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 탔다고 생각한 롯데건설-메리츠, 부동산 부진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입력 2023.07.20 07:00
    메리츠, 한때 롯데건설의 유일한 '구세주'
    부동산 부진 이어지자 어색해진 관계
    "다수 계열사 담보 맡긴 롯데, 선택지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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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동산 업황이 금세 회복할 것이라는 메리츠그룹의 전망과 달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는 여전하다. 연초 '깐부'가 된 메리츠그룹과 롯데건설의 관계에 최근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는 평가다. 메리츠그룹은 자금 회수(엑시트) 시기가 불분명해졌다. 이미 대부분 계열사 담보를 메리츠그룹에 맡긴 롯데그룹은 추가로 자금을 조달할 선택지가 적다.

      연초 메리츠그룹은 부동산 시장이 '곧' 회복될 것으로 본 것 같다. 공격적 영업을 사리던 타 금융사와 달리 메리츠그룹이 롯데건설을 '통 크게' 지원할 수 있었던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메리츠그룹은 1년 만기로 출자한 투자금을 반년 내에 엑시트할 목표였다.

      메리츠그룹의 '적극적인' 부동산 PF 영업 방식은 이미 업계에선 유명하다. 이는 '부동산 불패'라는 인식이 그룹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10년대 초 부동산 침체기에도 PF 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급성장했다. 이번에도 메리츠그룹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PF 영업에 나섰다는 평가다.

      지난 1월 롯데건설은 메리츠금융과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매입을 위한 1조5000억원 규모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메리츠그룹의 실질적 '전주(錢主)'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이 선순위 대출 9000억원의 대부분을 출자했다. 금리는 수수료 포함 12% 수준이다.

      메리츠그룹의 예상과 달리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빠르지 않았다. 엑시트는 물론, 점차 다가오는 만기에 재매각(셀다운)마저 고민거리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지 말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예전처럼 회복되지 않는 이상 메리츠그룹은 엑시트 하기 힘들다"며 "셀다운을 통해 다른 기관에 떠넘겨야 하는데 고금리를 감당할 곳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PF 부실화 우려도 커졌다. 타 증권사와 달리 메리츠증권은 PF대출의 신용보강금액을 늘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20개 증권사가 연초부터 4월11일까지 진행한 유동화증권 신용보강금액은 8조91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8% 줄었다. 같은 기간 메리츠증권은 2조5699억원으로 60.2% 늘어났다. 이는 전체 증권사가 올해 유동화증권에 제공한 신용보강액의 28.8%를 차지한다. 신용보강금액이 증가한 곳은 20개 증권사 중 3곳뿐이다.

      메리츠그룹은 롯데건설, 더 나아가 롯데그룹과의 채무 관계도 "애매해졌다"는 평가다. 고금리가 부담스러운 롯데건설이 대환을 원하지만 메리츠그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또한 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리츠증권이 롯데건설이 신규 사업장에서 신청한 대출을 메리츠증권이 부결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롯데건설이 메리츠그룹과의 협상에서 추가로 꺼낼 카드는 많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메리츠그룹에 지원을 받으며 그룹의 대다수 계열사를 담보로 걸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모든 패를 까 롯데건설이 메리츠그룹에 '열위'인 상황이라는 평가다. 일반적으로 PF는 준공될 때까지 자금 유입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둔촌주공의 경우 입주 시기는 2025년 1월이다.

      6월 롯데케미칼을 시작으로 롯데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하락한 점도 롯데건설에 부담이다. 담보로 걸었던 계열사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자금조달 방안을 고민하더라도 신용등급이 떨어지기 전보다 좋은 조건을 받기 힘들다.

      이에 롯데건설은 "메리츠증권과 협약할 때 롯데그룹 계열사가 지분을 담보로 내놓은 게 아니라 신용보강을 해준 것"이라며 반박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롯데건설의 PF 보증 규모는 6조7000억원에 달하고, 이 중 4조3000억원이 미착공 개발 사업장에 관련돼 있다. 이는 회사의 자기자본(작년 말 2조5848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모든 사업장이 부실화할 것이라고 극단적으로 볼 이유는 없지만, 부동산발 신용위험 문제는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 또한 적지 않다.

      메리츠증권은 "연초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서로의 요구에 맞게 계약한 '윈윈' 거래였다"며 "메리츠는 경제적 이익 관점에 따라 합리적으로 내린 결정이며, 최근 상황 관련해서는 밝힐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롯데건설은 "건설사가 신규 사업 대출을 신청하면 어느 증권사라도 가결내는 게 있고 당연히 부결내는 것도 있다"며 "메리츠금융이 지원한 금액을 모두 갚을 때 까지는 한 배를 탄 사이다. 서로 관계가 좋고 나쁘고 할 게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롯데건설이 메리츠그룹과의 협상에서 추가로 내세울 '패'가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롯데건설은 메리츠그룹에 지원받으며 그룹의 대다수 계열사를 담보로 걸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모든 패를 까 롯데건설이 메리츠그룹에 '열위'인 상황이라는 평가다. 일반적으로 PF는 준공될 때까지 자금 유입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둔촌주공의 경우 입주 시기는 2025년 1월이다.

      6월 롯데케미칼을 시작으로 롯데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하락한 점도 롯데건설에 부담이다. 담보로 걸었던 계열사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자금조달 방안을 고민하더라도 신용등급이 떨어지기 전보다 좋은 조건을 받기 힘들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롯데건설의 PF 보증 규모는 6조7000억원에 달하고, 이 중 4조3000억원이 미착공 개발 사업장에 관련돼 있다. 이는 회사의 자기자본(작년 말 2조5848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모든 사업장이 부실화할 것이라고 극단적으로 볼 이유는 없지만, 부동산발 신용위험 문제는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 또한 적지 않다.

      메리츠증권은 "연초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서로의 요구에 맞게 계약한 '윈윈' 거래였다"며 "메리츠는 경제적 이익 관점에 따라 합리적으로 내린 결정이며, 최근 상황 관련해서는 밝힐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롯데건설은 "건설사가 신규 사업 대출을 신청하면 어느 증권사라도 가결내는 게 있고 당연히 부결내는 것도 있다"며 "메리츠금융이 지원한 금액을 모두 갚을 때 까지는 한 배를 탄 사이다. 서로 관계가 좋고 나쁘고 할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