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연봉킹들, 'PF 임원' 싹 사라지고 '트레이딩ㆍWM'서 꿰차
입력 2023.08.17 07:00
    메리츠ㆍ한국證 등 연봉 상위권에서 담당 임직원 이름 사라져
    한양ㆍ하이證 등 잡음 있었던 증권사서도 운용 부문 대약진
    3년 이상 성과급 이연 지급으로 아직 PF 관련 연봉 상위자 많아
    "지난해부터 성과급 크게 줄어...점점 연봉 상위서 사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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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담당 임직원들의 자리를 다시 운용(Trading)ㆍ자산관리(WM)담당 임직원들이 꿰찼다. 증권사에 돈을 벌어다주는 핵심 사업의 트렌드가 바뀌며, 증권사 연봉 '상위 5명'의 구성에도 큰 폭의 변화가 있었다. 부동산 침체와 함께 '대표이사보다 많은 급여를 받는 PF 영업직'의 전설도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 여파로 부동산 개발 부문의 어려움이 지속되며, 당분간 PF를 비롯해 투자금융(IB) 부문 임직원들의 이름은 이른바 '증권사 연봉왕' 순위에서 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16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 같은 추세는 부동산 PF가 주력 사업인 메리츠증권도 빗겨가지 않았다. 지난해 성과급 포함 34억원의 연봉을 받아 사내 연봉 순위 4위에 올랐던  여은석 부사장(프로젝트금융사업 총괄본부장)이 올 상반기 연봉 상위 5명 명단에서 빠진 것이다. 대신 '연봉왕' 자리에 오른 것은 세일즈앤트레이딩(S&T)을 총괄하는 장원재 사장(연봉 14.4억원)이었다.

      WM부문에서 두 명이나 연봉 상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광화문금융센터장인 문필복 전무(연봉 14.2억원)와 프라이빗뱅커(PB)인 정인용 영업이사(연봉 13.5억원)가 새로이 기록된 것이다. 한때 메리츠증권 연봉 상위를 독식하다시피 했던 기업금융ㆍ부동산금융 담당 임원 중 올 상반기에도 '연봉왕' 자리를 유지한 건 김기형 사장(기업금융사업부문장) 혼자 뿐이었다.

      역시 PF부문이 강한 한국투자증권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엔 방창진 전무(PF그룹장, 연봉 32.1억원)와 신주용 PF부서장(연봉 19.2억원) 등 부동산금융 담당자 두 명과 배영규 전무(IB그룹장, 연봉 20.1억원)가 연봉 상위 5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올해엔 신주용 부서장이 빠지고 그 자리를 파생상품을 취급하는 투자공학부 한우준 차장이 대체했다. 

      일반적으로 상반기 연봉 순위는 이전 해의 성과에 따른 성과급 규모에 따라 정해진다는 점에서, 한국투자증권 역시 기업금융ㆍ부동산금융의 성과급이 대폭 삭감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방창진 전무와 배영규 전무의 2022년 성과급 중 올해 지급분은 2021년 성과급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중소형사도 마찬가지다. PF를 전략적으로 육성하던 한양증권의 경우 2021년까지만 해도 박선영 당시 상무, 민은기 당시 부문장 등이 대규모 성과급을 받으며 사내 연봉 1ㆍ2위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는 FICC(채권ㆍ외환 등 운용)를 담당하는 이준규 센터장(연봉 17.8억원)이 1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정성민 이사대우, 선창훈 이사대우부장, 강응순 부장, 곽강현 차장 등 파생 및 S&T를 담당하는 실무진들이 대거 5억원 이상 연봉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PF 부실화에 따른 우려가 부각되고 있는 하이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상반기엔 김진영 사장(연봉 36.3억원), 오재용 상무보(연봉 18.6억원), 박인준 전무(연봉 15.5억원), 박정근 전무(연봉 11.7억원), 김준호 상무(연봉 9.4억원) 등 프로젝트금융ㆍ부동산금융 담당 임원들이 연봉 상위를 모두 휩쓸었다.

      올 상반기엔 이들은 모두 연봉 순위에서 자취를 감췄다. 빈 자리는 김우형 FI운용부장(연봉 13.1억원), 박춘식 상무(채권2본부장, 연봉 12.3억원), 남재용 전무(채권1본부장, 연봉 10억원) 등 전부 채권 부문에서 연봉 상위자들이 나왔다.

      물론 아직까진 기업금융ㆍ부동산금융 담당 임원들이 연봉 상위 명단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이들은 성과보수의 40% 이상을 향후 3년 이상 나누어 받는 성과급 이연제를 적용받고 있는 까닭이다. 부동산 호황기인 2019년 이후 3~4년치의 성과급을 현재까지도 지급받고 있는데, 특히 2021년 전후의 성과급 규모가 크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이형락 전무(투자개발부문 대표, 연봉 12.1억원), 주용국 전무(IB2사업부 대표, 연봉 11.9억원), 김동춘 상무(프로젝트금융부문 대표, 연봉 10.9억원) 등 기업금융ㆍ부동산금융 담당 임원들이 올 상반기에도 최현만 회장을 이어 연봉 상위권에 대거 포진했다.

      NH투자증권 역시 신재욱 상무(부동산금융본부장, 연봉 11.1억원)가 정영채 대표(연봉 9.5억원)보다 높은 급여를 받아 상반기 '연봉왕'에 올랐다. 프로젝트금융본부장을 겸임 중인 최승호 IB2사업부 대표(연봉 8.3억원)과 윤병운 IB1사업부 대표(연봉 10.9억원)도 연봉 상위 5위에 등재되며 기업금융ㆍ부동산금융 부문 임직원 강세를 이어갔다.

      삼성증권의 경우 올 상반기 천정환 상무(부동산PF본부장, 연봉 6.2억원)와 유형석 팀장(부동산PF2팀장, 연봉 5.9억원)이 새로이 연봉 상위 5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상반기엔 김병인 부사장, 박지만 팀장 등 파생결합증권 사업 관련자들이 상위 명단에 포함됐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에도 구조화금융 부문이 18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며 사실상 IB부문을 먹여살리다시피 한 데다, 고정 이하 자산 비율도 0.8% 안팎으로 대형 5개사 중 가장 낮게 유지되고 있는 점이 배경으로 분석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부동산금융 관련 성과급의 경우 올 상반기 급여에 적용된 2022년 결산에 대한 성과급은 이전 대비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며 "당분간 부동산 경기가 갑자기 돌아서긴 쉽지 않은만큼, 연봉 상위권에서 부동산 부문 임직원은 점점 줄어들고 올해 수익을 내고 있는 트레이딩과 WM 부문의 임직원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