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2개의 아킬레스건…건설사의 시공 포기, 새마을금고의 PF사업장
입력 2023.07.20 07:00
    복잡해보이는 PF 시장 문제 사실상 단순
    공사비 오른 건설사들 시공 자체를 포기
    MG 수사로 브릿지론→본PF 미전환에 돈줄 막혀
    시공과 시행 동시에 막히는 흔치 않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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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은 작년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각 업권별로 이슈가 계속 터지면서 꼬여 있는 매듭을 풀기가 더 어려워지는 형국이 됐다.

      수많은 원인들이 실타래처럼 엮여있는 듯 하지만 실상 PF 시장의 아킬레스건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한 쪽은 공사를 짓는 주체들이 더 이상 공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 ▲다른 한 쪽은 전주(錢主)에 문제가 생겨서 투자금을 장기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렇게 두 가지다. PF 사업의 시작인 '금융'과 마지막 단계인 '시공'이 모두 올스톱 되면서 위기감은 과거보다 더 커지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은 골머리가 아프다. 건설사들이 본업인 '건설'을 포기하면서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건설사들은 재건축·재개발 수주에 사활을 걸었다. 상위 건설사 중 여러 곳이 "창사 이후 정비사업 수주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홍보할 정도였다. 수주 경쟁이 너무 치열한 나머지 서로 법적 공방을 치른 건설사들도 있었다.

      그런데 1년도 안돼 분위기는 차가워졌다. 국내 PF 시장의 자금경색, 글로벌 금리 인상, 원자재값 급등 등 다양한 악재가 겹치면서 건설사들은 선별 수주, 더 나아가 수주 자체를 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으면 지을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되다보니 매출에서 유동성 확보로 경영 방향성을 틀었다. 지난 1~2년간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재건축 사업장 수주가 어려웠던 일부 건설사들이 현금을 차곡차고 쌓으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재건축·재개발 수주가 수익과 직결하지 않는 상황이다보니 건설사들과 조합 또는 건설사와 사업주체인 시행사가 갈등을 겪는 사례도 늘었다. 건설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면 조합원은 분담금을 추가로 부담하거나, 시행사는 향후 벌어들일 이익을 일부 포기하는 방식으로 보전해야 한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공사는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지금은 공사가 재개된 둔촌주공 사태 이후 이 같은 사례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과거처럼 건설사들이 PF에 직접 신용보강을 해주는 것 대신, 책임준공 형태의 계약으로 위험부담을 낮추는 게 트렌드가 된 것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금융사는 건설사들의 책임준공을 신뢰해 PF대출을 내주고 시행사는 그 돈으로 브릿지론을 상환하고 도급 계약을 맺은 건설사에 공사비 등을 지급한다. 

      그런데 PF 금리는 급등하고 분양 계약률은 급감하니 건설사 입장에선 공사비 회수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우건설이 울산 동구 푸르지오 주상복합 사업에서 브릿지론을 상환하고 시공권을 포기한 건 부동산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부동산PF업계 관계자는 "과거 신용 위기를 경험한 이후 대다수 건설사들이 책임준공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공사비만 책임을 지면 되는 상황에서 철근값, 시멘트값 등이 천정부지로 오르다보니 공사비를 두고 조합과의 협상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게 됐다"며 "지금 PF 시장에선 시공사들이 갑(甲)의 위치가 됐고, 정작 상위 건설사들은 우크라이나 재건 같은 해외 수주에 더 공을 들이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PF사업 초기 단계에서 자금이 쉽게 융통된다면 건설 경기 전망이 우호적으로 바뀌는 시점에 시공사와 조합의 관계가 새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엔 부동산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새마을금고의 부실화 경고로 인해 자금 경색이 심화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새마을금고 전·현직 직원들의 부동산 PF 대출 수수료 불법지급 연루 의혹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는 사모펀드(PEF) 자금 출자 비리로 번진 상태다. 새마을금고의 투자건들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올해 1월 새마을금고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56조4000억원으로, 지난 2019년 말 27조200억원에 비해 2배가량 증가했다. 이 가운데 관건은 새마을금고의 관리형토지신탁대출이다.

      부동산PF 위기설이 불거지기 시작한 올해 초까지만해도 새마을금고는 일반 부동산PF 대출이 아닌 관리형토지신탁대출이라며 위기설을 진화했다. 그러나 사실 신탁사가 관리하는 관리형토지신탁은 시중은행은 참여하지 않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몇 번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부동산 투자 시장은 큰 부침을 겪었다. 시중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사업장엔 참여하지 않았고 그 자리를 새마을금고가 꿰차게 됐다. 

      현재 책임준공형토지신탁 수탁고는 1분기 말 기준 약 18조원으로 추산된다. 새마을금고의 관리형토지신탁대출 규모는 지난 2020년 약 2조8800억원이었는데 지난해 말 15조원을 넘어서며 급등세를 나타냈다. 즉 현재 대형 시공사들이 기피하고, 시중은행들의 참여가 거의 없는 고위험 사업장에 새마을금고의 대출이 집중돼 있단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각 지역단위 금고가 공동으로 대출에 나서는 새마을금고의 특성상 꼼꼼한 투자 심의 과정이 사실상 전무하단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지주사 계열 PF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었다면 들어가지 않았을 투자 건들도 당시 부동산 활황 분위기와 선순위 투자자로 나선 새마을금고 덕분에 웬만큼 다 진행이 돼버리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새마을금고중앙회와 단위 금고들은 밸류에이션 없이 들어오는 건들에 다 투자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여서 차후 시장이 꺾이면 어떻게 될지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최근 새마을금고가 검찰 수사에 돌입하면서 새마을금고가 선순위 투자자로 들어간 PF건들은 브릿지론에서 본PF로의 전환이 막혀버렸다. 당장 문제가 발생한 사업장이 아니더라도 금고 단위에서 브릿지론의 연장, 본PF 전환 등을 추진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차주, 즉 대환이 가능한 금융기관들을 찾는 사업주들이 늘고 있는데 저축은행, 캐피탈 등 새마을금고가 취급하는 대출을 받아 줄만한 기관들 또한 사정이 여의치 않다보니 시장의 불안감이 더 확산하고 있다.

      새마을금고 투자건이 절대 다수는 아닐지라도 PF 시장에선 가뜩이나 좁아진 자금줄이 이번 사태로 말라버렸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PF업계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사태가 단순히 새마을금고 투자 건들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증권사, 캐피탈,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 전반의 유동성 및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어느 한쪽에만 문제가 생겨도 여파가 큰데 지금은 시공, 시행 동시에 '돈' 문제가 생겼고 원인은 단순한데 해결은 더 어려워진 꼴이 됐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