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최악 상황인데…삼성 경영진들의 활발한 소통에 '유감(遺憾)'
입력 2023.07.28 07:00
    취재노트
    • 삼성전자는 최악 상황인데…삼성 경영진들의 활발한 소통에 '유감(遺憾)' 이미지 크게보기

      최근 삼성 전현직 경영진들의 '소통'이 화제다. 그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그 타이밍은 이재용 회장과 그룹이 처한 위기와 대비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지난달 황창규 전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이 <황의 법칙>을, 이번달엔 고동진 삼성전자 전 IM부문 사장이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책을 내놨다. 고 전 사장은 평사원에서 시작해 사장에 올라 세계 최고 기업을 이끌었던 노하우와 조언을 담아 호평을 받고 있다.

      현직에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경계현 대표이사가 작년 7월부터 유튜브에서 '위톡(We Talk)'이란 이름으로 리더십, 경영 철학, 조직 문화 관련 내용을 방송하고 있다.

      5년전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이 <초격차>를 내며 화제가 된 이후 한동안 조용하던 삼성 전현직 경영진들이 잇따라 대중 앞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안팎에선 삼성의 CEO들이 바뀌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 최고 그룹, 최고 기업을 이끌었고 이끄는 수장들이 전하는 현장의 목소리와 통찰은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있을테다. 세대가 달라진 내부 구성원들에게, 또 그 다음 세대에 던지는 메시지도 담겨있을테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타이밍'이 참 절묘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이 창사 이래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점이기 때문이다.

      우선 삼성전자를 놓고 보면 말 그대로 위기다. 지난 7일 발표한 잠정실적을 보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0조원, 6000억원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96% 급감했다. 증권업계에선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매출이 경쟁사 TSMC보다 적은 13조~14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분명 TSMC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파운드리 1위 TSMC가 메모리가 주력인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1년째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3분기에도 삼성전자가 역전하긴 쉽지 않아 보이고, 오히려 인텔에 재역전돼 3위로 떨어질 위기다.

      경기 탓이라고는 하지만, 삼성전자의 경쟁력 약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나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시스템LSI) 분야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답보 상태이고, TSMC와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내부에선 과거처럼 더 이상 '경쟁'에 민감하지 않은 분위기를 가장 큰 위기로 꼽는다. 회사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의 이탈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데 대부분 회사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얘기한다"며 "앞으로 더 나아가려는 경쟁을 유도하기 보단 현재 상황을 유지하려는 현 경영진들의 '관리' 모드에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 이상 삼성의 '일등주의'를 체감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그룹 전반에 펼쳐지는 이런 '느슨한' 분위기가 위기 그 자체인데 이를 바로 잡으려는 경영진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오너 경영인도 위기다. 지난 21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물산 합병·승계 의혹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했다. 법정 다툼은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지난한 시간이 지나갈테다. 그러는 사이 삼성그룹 경영에도 어떠한 형태로든 불이익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이재용 회장의 '불안정'한 상태를 대신해 그룹을 이끌어 나갈 이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전현직 경영진들의 잇따른 '소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한 편에선 의문이다. 회장과 그룹이 작금의 위기 상황에 처해진 것과 관련해 전현직 경영진들에겐 일말의 책임이 없을까. 회사와 그룹을 떠난 이들이 세상의 구루(Guru)인양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는 경영진들에게 '유감(遺憾)'을 표시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