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수사, 중앙회장 선에서 끝?…아니면 더 큰 파장 이어질까
입력 2023.08.09 07:00
    박차훈 중앙회장,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 적용
    PEF 비위 수사, 결국 최고위급 인사까지…대규모 출자사업 위축 불가피
    새마을금고 투자한 대기업과 지역 및 정치권 확장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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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검찰의 새마을금고 비위 수사는 최고위 인사로 향했고 결국 중앙회 회장의 구속 영장 청구란 결론까지 다다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시작된 수사가 사모펀드(PEF) 출자 비위로까지 번지면서 새마을금고는 실무진부터 회장까지 구속 위기에 처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고, 이 과정에서 금고 중앙회 내부통제 문제점부터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허점까지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에 특정경제가중처벌법(수재)혐의를 보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출자한 PEF 운용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인데, 이미 PEF 출자 관련 수사 과정에선 최일선 실무진(팀장급), 이를 알선한 캐피탈사 임원(부사장)까지 구속 수감됐다. 

      일단 8일에는 영장이 기각됐지만 추후 검찰의 영장 재청구 등으로 박차훈 회장에 대한 구속이 진행되면 새마을금고는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새마을금고와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이제까지 한번도 꺼내보지 않았던 '새마을금고 중앙회 직무대행에 관한 규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중앙회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에 한하여 회장의 직무를 대행할 인사가 지정된다. 규정에 따라 회장의 직무대행은 ▲김인 부회장(現 남대문 새마을금고 이사장) ▲ 김기창 전무이사 ▲황국현 지도이사 순으로 지정된다. 회장의 부재에 따른 직무대행체제 전환, 비상경영체제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은 현재 행정안전부에서 관리 중이다.

      새마을금고 측은 "행정안전부의 관리 감독하에 비상경영체제의 초안은 마련된 상태"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사태에 PEF 출자 비위가 핵심으로 자리잡으면서 지난 수년간 자본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한 새마을금고의 출자 사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새마을금고는 과거 블라인드 부동산펀드에 약 400억원을 출자하는 과정에서 2008년 금융위기로 손실을 기록하자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로부터 '출자 제한 권고'를 받기도 했다. 이에 새마을금고는 위탁 펀드형 대체투자를 중단했는데 2020년 8년만에 블라인드펀드 투자를 재개했다.

      당시 새마을금고 신용공제대표를 맡고 있던 권광석 전 대표(현 우리미소금융재단 회장)는 "새마을금고가 자산운용의 아웃소싱을 기피했던 것은 감독당국의 규제와 내부 보수적인 문화에 기인했다"며 "감독 당국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위탁펀드를 다시 시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은 프로젝트펀드 출자 과정에서 다수 나타났다. 수 천억원의 대규모 펀드 출자가 일부 실무진들의 결정으로 좌지우지된 상황, 알선과 수재 등 금품이 오고간 정황이 포착되면서 새마을금고의 출자 과정 전반에 걸친 문제점들이 또 한번 수면위로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또다른 관심은 이 수사가 박 회장 선에서 종결할 것인지 아니면 새마을금고 자금을 받은 사모펀드 혹은 재계, 아니면 새마을금고와 연결고리가 있을지 모를 정치권까지 확장될 것인지 여부다. 

      새마을금고는 워낙 다방면으로 투자를 진행한터라 다수의 대기업 계열사에도 자금이 들어가 있다. 행여 검찰측이 이 부분을 주목할 경우, 재계로 여파가 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2019년 새마을금고 울산광역시청 성금전달식. 박차훈 새마을금고 중앙회장(가운데 팻말 좌), 송철호 전 울산시장(가운데 팻말 우) 이미지 크게보기
      2019년 새마을금고 울산광역시청 성금전달식. 박차훈 새마을금고 중앙회장(가운데 팻말 좌), 송철호 전 울산시장(가운데 팻말 우)

      총선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시기다보니 이번 수사대상이 '정치권'까지 확장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자산 규모는 284조원, 금고수는 3218개, 거래자수는 약 2180만명에 달한다. 전국 각지에 뻗어있는 촘촘한 인적 네트워크의 수장인 중앙회장은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일부 야당 의원들이 새마을금고 증인 채택을 두고 여당 측과 실랑이를 벌였던 일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그만큼 정치권과의 연계고리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출신지역과의 연계도 거론된다. 박차훈 중앙회장의 지역기반은 울산광역시로 1997년부터 2018년까지 동울산새마을금고 이사장직을 맡았고 1997도엔 울산광역시 시의회 의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과거 신용공제대표를 맡았던 권광석 전 대표 또한 '학성고등학교' 출신으로 울산 지역에 기반을 둔 인사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