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AI로 몰리는 주식시장…네이버가 카카오보다 인기 많은 이유는
입력 2023.08.09 07:01
    초거대 AI 신사업 기대감에 주가 오르는 네이버·카카오
    회복세 더 거센 네이버…카카오가 반사이익 누린단 평도
    AI 서비스는 네이버가 더 우위?…"아직 더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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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초거대 인공지능(AI)' 신사업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 상승세에 올라탔다. 다만 네이버가 관련 사업에 있어 카카오보다 기술적 우위가 있다는 평가에 주가 상승 폭이 더 컸다. 카카오에 비해 일찍이 AI 관련 투자를 시작한 데다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된 자사 포털의 활용도에 대한 기대감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대표 기술주인 카카오와 네이버는 코로나 이후 성장주로 꼽히며 주가가 고공행진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긴축 기조 등으로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고 테크주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면서 주가가 반토막난 바 있다. 특히 카카오는 계열사 물적분할 상장 논란,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이어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대한 미흡한 대처로 여론이 악화했다. 이들의 주가 흐름을 두고, 콘텐츠 등 사업부문에서 실적을 내야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젠 상황이 반전됐다. 그간 소외됐던 종목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초거대 AI 관련주로 묶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카카오와 네이버가 순차적으로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이래 두 기업의 주가 흐름은 상승세다. 7일 카카오는 1.74% 상승한 5만2700원, 네이버는 4.92% 상승한 23만4500원의 주가를 기록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일 2차전지 관련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는 분위기였는데 그 물량이 기술주로 몰려간 것으로 봐야한다"라며 "2차전지 다음으로 어떤 테마주가 급등세를 이어갈지 시장에서 관심있게 보고 있는 분위기이며 그게 AI 관련주라는 판단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개인 주도 장세이기 때문에 내러티브가 크게 작용한 상승세로 보여진다"라며 "이젠 숫자로 쓰여지는 펀더멘탈 같은 것은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와중에 주가 상승의 정도 차이는 존재한다. 네이버에 대한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더 강한 모양새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경 폭락 직전 수준(27만원대)까진 아니어도 23만원대까지 주가가 올랐다. 그러나 카카오는 당시 8만원대 중반이던 주가의 절반 수준까지만 회복한 모습이다.

    • 왜 네이버가 카카오보다 주가 상승세가 가파를까.

      일각에선 네이버가 AI 개발에 있어 다소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가 초거대 AI 서비스 출시 예고를 하면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는 반면 카카오는 네이버의 주가 흐름에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통상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 등락 추이가 유사한 이유에서다.

      일단 네이버가 일찍이 AI 관련 조직을 구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는 2017년부터 AI 관련 인력을 충원, 관련 모델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네이버의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네이버는 카카오보다 먼저, 더 크게 조직을 구성했으며 당시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LINE)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신중호 GCPO(Group Chief Product Officer)가 해당 조직을 맡았다. 반면 카카오는 최근에야 그간 카카오·카카오엔터프라이즈·카카오브레인 등으로 흩어졌던 AI 역량을 카카오브레인을 중심으로 모았다.

      이에 따른 두 기업의 AI 관련 향후 투자 계획도 상이하다. 네이버는 내년 투자규모 감소를, 카카오는 증가를 전망했다. 실제로 네이버 측은 컨퍼런스콜(이하 컨콜)에서 "현재 개발 중인 모델을 소화하기 위해 올해나 작년 만큼의 투자는 내년에 불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반면 카카오 측은 "카카오브레인은 하반기에도 AI 연구개발 인력 증가와 차세대 언어모델 구축으로 손실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네이버가 자사 포털을 통해 보유한 데이터의 양이 더욱 많은 점도 거론된다. 이에 따라 개발될 AI 서비스도 고도화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네이버는 커머스, 로컬 등 기존 서비스에 자사개발 AI를 적용해 버티컬서비스(특정 카테고리 상품만을 전문적으로 판매)를 제공, 매출을 늘린다는 복안이다.

      카카오는 메신저서비스 카카오톡의 트래픽을 활용해 개인화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다소 경량화된 파라미터(투입되는 데이터)를 활용한 AI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컨콜을 통해 밝혔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확실히 현업에서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네이버가 카카오 대비 기술적 우위가 있다고 보는 분위기가 있다"라며 "두 기업 모두 서비스 관련해 구체적으로 내놓은 건 없어서 아직 단언하긴 이르지만 상대적으로 네이버가 좀 앞서 나가있는 것이 있긴 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