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숫자 입증 못하면 컬리에 이은 '폭탄'된다?…슬슬 '청구서' 내미는 시장
입력 2023.08.04 07:00
    취재노트
    토스, 유동성 파티 최대 수혜자…조 단위 대어급은 됐는데
    금리인상으로 투심 급격히 위축…추가 투자유치·IPO 난망
    기존 투자자 투자금 회수할 수 있을지에 쏠리는 시장 이목
    밸류 정당화할 정도의 수익 못 내면…자금조달 전략 차질
    • 금리인상으로 유니콘 기업들의 버블이 꺼져가는 가운데 시장의 이목은 '토스(비바리퍼블리카)'로 쏠리고 있다.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기존투자자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여부다. 현금은 말라가지만 높은 몸값으로 인해 IPO(기업공개)나 추가 투자유치 등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는 수익성 제고에 힘쓰고 있다. 지난 26일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관에 통신판매중개업을 추가했다. 송금, 인터넷뱅크 등 금융서비스 외에도 라이브쇼핑 등 커머스 비즈니스를 확대할 방침으로 알려진다. 조 단위 대어(大魚)급 기업이지만 적자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이 고민인 분위기다.

      쓱페이와 스마일페이를 인수하고 차량공유업체 타다 매각한 것은 수익성 제고 고민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간편결제 이익을 키우고 실적이 부진한 모빌리티 사업을 정리하려는 포석이다. 타다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낮은 몸값에 팔렸다는 점은 토스가 수익성에 고삐를 쥐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타다가 아이엠택시와 합병을 고려했을 때만 하더라도 토스는 타다의 기업가치를 1000억원에 책정했다. 아울러 타다의 모빌리티 사업과 토스의 금융결제 서비스를 접목해 사업을 확장하려는 계획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아이엠택시-타다 합병법인 투자유치가 난관에 봉착하면서 토스는 타다를 절반 가격에 매각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이 틀어지면서 타다를 반토막 수준에서라도 팔아야 했던 것 아니냐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전평이다.

      그간 토스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을 등한시 해온 것으로 보였다. 매출액, 월간활성화이용자 수 등의 지표를 통해 성장세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자금 여력이 풍부한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은 적자더라도 더 큰 비용을 투입해 시장을 점유하고 '대체불가능'한 기업이 될 것이라는 설득이 가능했다. 토스는 지난해 8조9000억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그러나 유동성으로 쌓아 올린 밸류에이션 버블은 작년 말부터 급격히 꺼지고 있다. 컬리, 원스토어, SK쉴더스 등 적자에도 불구 높은 기업가치를 매긴 기업들은 연초부터 잇따라 IPO(기업공개)에 실패했다. 이전까지는  PSR(매출액 대비 주가)ㆍ GMV(총판매액) 배수 등을 내세워 개인·기관투자자들에게 높은 기업가치를 설득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투자자들의 유동성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 쿠팡 등 이미 시장점유율을 충분히 끌어올린 기업은 본격 흑자 전환에 나서고 있지만 토스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비바리퍼블리카의 매출액은 3403억원, 영업손실은 59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이 40% 이상 늘었지만, 영업 적자 규모도 소폭 늘었다. 토스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79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토스에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를 주목하고 있다. 높아진 몸값을 정당화할 밸류에이션 기법이 더 이상 시장에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시장에서 소화가 가능한 규모로 기업가치를 조정하면 기존 투자자들이 손실을 봐야 할 수 있다.

      새벽배송업체인 오아시스는 올해 초 PSR 2~3배 수준인 시가총액 1조원에 IPO를 위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했다가 냉랭한 시장 반응에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토스가 20조원 수준에서 IPO를 준비한다고 가정할 경우 작년 매출액(1조1888억원) 16배의 배수를 곱해야 하는데 사실상 시장에서 소화되기 어려운 수준이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가치를 크게 낮춘다면 기존 투자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새벽배송업체 컬리는 앵커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기업가치 4조원에 투자를 받았지만 IPO 몸값이 이를 밑돌면서 결국 상장이 무산됐다. 앵커 PE가 반대 의사를 밝힌 영향이다. 앵커 PE 입장에선 IPO 무산으로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졌다.

      밸류에이션이 버블 꺼지면서 내부선 자금조달 전략 고민이 심각한 것으로 파악된다. 판관비를 줄여 일부 사업부서에서 이익을 내더라도 지금의 고밸류를 정당화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예컨대 주요 매출처로 꼽히는 PG 사업부는 수익화가 용이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문제는, PG사업 특성상 매출에 비해 이익 규모가 작다. 시장 점유율 25%로 PG업계 1위 사업자인 NHN한국사이버결제의 작년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8228억원, 442억원이다. 2위 사업자인 토스의 PG사업부가 판관비를 줄여 흑자 전환을 하더라도 수백억원대 수준의 이익을 낼 것으로 추측된다.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는 금융업 특성상 수백억 수준의 흑자로는 조 단위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기 녹록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금융업계 메기가 되려는 토스의 자금조달 전략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자칫 애매한 흑자를 내는 것이 거대한 적자를 기록하는 것보다 밸류에이션에 불리할 수 있는 것.

      투자업계에 따르면 토스의 현금은 빠르게 소진 중이고 차입금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계열사만 17개로 자금 소진 규모가 워낙 막대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토스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작년 기준 2810억원으로 2년 사이 10배가량 늘었다. 유동성을 가늠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올해 1분기 기준 7500억원으로 유동부채(8400억원)보다 작다. 유동성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토스는 추가 투자유치, IPO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IB업계와 지속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형 해외 벤처캐피탈(VC)이나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등판해야 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투자자를 모을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유니콘 기업이 언제까지 비싸게 팔릴 수 있을지, 그 유효기한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