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기 연속적자 롯데케미칼 등급조정? 하반기까진 지켜보겠단 신평사
입력 2023.08.11 07:00
    2분기 흑자전환 실패한 롯데케미칼, 예의주시하는 신평사
    "향후 1년간 석유화학·동박 사업 실적 개선 추이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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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석유화학 업종 부진 지속으로 수익성이 저하된 롯데케미칼이 또다시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사업다각화 차원으로 인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前 일진머티리얼즈)마저도 동박 수급 불균형으로 실적이 저조, 실적 개선을 견인하지 못했다. 신용평가업계는 하반기 동박 수급 및 석유화학 업황 개선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이다.

      롯데케미칼이 2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영업손실만 770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30%가량 그 폭이 더 확대됐다. 석유화학 업황이 부진한 영향이 컸는데 사업부문별로는 기초소재가 적자전환, LC타이탄은 적자폭이 확대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분기 컨퍼런스콜(이하 컨콜)을 통해 2분기 영업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2차전지 소재사업 영업실적이 연결 손익으로 본격 반영되고, 석유화학부문의 수급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6월까지만 해도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짙었다.

      그러나 롯데케미칼 측은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매주 더 낮아진 실적 가이던스를 제공하며 당혹감을 안겼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지속됐을 뿐만 아니라 기대를 걸었던 동박도 수급 악화로 호실적을 내지 못한 여파가 컸다.

      세간의 관심은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변동 가능성으로 모아진다. 롯데그룹 내 매출 비중이 큰 계열사다보니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이 흔들리면 그룹 내 타 계열사의 신용등급 변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 분기 재설정된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증가 요인은 ▲주력 제품 경쟁심화 등으로 사업안정성이 저하되는 가운데 ▲연결기준 'EBITDA(상각전영업이익)/매출액' 5% 미만 ▲연결기준 '순차입금/EBITDA' 4배 이상 지속적 초과할 경우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롯데케미칼의 EBITDA/매출액은 4.9%, 순차입금/EBITDA는 4배다. 

      2분기에도 해당 지표 수준을 충족할 공산이 크다는 평가다. 지표상 EBITDA는 늘고 매출액과 순차입금 규모는 다소 줄어야 하향 트리거를 충족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그러나 2분기 롯데케미칼의 EBITDA는 2018억원으로 지난분기(2325억원) 대비 10% 이상 줄어들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4%가량 늘었지만 순차입금 비율(자기자본 대비 순차입금)은 1분기 15.9%에서 20.4%로 늘어난 모습이다. 

      다만 신용평가사(이하 신평사) 관계자들은 롯데케미칼 하반기 실적 추이를 우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6월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한 단계 하향조정됐다. 이후 처음으로 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통상 신평사는 한 개 분기 실적만으로 신용등급 조정 여부를 결정하진 않는다.

      신평사 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실적이 안 좋기는 하지만 하반기에 방향성을 어느정도 보고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올해 하반기 실적이 회복될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해 업황 악화가 올해 상반기 일시적 현상인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신평사 연구원은 "당초 예상할 때도 상반기 실적을 그닥 기대하지 않았다.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이 턴어라운드하는 추이를 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석유화학 업황 회복 여부를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저가수주 경쟁이 촉발되며 실적이 크게 꺾인 상태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기대감도 있었지만 수요 회복은 여전히 더디다. 이에 LG화학을 비롯한 석유화학 기업들은 관련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중이다.

      또한 롯데케미칼의 배터리 소재 신사업 일환인 동박부문의 수익성 개선 추이도 지속 검토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분기 부진했던 실적에 대해 유럽, 북미 증설에 시간이 일부 소요됐고 타깃 시장의 수급이 불균형했다는 점을 들어 설명을 이어갔다. 이어 내년부터는 수급상황이 개선, 2025년 신증설이 본격화하면 전세계 동박 숏티지(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동박 사업의 금번 실적 부진이 일시적인 요인 때문인건지 다른 요인이 있는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동박 수요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수급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이 계속될 것"이라며 "동박 외에도 사업 다각화가 일부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보여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