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블' 대신 주가 조기 안정...본격화된 옥석가리기에 고민 커진 'IPO 빅딜'
입력 2023.08.08 07:00
    시초가 범위 상향 제도 시행 이후 공모주 주가 양극화
    투기 수요 상장 첫날 대부분 소진...주가는 빠르게 하향 안정
    이차전지ㆍAI 등 일부 테마 공모주에만 자금 쏠림 여전
    중량급 '파두' 고전에 대어(大魚)들 어쩌나...당분간 고민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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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말부터 시행된 공모주 시초가 범위 확장 정책이 신규 공모주의 주가 안정에 어느정도 효과를 내고 있다. 신규 공모주의 상한가 가능성과 이에 따른 추종매매에 대한 기대감이 옅어지며, 공모주별 옥석가리기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공모 규모가 2000억원에 육박하는 중량급 기업공개(IPO)로 기대를 모았던 '파두'의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게 형성되면서, '따따블' 기대감으로 자금이 몰렸던 공모주 시장도 한 풀 꺾일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의외로 냉정한 시장 분위기에 상장 시기를 저울질하던 대어(大魚)급 기업들도 고민이 커진 모양새다.

      7일 신규 상장한 공모주 파두의 시초가는 2만6300원으로 공모가 3만1000원 대비 15% 낮게 형성됐다. 장 초반 개인투자자들의 투매 이후 일부 주가가 회복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결국 공모가는 회복하지 못한채 상장 첫 날 거래를 마감했다.

      파두는 데이터센터 향(向) 시스템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업체로, 시스템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산업의 성장 수혜를 입을 거란 기대가 많았다. 수요예측 단순 경쟁률은 362대 1로 약 48조원의 신청이 들어오며 공모가도 공모희망가 밴드 최상단으로 결정됐었다.

      파두의 부진은 최근 IPO 시장이 새로운 변곡점을 지났음을 알려주는 표식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 6월 말 공모주 첫날 시초가 제한폭 변경을 기점으로, 공모주 시장엔 '따상 대신 따따블'이라는 말이 구호처럼 돌아다녔다. 이차전지를 제외하면 박스권이었던 증시에 실망한 자금이 '단타'를 노리고 공모주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나 실제로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400%까지 치솟은 종목은 없었다. 새 규정 적용 후 첫 상장사인 시큐센의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3배인 198%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장중 고점 대비 40% 가까운 조정을 받았다.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260%로 치솟았던 필에너지 역시 상장 당일 차익 매물이 쏟아져나오며 고점 대비 30% 이상 조정을 받았다. 이들 종목은 상장 다음날엔 큰 폭으로 하락하며 이전같이 과열된 투기 자금이 몰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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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시큐센이나 필에너지도 이전 제도대로였다면 '따상'을 갔을 것이고, 이후 상한가 추종 매매 자금 등이 달려들며 한동안 주가가 과열됐을 가능성이 컸다고 본다"며 "장중 공모가 대비 4배 가까이 주가가 치솟자 일시에 차익실현 매물이 나왔고, 결과적으로 상장 일주일만에 현 주가 수준으로 빠르게 가격이 안정됐다"고 분석했다.

      새 제도 시행 이후 신규 상장한 14개 기업(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 중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았던 기업은 파두를 포함해 2종목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공모가 대비 주가가 낮은 기업은 파두를 포함해 7곳, 절반에 달한다.

      시초가 범위 확장 이후 단기 투기 수요는 보통 상장 첫 날 모두 소진되는 모양새다. 이후 비교적 안정적으로 옥석가리기가 이뤄지며 빠르게 시장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2021년 IPO 호황기와는 달리 신규 상장주가 보통 상장 후 일주일 안에 시장 가격을 찾아간다는 것이 인상적인 부분"이라며 "시초가 제한이 아예 없어 상장 첫 날 가격 변동성은 극심하지만, 대신 빠르게 시장 가격을 찾아가는 미국 증시와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파두는 시총 1조5000억원, 공모 규모 2000억원으로 하반기 IPO 시장이 '빅딜'을 소화할 능력을 갖췄는지를 가늠할 시금석으로 꼽히기도 했다. 파두의 공모 성과 및 상장일 주가 추이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하반기 공모를 준비 중인 대형 공모주들의 고민은 이 커질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 중 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시가총액 1조원 이상 '빅딜'로는 두산로보틱스ㆍ서울보증보험ㆍ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이 꼽힌다. SK에코플랜트, LG CNS, 케이뱅크, 컬리 등도 잠재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 7월만 해도 예상치 못한 공모주 시장 호황에 이들의 행보도 빨라질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지금은 비이성적 공모주 청약 열기가 빠르게 가라앉으며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현 주가 기준 공모가 대비 30% 이상 주가가 오른 기업은 이차전지 업체인 알멕ㆍ필에너지와 인공지능(AI) 솔루션 업체인 엠아이큐브솔루션 뿐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공모주 역시 지금 증시에서 인기있는 테마와 관련된 종목만 수급이 크게 쏠리고, 나머지는 상장 당일 차익 매물이 쏟아져나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IPO 시장의 수급 상황이 상반기 대비 구조적으로 나아졌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주관을 맡은 기업들에게도 서두르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