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손실 일괄 점검…연기금ㆍ공제회 '발등에 불'
입력 2023.08.23 07:00
    감사원ㆍ금감원에 이어 국회도 해외 부동산 자료 요청
    국내 공제회들 대체투자 비중 상당히 높아…70~80% 육박
    무수익 자산 급격히 늘어나며 해외 부동산 손실 현실화 中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감사원과 금융감독원이 연기금 및 공제회 대체투자 현황을 전수조사중인 가운데 하반기에 국정감사까지 더해지면서 주요 연기금 및 공제회 관계자 사이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해외 부동산 손실이 현실화하면서 국민의 돈을 맡아 운용하는 이들 기관의 책임론이 부상할 수 있단 관측이다.

      최근 주요 연기금 및 공제회는 감사원, 금감원의 자료요청에 더해 국정감사 대응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8월 초 감사원에서 대체투자 현황 관련 연기금, 공제회 전수조사에 들어갔고 금감원은 기획재정부를 통해 해외 부동산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주무부처의 국정감사 시기가 다가오자, 국회의원들로부터 자료요청이 잇따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 부동산이 부실 자산의 '뇌관'으로 떠오르자, 자본시장의 큰손인 공제회와 연기금에 시선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기관들은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대체투자를 대폭 확대했는데, 글로벌 부동산 시장 침체로 손실 가능성이 급증한 탓이다. 특히 재택근무 확대로 공실이 급증한 미국과 유럽의 오피스 빌딩 가격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 등 주요 공제회의 대체투자 비중은 70~80%에 육박한 상황이다. 작년 말 기준 교직원공제회의 대체투자 부문은 31조6000억원으로 전체 자산운용에서 71.9%를 차지하고 있다. 17조 수준이었던 2019년때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행정공제회의 대체투자규모는 16조4481억원으로 운용자산 중 80% 수준에 이른다.

    •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외부동산 투자분에 대한 손실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18년을 전후로 투자한 건들의 펀드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건물가격은 내려가면서 장부가를 줄줄이 감액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후순위 투자 건들의 리스크가 높아, 해외 부동산 자산 중 무수익 비중이 10%에 이른다고 전해진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투자 자산 중 무수익 비중이 10% 정도로 해외 상업용 부동산 손실 리스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라며 "국내 공제회의 대체투자 적정 비중은 50% 정도로 판단하는데 단기간에 과하게 늘린 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공제회 중 규모가 가장 큰 교직원공제회는 다가오는 본감사의 주요 타깃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자본시장의 큰손으로 부동산 관련 손실도 적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지난해 교직원공제회는 금리 상승으로 회원들의 대출이 늘어난 상황에서 유동화가 어려운 부동산 자산이 많아 유동성 관리에 더욱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은 공제회 및 연기금이 제출한 대체투자 자료를 분석한 후에 감사 대상 등을 확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원이 투자의 적절성을 살펴보겠다고 밝힌 만큼 각 연기금 및 공제회의 내부 투자심의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했느냐가 핵심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각 기관은 대체로 내부위원과 외부위원으로 구성한 투심위를 열어 투자안건이 합리적으로 결의되도록 하지만 일부 기관은 투자책임자가 투심위에 내부위원으로 있어 이해상충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감사에서 부실 투자가 드러날 경우 임직원에 대한 징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관련업계에선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감사원이 사실상 전 공제회와 연기금에 대체투자 자료를 요청하면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이는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라며 "감사 대상이 되는 기관의 수가 확정되지 않아 긴장 중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해외 자산을 제대로 파악할 역량이 없는 국내 금융사들이 급격히 투자를 늘리면서 손실이 커졌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 조직, 충분한 인력 등의 체계적인 준비 없이 무리하게 영업에 나선 곳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운용사 및 증권사가 해외에 있는 현지 운용사와 소통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라며 "해외에 투자한 부동산 자산이 손실 구간에 진입했을 때 대처도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답답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