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KDB생명 우협은 됐지만…진짜 원하는 매물은 ABL 또는 동양생명?
입력 2023.08.03 07:00
    KDB생명, 우협 선정됐으나 실사 이제 시작
    ABL·동양생명 줄줄이 매물로
    선택지 많은 하나금융 고민 커져
    주주들 눈치도 봐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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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은 됐으나, '구속력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오히려 ABL생명, 동양생명 등 다른 보험사 매물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모양새다. 

      하나금융은 생명보험ㆍ손해보험 계열사를 가지고는 있으나, 경쟁력이 떨어지는데다 내부성장(Organic growth)도 쉽지 않다는 평가가 다수다. 숙원인 비은행 확장을 위해선 인수합병(M&A)이 유일한 대안이지만, 주주들의 반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다. 

      하나금융은 지난 12일 KDB생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계리법인 선정 등 구체적인 실사에 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는 데이터룸에서 가상 실사만 진행했는데, 데이터 제공 범위와 깊이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에 뜨끗미지근하다는 관전평을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은 공식석장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비구속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7일 진행된 실적발표회에서 양재혁 하나금융지주 그룹전략총괄(CSO)는 KDB생명 인수과 관련해 “비밀유지계약(NDA) 체결로 인해 자세히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대규모의 추가 자본 확충 필요성과 애널리스트, 투자자들의 우려에 대해 충분하게 이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현재는 매우 초기 단계이고, 구속력이 전혀 없는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이 인지하고 있는대로, KDB생명을 인수할 경우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 KDB생명의 3월말 기준 킥스비율은 100%수준으로 이 마저도 경과조치를 적용한 수치다. 경과조치 이전 비율은 47%로 보험업법상 기준 100%에 한참 못미친다. 업계에선 인수 후에도 수천억원의 추가 증자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 실사작업도 얼마나 많은 추가 자금이 투입될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KDB생명 매각에 수차례 실패한 정부에선 여러 당근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추가자금이 얼마나 소요될지랑 정부에서 제시할 조건이 인수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런 변수 때문에 하나금융은 다른 한 편에선 중국의 다자보험이 내놓은 ABL생명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내부적으로 스터디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ABL생명 예비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출사표를 던진 사모펀드들과 합종연횡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롯데카드 인수전때 우리은행처럼 FI(재무적투자자)로 일부 지분을 인수하는 구조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ABL생명 인수 의사가 있는 PE들과 접촉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다만 ABL생명도 KDB생명 정도는 아니더라도 인수 후 추가 자금이 들어갈 수 있다는 부담은 존재한다. 

      아직까지 매물로 출회되진 않았지만 중국 다자보험이 갖고 있는 동양생명도 내년에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생명은 총 자산 규모가 37조원 수준으로 KDB생명 17조원, ABL생명 19조원의 두 배가량이 된다. 킥스비율은 162%로 두 보험사에 비해서 건전성도 우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거론되는 3개 생보사 중에선 규모로나 건전성으로나 가장 적합한 매물로 거론된다. 그런 만큼 시장에 나왔을때 반응도 두 보험사 대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에서도 동양생명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IB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KDB생명 인수에 가장 가까이 있기는 하나, 선택지가 다양한 상황이다. 

      문제는 하나금융의 자금여력상 나와있는 매물 중 많아야 한 곳 정도 인수가 가능할 것이란 점이다. KDB생명만 하더라도 낮은 가격에 인수하더로도 추가적인 증자가 들어갈 경우 인수에만 많게는 조단위 자금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주주환원도 하나금융이 섣불리 M&A 나서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하나금융의 상반기 말 기준 보통주(CET1) 자본 비율은 12.8% 수준이다. 목표치를 13.5%로 제시하고 있는 만큼 자본을 더 쌓아야 하는 상황에서 M&A에 대한 부담이 크다. 나아가 시너지가 불분명할 경우 주주들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주주들은 시너지가 불분명한 M&A보단 확실한 주주환원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하나금융의 부진한 주가 흐름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은경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인수합병이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전략임에는 동의하나 인수 이후 대규모 추가 자본 확충 가능성, 시너지 효과 발생 여부 등이 불편하게 다가온다“라며 ”투자심리 회복 차원에서 이른 시일 안에 관련 우려를 해소시켜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