 규모 잠수함 발주 사업에서 수주 낭보를 전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발주 조건이나 건조 역량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나 일본 조선사의 수주 가능성이 큰데, 변수는 조선사간 협업 여부다.

      일본은 주력 조선사가 손잡고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은 불투명하다. 한화와 HD현대는 기업집단 순위를 다투는 라이벌로 한화가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경쟁 영역이 넓어졌다. HD현대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은 이전 M&A 과정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다. 두 회사의 연합 여부에 따라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 결과가 달라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월 캐나다 현지 언론은 캐나다 해군이 정부에 최대 12척의 신규 잠수함 건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 해군은 1980년대 영국 해군이 건조한 업홀더급(빅토리아급, 배수량 2400톤)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을 1990년대말 중고로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캐다다 의회에선 2018년부터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신형 잠수함들로 대체하라 권고하기도 했다.

      이르면 올해 말 본격화 할 캐나다의 차기 잠수함 사업은 최대 12척, 600억캐나다달러(약 58조원) 규모로 거론된다. 척당 2조원 안팎의 건조 가격에 향후 정비사업 등이 포함된다. 캐나다의 넓은 해안선을 감안하면 배수량이 작은 잠수함은 활용도가 낮고, 비용 및 위험 부담이 큰 핵추진 방식도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충분한 실전 배치 경험도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사업에 수많은 군수업체가 눈독을 들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런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곳은 현실적으론 한국과 일본 정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과 일본에선 각각 3000톤급(도산안창호함급, 다이게이급)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 지난 5월 캐나다 정부 및 해군 관계자들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조선소 등을 찾아 시설을 살폈다. 이에 앞서 일본에서도 잠수함 사업을 하는 가와사키중공업과 미쓰비시중공업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 조선사들은 잇따른 수주 낭보에 주가도 훈풍을 타고 있다. 팬데믹 때 수주한 고부가가치 선박 일감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완재 성격인 군함 등 특수선 사업 일감까지 확보하면 당분간 살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과 일본 조선사들이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조선사들의 기술력이나 가격 경쟁력이 일본에 비해 앞서는 부분도 있지만, 수주를 낙관하긴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사간 협력이나 정부 지원 등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일본은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2016년 44조원 규모 호주 잠수함 사업에서도 미쓰비시와 가와사키가 컨소시엄을 이뤘다. 컨소시엄이 호주 내 잠수함 건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친일본 성향 정권도 물러나며 수주엔 실패했지만 초반엔 일본 정부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수주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한국도 캐나다 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내려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손을 잡는 편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오션이 잠수함 기술의 스승 격인 독일과 경쟁해 인도네시아 잠수함 사업을 따낸 이력이 있지만, 조선사들이 손을 잡아야 기술력·생산력·유지보수 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두 조선사 모두 인력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연합할지는 미지수다. 두 회사는 유이한 해상군수산업체이자 경쟁자다. 잠수함 사업은 한화오션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일감을 독차지했으나, 1998년 현대중공업이 이의를 제기한 후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됐다. 지난 수년간 수상함 분야에선 현대중공업이 우위를 보였는데, 최근 울산급 배치3(Batch-Ⅲ) 5, 6번함 건조사업은 한화오션이 따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라이벌 구도는 점차 격화하는 모습이다. 2019년 HD현대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자로 나선 이후 두 회사는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HD현대는 예비 인수자로서 수주 및 기술·인력 확보에서 득을 봤지만, 한화오션은 M&A가 최종 무산되기까지 3년간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HD현대중공업은 2020년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도면을 은닉·유출한 혐의로 2025년까지 입찰에서 페널티(1.8점 감점)를 받는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성과는 각 그룹의 대리전 성격도 갖는다. 한화그룹은 과거 재계 서열 10위권 밖에 있었지만 최근 수년간 적극적인 확장 행보에 힘입어 순위를 적극 끌어올렸다. 올해 순위는 한화그룹 7위, HD현대그룹 9위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1983년생)과 정기선 HD현대 대표(1982년생)는 한 살 터울로 각 그룹의 차기 후계자다. 돈독한 관계로 알려졌지만, 처한 상황이 비슷하다 보니 서로의 활약은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아직 캐나다의 입찰 방식이 확정되지 않은 터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협의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분위기지만, 두 회사가 따로 제안서를 내지 않겠느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두 회사는 영국계 방산업체 밥콕과 캐나다 잠수함 사업 관련 기술협력 협약을 각각 체결하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업 규모와 특수성, 북미라는 상징성 때문에라도 공을 들여야 한다. 양사 모두 최신 기술을 알리는 데 적극적인 모습이다.

      한 조선해운 업계 전문가는 “캐나다가 요구하는 잠수함 조건들을 감안하면 한국과 일본 정도만 대상인데 일본은 컨소시엄 구성이 유력한 반면 한국은 현상황에선 조선사들이 독자적으로 입찰할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을 둘러싸고 두 그룹의 사이가 멀어지긴 했지만 수주에 성공하려면 서로 손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