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대표 될 재무통 '정통 LG맨', '정통 KT맨'의 확장 모드 이어갈까
입력 2023.08.08 07:00
    김영섭 내정자, 보수 운영 강점의 'LG맨'
    구현모 전 대표, 공격 확장 강점의 'KT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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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KT 내부에서 LG 출신이 차기 대표이사(CEO)로 오는 것을 두고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G에서 온 '보수적'인 재무통이 전임 CEO의 바통을 이어받아 '확장'에 힘쓸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4일, KT는 차기 CEO 최종 후보로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선정했다. 김영섭 내정자는 8월 말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의 안건'을 통과하면 차기 대표로 확정된다.

      김영섭 내정자는 '정통 LG맨'이다. 1984년 LG상사에 입사한 후 LG 구조조정본부, LG유플러스 경영관리실장 등을 거쳤다. 2015년부터 작년까지 LG CNS 대표직을 맡았다. 그룹 내에서도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불렸고 LG CNS 대표 시절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한 적이 있다. 

      김 내정자가 KT의 체절 개선에 나설 거란 기대가 있다. 올해 초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이 차례로 대표 후보로 내정됐지만 모두 사퇴했다. 이후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KT는 지난 6월 30일 새 이사회를 꾸리고 경영 정상화 작업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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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내부에서는 김 내정자가 LG유플러스·LG CNS 등 평생을 LG그룹에 몸담았다는 사실을 우려하고 있다. 경영 체계를 정착하고 기업문화를 개선할 의지가 뛰어난 후보로 평가받지만, '순혈주의'가 강한 KT 특성상 외부인을 경계하는 것도 사실이라는 평가다.

      김 내정자는 통신·클라우드·인공지능(AI) 사업에 식견이 뛰어나지만, 재무라인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만큼 보수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경제위기 우려가 나오던 2020년 팬데믹 시기에 대형 IT서비스 업계 중에서 처음으로 비상경영에 돌입한 바 있다. LG CNS는 비상경영에 돌입하며 투자와 예산·인력 운용 등을 최소화하겠다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김 전 대표는 사업 효율화에 강점이 있었으며, 보수적인 운영 방식에 직원 내부 반발이 있었다"며 "다만, 김 전 대표가 취임한 이후로 LG CNS는 2015년 3조원대 매출이 2020년 5조원대까지 오르는 등 매출과 영업익 모두 성장했다. 김 전 대표가 IT사업 부서에서 운영상 두각을 나타낸 시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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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내외부에서는 김 내정자가 '정통 KT맨'인 구 전 대표의 '확장 모드'를 이어갈지 주목하고 있다.

      구 전 대표는 2020년 취임 이후 총 2조6000억원 가량의 투자를 이끌며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 전환에 속도를 냈다. 투자 및 투자유치, 지분교환, M&A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했다.

      2020년 케이뱅크를 KT에서 BC카드로 넘겨 금산분리 문제를 피했고, 현대중공업그룹의 로봇제조사 현대로보틱스에도 소수지분을 투자했다. 2021년 IT·테크기업 투자 바람에 편승해 밀리의서재, 원스토어, 뱅크샐러드, 웹케시그룹 등에 투자했다. 현대HCN을 인수해 유료방송 독보적 1위 지위를 굳혔다.

      작년은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신한지주, 현대차그룹과 지분을 교환하는 등 동맹을 강화했고 CJ, LS그룹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클라우드 사업을 분할해 투자유치 작업을 진행했다. OTT '시즌'은 CJ그룹의 '티빙'과 합쳤다.

      KT 관계자는 "내부 사장·부사장급은 모두 정치자금이나 일감 몰아주기 등 검찰 수사에 엮여 있어 외부인사를 데려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과거부터 이석채·황창규 대표 등 외부출신이 올 때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쳤기 때문에 KT 내부 직원은 외부 출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김 내정자는 LG 재무통으로 구조조정 전문가인 만큼, 구 전 대표가 펼쳐 놓은 여러 사업이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