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건설사도 철근 누락…만연한 부실시공, PF시장에도 악영향 예고
입력 2023.08.02 07:00
    LH 공공주택단지, 100% 철근 누락까지 나와
    "건설사 브랜드 파워가 완성도 보장 못해"
    지금도 브릿지론에서 본PF 넘어가기 어려운데
    잇따른 부실공사 이슈에 PF 위기감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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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91개 단지 가운데 15곳에서 철근 누락이 발견됐다. 연일 부실시공 사례들이 확인되면서 누적되는 불신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철근 누락 LH 아파트 명단과 시공사, 감리 담당사를 공개했다. LH는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동일하게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모든 LH 아파트의 안전점검을 진행했다. 91개 단지 중 15개 단지에서 보강 철근이 누락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건설사 '규모'와 무관하게 철근이 누락되자 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해당 단지를 시공했거나 시공 중인 건설사는 대부분 중견 건설사지만, DL건설·한신공영·HL디앤아이한라·효성중공업 등 시공능력 평가액 1조원이 넘는 1군 건설사도 다수 포진해있다. 건설사의 '브랜드 파워'가 더 이상 아파트의 완성도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셈이다. 

      철근이 누락된 15개 단지 중 7개 단지가 구조 계산을 누락하거나, 잘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조 계산은 건물에 작용할 수 있는 각종 하중을 계산해 각 부위가 하중을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한신공영(시공능력평가 27위)이 시공한 양주회천 A15 단지는 154개 무량판 기둥 전부에 보강 철근(전단보강근)이 빠졌다. 보강 철근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계산을 누락했기 때문이다. 광주선운2 A2 단지(효성중공업, 41위)는 구조 계산 오류로 112개 무량판 기둥 중 42개의 보강 철근이 빠졌다. 

      구조 계산은 제대로 했는데 현장에 배포하는 도면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누락되기도 했다. 또 구조 계산 이후 도면에 반영했지만 시공 과정에서 보강 철근이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현장 근로자가 다른 층 도면을 보고 철근을 배근한 것이다. 음성금석 A2 단지(이수건설, 80위)는 123개 무량판 기둥 중 101개의 철근이 빠졌다. 이에 정부는 민간아파트도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경우 안전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국토부는 무량판구조의 민간아파트 명단을 모두 확보한 상태다.

      최근 GS건설의 부실시공 이슈에 이번 LH 철근 누락 사태까지 겹치자 시장에선 부실시공이 만연하다는 인식이 점차 굳어지고 있다. 불과 작년과 재작년에는 HDC현대산업개발에서 사고가 발생한게 불과 지난해였다. 

      부실시공된 아파트들은 부동산은 호황기를 거치는 동안 다급하게 지어진 경우가 많다. 즉 '실거주'보다 '투자'에 관심이 더 많던 상황에서 시공된 아파트들이다보니 하자 여부는 뒷전으로 밀려난 것. 여기에 설계·감리·시공 전 단계에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맞물렸다. 

      이 여파는 국내 건설업계 자금조달의 기본적인 조달 방식인 PF 조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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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미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넘어가는 사업장이 줄어들고, 넘어가더라도 신규 발행·차환 비용이 커져 시행사와 건설사의 자금 부담은 커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잇따른 부실시공 이슈에 시장의 신뢰가 떨어지며 자금 경색이 더 심화할 우려가 크고, 중소형 건설사는 당장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장 PF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수분양자들의 입주 리스크부터 커질 거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수분양자가 하자담보책임 관련 소송을 끊임없이 걸며 입주를 지연할 가능성이 있다. 집값 하락기에 자산 가치를 조금이라도 보호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한다는 설명이다.

      입주 지연이 늘어나면 부동산 PF의 대주는 차입금 상환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대주는 수분양자가 입주하며 잔금을 내야 차입금을 상환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입주가 지연되면 연체 이자는 시행사가 내야하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은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재무 능력이나 우발 채무 규모로 봤을 때 이번에 언급된 건설사는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 부실 시공 리스크가 당장 PF 리스크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며 "다만 PF 리스크로 불거지기 전에 수분양자들의 입주 리스크가 먼저 커질 것"이라 전했다.

      투자자들도 부동산 관련 투자를 꺼리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어디서 문제가 터질진 모르지만, 어디에선가는 부실 사고가 발생할 거라는 게 당시 시장에서 건설사를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이번 LH 철근 누락 사태로 시장의 우려는 더 '고착화'됐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PF 담당자는 "유동화한 PF 차입금을 사줄 투자자가 있어야 PF 만기까지 이어질 수 있는데 부실 공사 이슈가 커지며 투자자들이 건설채를 취급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신용평가사가 하반기에도 건설업의 분양 실적과 재무 환경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이어질 거라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으며 PF 유동화증권은 다시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