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속옷 검사' 논란, YG '리사 이탈설'…잘나가던 K-엔터 악재에 '휘청'
입력 2023.07.19 07:00
    하이브 팬사인회 과도한 팬 몸수색 논란
    YG는 블랙핑크 리사 재계약 불발 가능성
    올해 상반기 내내 질주한 엔터주 '주춤'
    고질적인 'K엔터 리스크' 취약함 재확인
    감독 강화하는 당국…넓어지는 사법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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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엔터주는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다. 대표 엔터사들이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K-엔터’가 커진 덩치에도 여전히 고질적인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이브는 대면 팬 사인회에서 과도한 몸수색으로 논란을 빚었고 YG엔터테인먼트는 대표 걸그룹인 ‘블랙핑크’의 리사 재계약 불발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주가가 휘청였다. 

      올 상반기 국내 대표 엔터사들의 시가총액은 2배 가까이 뛰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올해 들어 주가가 100% 이상 급등하면서 시총이 2조3000억원대에서 4조4017억원(7월17일 기준)까지 뛰었다. 올초 매각으로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탄 SM엔터테인먼트도 현재 시총 2조7787억원으로 코스닥 순위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도 블랙핑크의 월드투어에 힘입어 연초 대비 시총이 60% 이상 올랐다. 코스피 상장사인 하이브는 17일 기준 시총이 11조170억원으로 SK㈜, 우리금융지주, 한화솔루션 등을 앞지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대표 엔터사(하이브·SM·JYP·YG)들의 역대 최대 실적을 예상하고 있다. 엔터 4사는 올해 1분기부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2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엔터주가 2차전지 못지않은 ‘증시 주도주’라는 평가도 나온다. K팝 시장이 글로벌 규모로 커지면서 실적 눈높이가 높아졌고,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엔터산업도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다는 기대감이 더해지면서다. 

      하이브는 ‘BTS 군백기’에도 견고한 성적으로 엔터업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올해 1분기 하이브는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세븐틴, 르세라핌, 방탄소년단(BTS)의 슈가 솔로 등의 앨범 발매가 이어지면서 2분기 실적도 기존 시장 기대치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달 뉴진스가 컴백했고 BTS 정국도 첫 솔로 출격에 나서는 등 대표 아티스트들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호실적에 힘입은 주가 상승, 미국 현지 아이돌 데뷔 등 엔터사들이 성장 모멘텀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구조적 취약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핵심 자산인 아티스트의 매번 재계약 문제가 부각될 때마다 주가가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는 고질적인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이다. 엔터사들이 ‘글로벌화’·‘플랫폼’을 표방하고 있으나 여전히 엔터사들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방증해 준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하이브는 팬들에 대한 ‘과도한 몸수색’ 논란으로 주가가 하루 만에 7% 가까이 급락했다. 최근 개최된 하이브 소속 신인 아이돌 ‘&TEAM’의 팬 사인회에서 보안 절차상 몸수색이 진행됐는데, 그 정도가 ‘속옷 검사’로 이어지는 등 과도해 일부 팬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투자 심리가 악화했다. 이번 사건으로 엔터사들의 ‘과도한 수익화’와 대비되는 ‘소비자 무시’ 관행이 알려지며 인권 침해 논란까지 이어지고 있다. 

    • YG엔터테인먼트도 대표 걸그룹 블랙핑크의 리사가 이탈설에 휘말리며 7%대 주가 급락을 겪었다. 리사 이탈설은 이달 12일 한 매체가 YG와 중국 에이전시 간 리사 일정 조율 불발을 근거로 재계약이 불투명하다고 보도하면서 제기됐다. 비슷한 시기에 리사가 LVMH의 수장인 베르나르 아르노의 아들 프레데릭 아르노와 열애설이 불거지는 등 연이어 이슈가 터진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태국 출신인 리사는 그룹 내 유일한 외국인으로, 통상 외국인 멤버들의 재계약률이 낮기 때문에 일찍부터 행보가 주목 받았다. 본국을 포함한 동남아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글로벌 레코딩사가 수익 배분 비율이 훨씬 좋아 굳이 YG엔터와 계약을 이어가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지만, 블랙핑크가 글로벌 활동을 확대하고 있어 기존 소속사와 파트너십을 이어갈 가능성도 높다.  

      SM엔터 또한 지난달 엑소(EXO)의 멤버 백현, 시우민, 첸과 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하루에 주가가 7%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SM엔터와 해당 아티스트들이 곧 ‘극적 합의’에 이르며 주가가 안정세를 보였지만 다시금 ‘소속사-아티스트 분쟁’ 리스크를 보여줬다는 평이다. 블랙핑크와 같은 해인 2016년에 데뷔한 SM엔터 소속 보이그룹 NCT도 올해 통상 계약 기간인 7년차를 맞아 재계약 시기가 다가온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SM엔터는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멤버가 없고 전원 내년 이후 만료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엔터업 규모가 커지면서 당국의 감시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잠재 리스크다. 이달 초 공정거래위원회가 하이브 등 대형 엔터사들을 상대로 하도급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엔터주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4일 공정위는 하이브, SM엔터, YG엔터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이들 기획사가 가수의 앨범·굿즈 등을 제작하는 외주업체를 상대로 구두계약(서면 미발급), 부당 특약, 대금 지급 지연 등 하도급법 위반이 있었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진행중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SM엔터 인수전 과정에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 수사도 위법 사항이 확인될 시 높은 수준의 제재가 예상돼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에도 해당 수사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이 “수사가 생각보다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고 실체 규명에 자신감이 있다”고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엔터사들이 미국 등 해외 시장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하반기 대표 아티스트들의 콘서트가 많아지는 등 K팝 성장 기대감이 높긴 하지만 여전히 아티스트 재계약 이슈 등 고질적인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며 “최근 엔터사들도 여론이나 당국의 감독 등 사법 리스크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등 신경써야 할 이슈가 많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