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3분기로 밀린 주주환원 약속...주가는 지지부진
입력 2023.08.23 07:00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주주환원 계획 3분기로 미뤄
    새 회계제도 도입으로 불확실성 존재
    역대급 실적에 주주들 기대감은 크지만
    불확실성 속 보험사 주가는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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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보험사들이 올해 상반기 새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 효과로 역대급 순이익을 기록했다. 주주들의 관심은 이제 이들이 내놓을 주주환원 정책으로 쏠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3분기까지 새로운 회계기준에 대한 검토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올해 거둘 수익 예측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역대급 실적에도 보험사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배당 확대 등에 대한 기대감을 담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올 상반기 5대 은행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거뒀다. 손해보험협회 기준 19개인 손보사들은 4조6000억원의 순이익을, 생명보험협회 소속 20개 생보사들은 3조4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들이 합계 순이익은 8조원으로 5대 은행의 상반기 순이익 8조969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삼성화재가 보험업 전체에서 가장 높은 순이익을 기록했다. 삼성화재는 연결기준 1조2166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전년대비 27.3% 증가한 실적을 보였다. DB손해보험은 1조27억원, 메리츠화재는 839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생보사 중에선 삼성생명이 1조38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한화생명은 7038억원, 교보생명은 6716억원, 신한라이프는 311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이들이 내놓을 주주환원 정책에 관심이 쏠리지만 어느 보험사도 나서서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삼성화재 상반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선 배당 등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요구가 나왔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의 이용훈 경영지원팀장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팀장은 “올해 IFRS17과 킥스가 새롭게 도입되었으며, 1분기 결산 끝내고 업계나 시장의 혼란이 있었다. 금융감독원이 별도의 계리적 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아직도 변동성이 커 3분기 결산 시점에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적용된 수치들이 나올 예정이다”라며 “3분기 결산 시점에 제도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면서 연말 결산을 포함해 IFRS17과 킥스제도가 정착된 이후에야 초과된 자본과 배당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도 이와 같은 질문이 나왔지만, 삼성생명도 구체적인 배당에 대한 말을 아꼈다. 

      김선 삼성생명 경영지원실잘은 “기존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배당금을 지속적으로 상향하겠다는 기조는 수차례 말했고 변화도 없다. 금년 가이드라인을 달라고들 말하는데 연간 순이익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어야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가이드라인 이슈라든가 남아있는 변수들이 꽤 있어서 연간 순이익은 그런 상황 지켜보며 소통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자사주 및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금년 손익 살펴보고 단계적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업계 1위 보험사들조차도 올해 순익 추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배당 등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대손 준비금 적립 기준을 높이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 보험사의 대손 준비금 적립 기준을 은행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인데, 현재 보험사는 자산의 2% 이상을 대손 준비금으로 쌓도록 되어 있고, 은행은 자산의 7% 이상을 대손 준비금으로 쌓고 있다. 보험사들이 은행 수준의 대손 준비금을 쌓게 되면 보험사들이 벌어들은 수익 중 일정 부분을 활용해야 한다. 자연히 보험사 순이익 규모 및 배당 등 주주환원에도 영향을 준다. 

      신한금융투자에서도 지난 6월 배당성향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임희연·백지우 연구원은 “보험사들이 회계제도 변경으로 올해부터 이익이 경상 수준 대비 많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주주환원에 보수적인 예상 전망치를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실제 보험사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작년말 7만4000원까지 올랐던 삼성생명 주가는 현재 6만6000원 수준이다. 한때 3만8000원까지 올랐던 현대해상 주가는 2만7000원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초기 혼란이 있었지만, 3분기 이후부터는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라며 “새로운 보험회계의 특성상 순이익 예측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 보다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배당 등 주주환원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임희연·백지우 연구원은 “보험사들이 회계제도 변경으로 올해부터 이익이 경상 수준 대비 많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주주환원에 보수적인 예상 전망치(가이던스)를 제시했다”라며 “올해 보험사들의 주주환원은 주당 배당금은 늘어날 것이나 배당 성향은 크게 낮아지는 수준으로 이뤄질 것”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