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株 대체재” 반사이익 얻은 네이버·카카오…AI 기대감에선 온도차
입력 2023.08.03 07:00
    네이버·카카오 1일 반짝 동반 강세…2일엔 소폭 하락
    2차전지 대체재·실적 기대·경기침체 우려 완화 영향
    네이버 2분기도 양호한 실적 예상…기관·외국인 매수
    AI 뒤쳐진 카카오, 네이버에 비해 주가 회복세 느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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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2차전지에 쏠렸던 수급이 흩어지면서 빅테크 주가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반짝' 동반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대감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성장주' 기대감을 충족시킬 AI(인공지능)사업 진척 여부에 따라 장기 주가 방향성이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카카오는 네이버보다 주가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 네이버는 전일 대비 2.36% 떨어진 22만7500원으로 마감했다. 전날 네이버 주가는 전일대비 4%대 오르면서 강세를 보인 바 있다. 2일 전날의 강세를 이어가진 못했지만 최근 네이버 주가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네이버는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약 24%대가 올랐는데 연고점인 23만2000원(2월28일 종가) 돌파를 목전에 뒀다.

      1일엔 카카오도 주가가 7.02% 상승하는 등 동반 강세를 보였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주가도 급등한 바 있다. 카카오도 상승세를 이어가진 못했다. 2일 카카오는 전일 대비 3.10% 떨어진 5만3200원으로  마감했다. 2일 카카오뱅크는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같은날 카카오페이도 실적을 발표했는데 2분기 적자가 지속되면서 주가가 8% 이상 하락하는 등 전날 상승분을 반납했다.

      최근 오랜만에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동반 강세를 보인 배경에는 2차전지(배터리)로 쏠렸던 수급이 빅테크 등 대형주로 몰린 점이 크다는 분석이다. 올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빅테크 주식을 계속 팔아치웠으나 7월들어서는 매수세가 커지며 비중을 늘리는 모양새다. 최근 코스피가 연중 신고가를 돌파하는 시장 분위기의 반사이익도 얻은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커지면서 플랫폼 기업들의 주요 수익원인 광고 시장 침체 우려가 일부 꺾인 점도 크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미국의 플랫폼 기업들인 구글(알파벳), 메타(페이스북)가 광고 업황 개선으로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실적발표를 앞둔 기대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카카오는 3일, 네이버는 4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 2분기 분기 기준으로 최대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7.25%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네이버 등 빅테크가 성장주 매력이 줄어든 만큼 실적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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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실적 전망부터 AI 기대감까지 네이버와 카카오를 향한 시장의 온도차는 뚜렷하다. 카카오는 하반기 이후 턴어라운드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1일 반짝 급등세를 보인 것은 그동안 네이버와의 주가 흐름에서 뒤쳐진 것을 따라잡기 위한 측면이 큰 것으로 본다”며 “2차전지에 몰렸던 수급이 흩어지면서 대체재를 찾고 있는데 인터넷, 게임, 헬스케어 중에서 실적 시즌에 맞춰 실적이 방어될 곳으로 몰리고 있고, 네이버가 1분기 실적도 양호했고 2분기도 실적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수세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 방향성을 가르는 요인으로 AI가 꼽힌다. 팬데믹 절정 당시 지금의 2차전지주에 버금가는 상승세를 보였던 네이버 카카오지만 성장주로의 동력이 흐려지면서 주가가 거의 반토막이 난 상태다. 이에 네이버가 이달 24일 공개하는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 ‘하이퍼클로바X’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앞서 메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관련 기대감으로 주가가 강세를 보여왔는데 국내에선 모델이 아직 나오지 않아 ‘AI 수혜’가 상대적으로 눌려있었다.

      카카오의 AI 사업은 당장 기대할 이익보다는 비용부담이 크다. 상대적으로 AI 투자에 느슨했던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부터 AI 영역에 공격적인 투자 기조로 변했다. 이미 앞서 오랜 기간 투자를 해온 네이버를 따라잡기엔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카카오는 하반기 카카오톡과 AI를 결합한 ‘KoGPT 2.0’ 공개한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한 상황이다. 2분기부터 SM엔터테인먼트가 연결 반영되지만 AI 관련 비용 증가가 이를 상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팎으로 이어지는 잡음도 주가 반등의 걸림돌이다.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으로 금융당국 수사를 받고 있는 점도 주가에 변수다. 대형 상장사 M&A 의 위법 행위를 살피는 것이기 때문에 의혹이 사실일 경우 책임을 져야하는 선이 경영진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페이도 ‘불법지원금 수수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구조조정 등 카카오 노조와 회사 측의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한편 정치권에서 플랫폼 기업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어 빅테크 규제는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다만 최근 ‘빅테크 저승사자’ 리나 칸이 이끄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과의 독과점 소송에서 연이어 패배해 한국의 플랫폼 규제 동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시선이 있다. 국내도 미국과 유사하게 플랫폼에 대한 규제 의지는 보이고 있지만 입법 진척은 없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에) 빅테크 규제 우려는 부각되고 있지 않지만, 카카오가 당국 수사를 받고 있는 점은 투자자로선 무시하기 어려운 점”이라며 “회사 측에서 어느정도 방어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도, 불확실성 때문에 당국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면 상대적으로 매수하기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