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KL파트너스, 시총 5000억 롯데손해보험 회수 복안은?
입력 2023.08.04 07:00
    7300억으로 지분 77% 확보…5000억 수준 시총 부담
    내년 인수금융 등 만기…공개매수·상장폐지까진 촉박
    바로 M&A 나설 가능성…시장은 들쭉날쭉 실적에 의문
    IFRS17 도입 초 혼선…금융지주 참여에 기대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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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JKL파트너스가 롯데손해보험을 어떻게 매각할 것인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4년 전 7천억원 이상을 들여 인수한 회사의 시가총액은 5000억원 수준을 맴돌고 있어 원매자들의 눈높이도 낮을 수밖에 없다. 회사를 상장폐지하면 주가에서 자유로워지지만 추가 자금 조달 부담, 얼마 남지 않은 회수기한을 감안하면 실행하기 쉽지 않다.

      결국 현재 상태에서 정석적인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하반기에 얼마나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 M&A 시점에 손해보험사 수요가 얼마가 되느냐에 따라 JKL파트너스의 회수 성과가 갈릴 전망이다.

      JKL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했다. 6월 롯데그룹으로부터 구주 7182만여주를 약 3734억원(주당 5199원)에 인수했고, 그해 10월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1억6725만여주(약 3562억원, 주당 2130원)를 받아갔다. 총 7300억원가량을 들여 지분 77%를 확보했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하며 롯데 브랜드를 5년간 활용하기로 했다. 과거 ING생명보험이 브랜드 사용 만료에 맞춰 오렌지라이프로 사명을 바꾼 이력이 있지만, 시장점유율 3% 미만인 롯데손해보험은 브랜드 교체 시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롯데손해보험 인수금융 만기도 내년에 같이 도래하는데 차환이 쉽지 않다. JKL파트너스로선 내년 안에는 롯데손해보험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손해보험의 주가는 부진하다. JKL파트너스의 주당 평균 투자액은 3052원인데, 최근 주가는 그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시가총액도 5000억원 안팎으로 JKL파트너스의 투자 원금을 밑돈다. 금융사의 가치를 따질 때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이익기여도 등을 살피는 경우가 많지만, 롯데손해보험은 상장사다 보니 시장에서 형성된 가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롯데손해보험을 상장폐지하는 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올해 들어 큰 손 사모펀드(PEF)들의 공개매수 사례가 이어졌고, 롯데손해보험의 주가도 낮은 상황이라 고려해 볼 만한 수라는 평가가 따랐다. 공개매수를 통해 상장폐지 요건(95% 이상)을 충족하면, 그 이후엔 시가에 얽매이지 않고 원매자들과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JKL파트너스가 외부기관에 의뢰해 산출한 롯데손해보험 공정가치는 주당 6000원 이상이었다.

      물론 공개매수도 걸림돌이 적지 않다. 지분 20%를 시가로 사려면 1000억원가량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LP에 다시 손을 벌리긴 어렵다. 다른 PEF의 도움을 받는다면 이해관계가 복잡해져 이후 회수 절차에 애를 먹을 가능성이 크다. 회수까지 남은 시간은 1년 정도인데 공개매수 준비와 실행, 이후 회수 절차까지 진행하기엔 빠듯하다.

      결국 지금 상태에서 바로 M&A에 나서는 것이 현실적이란 시각이 있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해보험의 올해 실적까지 확인한 후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자문사단도 내정해 매각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롯데손해보험 상장폐지는 고려할 만한 방안이지만 내년 브랜드 사용 만료, 인수금융 만기 도래 등을 감안하면 시간이 너무 촉박하기 때문에 바로 M&A를 추진하게 될 것”이라며 “올해 말 실적을 확인한 후 내년 상반기 매각 절차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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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장된 채로 M&A에 나선다면 핵심은 롯데손해보험이 시장가격을 한참 넘는 본원 가치가 있느냐로 귀결된다. 예상 매각가로 1조5000억~2조원이 거론되는데 인수자가 이를 납득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롯데손해보험은 JKL파트너스 인수 첫해와 그 다음해 각각 828억원, 64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20년엔 항공기, 부동산 등에서 대규모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작년말 항공기 투자잔액은 8000억원에 육박하는데, 중·후순위 비중이 높다. 롯데그룹 계열사 퇴직연금이라는 안정적인 수익원이 있는 반면, 위험자산도 많이 담고 있는 터라 관리 부담이 크다. 회사는 2021년 순이익 1672억원으로 반등했는데, 작년엔 213억원으로 미끄러졌다.

      롯데손해보험은 올해 1분기 작년 동기(105억원) 대비 크게 늘어난 794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시장금리 하락과 주식시장 호조에 따라 자산 평가이익이 늘어났다. 시장에서는 단기간에 괄목할 실적 개선을 이룬 데 놀라움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비단 롯데손해보험이 아니라도 보험사들의 실적을 믿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IFRS17이 본격 시행되며 보험사들의 실적에 관심이 모였다. IFRS17은 보험사에 회계처리의 자율성을 많이 부여한다. 이에 보험사들은 낙관적인 가정을 통해 손익을 평가했는데, 수많은 보험사들이 1분기에 호실적을 거뒀다. 회사의 실질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험업계 전반에서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사들 내부에서도 실적을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있을 정도다. 올해 좋은 실적을 기반으로 보험사들의 M&A가 진행되겠지만, 그 실적의 신뢰성 자체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전에는 적자이던 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갑자기 이익이 대폭 늘어난 것은 회계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대하소설에 가까운 실적에 금융당국은 어이없어 하는 분위기고, 평가사들도 어떻게 판단해야 하나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손해보험의 1분기말 신지급여력비율(K-ICS, 가용자본/요구자본)은 178.3%로 작년말 기존 지급여력비율(RBC) 150.8%보다 높다. 그러나 이는 K-ICS 경과조치로 비율이 41%포인트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가용자본 감소 및 요구자본 증가를 점진적으로 인식해 K-ICS 비율 하락의 충격파를 줄인 셈인데, 장기적으로는 제자리를 찾아갈 수밖에 없다. 회사의 1분기말 가용자본 중 16%가 자본성증권이다. 콜옵션 시기가 올 때마다 차환하거나 신규 발행에 나서야 하는 등 관리 부담이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 관련 제도들이 도입된 초기라 앞으로 몇 년간은 이런 불확실성과 혼란의 시기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즉 사모펀드(PEF)가 다시 보험사 인수전에 나서긴 쉽지 않다는 것이고, 결국 자금 완충력이 있는 금융지주의 인수 의지에만 기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지주 중에서 중량급 손해보험을 가진 곳은 KB금융뿐이다. 다른 금융지주는 라이선스만 있거나 중소형사를 가지고 있어서 손해보험사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다만 신한금융은 M&A 등 외형 성장에 크게 관심이 없고, 우리금융은 여전히 보험사보다 증권사 인수가 우선순위다. 하나금융이 꾸준히 M&A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자본력이 넉넉하다 보긴 어렵다. 주요 잠재매물 중 한화손해보험의 매각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긍정적이다.

      한 롯데손해보험 출신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창 좋을 때 투자했던 항공기·해외 부동산 등 자산은 많이 정리됐고 IFRS17 도입 효과로 올해 실적도 잘 나올 것으로 본다”며 “다만 금융지주 중에선 라이선스나 손해보험사를 갖고 있는 곳들이 많아 조단위 자금을 쓰려고 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