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손 놓다 진도 늦어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따라잡을 수 있을까
입력 2023.07.31 07:00
    삼성전자 컨콜서 쏟아진 'HBM 기술 차별점' 질문
    "기술격차 없지 않아…따라잡는 데 1년 반 걸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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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생성형 AI(Generate AI) 구동에 필수재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급성장하며 삼성전자의 다소 뒤쳐진 기술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이 직접 나서 메모리 경쟁력 우려를 일축하고자 했지만 컨퍼런스콜에서도 관련 질문이 쏟아지는 등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HBM 경쟁력을 우려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HBM은 대량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 생성형 AI 구동에 필수적이다. AI 서버 수요 확대로 올해 전세계 HBM 수요가 전년대비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TSV(미세 구멍을 뚫어 수직으로 관통하는 전극으로 연결하는 방식) 공정을 통해 쌓아올려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메모리다. 

      26일부터 이틀에 걸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HBM 기술 경쟁력에 대한 설명과 수요 대응 전략에 대한 질의를 잇따라 받았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 유지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데 그쳤지만 삼성전자는 HBM 관련 차별화된 기술력과 전략을 구구절절 설명해야 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HBM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2021년 HBM 4세대 제품인 HBM3도 개발했다. 삼성전자는 1세대 HBM에 적지 않은 투자를 했지만, 그 이후 세대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까지는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에 대응하고자 내실을 다지는 데 무게를 뒀다.

      그런데 AI향 수요 급증이 기대되며 HBM 시장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미리 대비(?)를 해둔 SK하이닉스가 시장 개화 수혜를 비교적 크게 누릴 것이란 평가가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의 HBM 시장점유율이 53%까지 늘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은 1위(50%)로 삼성전자를 10%포인트 앞선다. 

      이에 SK하이닉스 컨콜에서는 '시장지위 유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하반기 본격 양산될 HBM3를 주요 고객에 공급하는 안을 논의 중이라며 내년까진 성장세에 큰 우려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 시장 확대 대응 전략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기술 경쟁력 관련 우려는 그간 제기됐던 바 있다. 이에 경계현 사장까지 나서 우려를 일축하려 했다. 삼성전자는 선도업체로서 HBM2를 주요 고객사들에게 독점 공급 중이라며 HBM3도 업계 최고 수준의 용량으로 고객과의 접촉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품에 적용 중인 조직기술 NCF에 대한 설명 요구에도 여러 장점을 꼽았다. ▲ 효과적인 방열 ▲ 산하막 제거에 사용되는 세정 가열 등의 부가 공정 생략 가능 ▲ 열과 하중을 가함으로써 칩 휘어짐 방지 등을 꼽았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이보다 한 단계 앞서있다고 평가 받는 MR-MUF(Mass Reflow-Molded UnderFill)을 적용하고 있다.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HBM 2세대'에 대한 SK하이닉스의 기술 우위가 없진 않다고 입을 모은다.

      SK하이닉스가 HBM 2세대 양산 준비를 끝내고 고객사에게 레퍼런스 기업으로 인정을 받은 상태에서 납품을 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아직 고객사로부터 성능(퀄) 테스트를 받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3분기 중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 통과 여부에 따라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이 증명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위기감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이달 초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과 파운드리사업부의 수장을 교체하는 강수를 둔 것도 그 일환으로 알려져 있다. D램 개발실장은 황상준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으로, 파운드리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정기태 파운드리사업부 기술개발실장(부사장)이 맡게 됐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의 기술 격차를 따라잡으려면 1년 반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에 비해 HBM 관련 준비가 미진했다는 것은 일부 인정하는 분위기다. HBM 시장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커질 줄은 몰랐겠지만 삼성전자가 이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데 비판이 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그간 '기술력은 있지만 시험만 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해왔는데 3분기 퀄 테스트 결과가 나오면 기술 격차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