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쓸만한 후보 없는 HMM 예비입찰…'실패 우려' 커진 산업은행
입력 2023.08.21 07:00
    21일 예비입찰 서류 마감…승자의 저주 감당할 후보 안보여
    다들 '눈치'보고 있지만…해운업황·글로벌 경기 변수
    대한항공·아시아나 M&A에 HMM까지…근심 커진 산은
    올해 국감에서도 지적 가능성…"예비입찰 지켜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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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최대 해운사 HMM 매각 예비입찰 서류 마감이 21일 진행된다. 초대형 인수합병(M&A)이다보니 누가 인수전에 참여할 지 관심이 모였지만 의미 있는 입찰이 될 지에 대한 기대감은 떨어진 분위기다. 

      산업은행의 다른 기업 구조조정 건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도 난관을 겪고 있어 'HMM 실패'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이날 HMM 예비입찰 서류 접수를 마감한다. 그간 산은이 진행해온 거래는 마감일까지 서류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간 HMM 인수에 관심을 보인 곳은 SM, 하림, 동원, LX, 글로벌세아 등이다. 일부 해외 컨터네이너선사도 투자설명서(IM)를 수령했다고 알려진다. 

      다만 매각 규모를 감당할 수 있는 원매자는 없다는 게 중평이다. 지금까지 거론된 그룹들은 단독으로 막대한 HMM 인수자금을 마련하기는 불가능하다. 대부분 재무적 투자자(FI), 금융사 등과 손을 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X그룹처럼 덩치 키우기가 필요한 그룹이 경우 오너 입장에선 단숨에 ‘재계 순위’를 끌어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욕심나는 거래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그룹 내외부에선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은 분위기다. 인수 직후부터 '승자의 저주'가 거론되는 거래여서다.

      그러니 이들 후보들이 IM을 수령하고 인수를 검토했어도 입찰참여 여부는 불분명하다. 예비입찰까지는 참여하더라도 입찰서류에 구속성(Binding)을 갖춘 본입찰까지 참여하는 것 역시 별개문제다. 또 해외기업의 경우, 정부와 산업은행이 국내 유일 대형 해운사를 넘길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여러 곳에서 연락도 많이 오고 있지만, 정해진 것이 없으니 검토만 하고 있는 중이다”라며 “금융사나 인수 후보들 모두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실제 유의미한 거래가 되려면 규모가 있는 규모 있는 대기업 참여가 불가피한데 이미 기대감은 떨어진 분위기다.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해운업을 하는 현대차그룹이 뛰어들 지 관심이 모였지만, 여전히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현대글로비스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인수 계획 없다”고 공식 언급하기도 했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 관계자들에게도 인수 불참 의지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설사 ‘재무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일지라도 인수전 등판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글로벌 해운시장은 지난해까지 코로나 팬데믹 특수로 호황을 누렸지만 올해 들어 침체에 들어섰다. 이번 2분기 HMM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7%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은 94% 감소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폭등했던 운임이 평년 수준으로 복귀한 탓이다. 

      글로벌 경기 전망도 심상치 않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설사 굴지의 대기업이라도 이런 분위기에서 선뜻 ‘수조원’을 베팅하는 판단을 내리긴 쉽지 않다. 

      HMM 인수전이 좀처럼 활기를 띠지 못하면서 산업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견 기업들만 인수 의지를 보이자 주관사 등과 카브아웃(Carve-out) 매각 등 여러 방법을 고민하기도 했으나, 의미도 없고 현실화하기도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산업은행이 ‘원하는’ 매각자와 규모로 거래가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SM 그룹은 언론을 통해 “최대 4조5000억원 베팅”을 공표했는데, 이에 산업은행 측에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는 후문이다. 시장에서는 SM그룹의 해운부문 계열사인 대한해운의 김만태 대표이사가 HMM 출신인 점을 고려했을 때 해운 업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마지노선’을 제시했다는 평도 나온다.

      산업은행이 진행하고 있는 다른 기업 구조조정들이 부진한 점도 부담이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HMM 매각까지 성사되지 못하면 안팎에서 ‘산은 책임론’ 목소리가 높아질 확률이 높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도 시간을 끌다가 회사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헐값 매각했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M&A도 지체되고 있는데 HMM 매각도 실패하면 산은을 향한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본다”며 “산은에서도 국정감사도 다가오고 기업구조조정 담담인 안영규 부행장의 임기가 연말까지라 올해 내로 매듭짓고 싶을텐데 여러모로 고민이 많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오는 10월 국정감사(국감)에서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성과가 도마 위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산은은 대우조선 매각과 더불어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에 관해 질타를 받았다. 당시 국감에선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관리해오면서 매각 기회를 여러 번 놓쳤고,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한화그룹으로의 '헐값 매각'으로 이어졌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한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부산 이전 추진 경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관련 질의를 준비하고 있고 HMM 관련 질의는 21일 예비입찰 결과를 확인하고 방향성을 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