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의 ‘권토중래(捲土重來)’ 약속은 지킬 수 있을까
입력 2023.08.24 07:00
    Invest 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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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이 조용하다. 8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자랑하는 정 부회장은 평소 하루 이틀 사이로 게시물을 올리는 편이었다. 그런데 8월13일 이후 피드는 고정돼 있다.

      공교롭게도 14일엔 이마트의 반기보고서가 공시됐다. 이마트의 실적은 기대 이하였다. 2분기에 53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쿠팡에 매출이 밀렸다. 그래서인지 정 부회장의 마지막 게시물 답글에 이마트의 실적과 주가를 언급하는 이들이 많았다.

      피드는 조용했지만 정용진 부회장은 ‘스토리(24시간 이후 삭제되는 게시물)’을 하나 올리고 거기엔 捲土重來(권토중래)라고 적혀 있었다. 중국 초나라의 항우가 “패전의 좌절을 딛고 훗날을 도모하였다면 다시 한번 패권을 얻을 기회를 얻을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을 토로한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어떤 일에 실패했으나 힘을 축적해 다시 그 일에 착수하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대략 일주일이 지난 8월22일, 공시가 하나 뜨는데 이마트가 SSG푸드마켓 청담점과 도곡점의 토지 및 건물을 ㈜신세계에 넘긴다는 내용이다. 양도가액은 1298억원가량이다. 양도목적에 대해 이마트는 “사업재편에 따른 자산 매각”이라고 설명했다.

      이 SSG푸드마켓은 2012년 7월에 신세계가 선보인 프리미엄마켓이다.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이국적인 식재료와 프리미엄 식자재를 취급하면서 여러모로 화제가 됐었다. 신세계는 이걸 2016년에 이마트에 양도했다. 1297억원에 자산과 인력, 상품 등 모든 자원을 포함한 영업양수도 방식이었다. 7년이 지난 지금 같은 가격에 다시 원주인에게 돌아간 셈이다.

      신세계그룹은 프리미엄슈퍼마켓을 이마트로 일원화해 경영 효율화와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을 기대했다. 이마트의 구매력을 감안한다면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목동점과 해운대점은 영업부진 끝에 폐점했고 현재 이마트 실적에서도 유의미한 성적표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용진 부회장의 ‘권토중래’를 다시 한 번 끄집어낸다면 SSG푸드마켓 양도목적에 밝혔듯 이마트가 본격적인 사업 재편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쿠팡이 이커머스를 넘어 유통업계 전체 1위를 노리는 마당에 이마트의 입지는 많이 애매모호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가장 싼 제품을 파는 것도, 가장 프리미엄 제품을 파는 것도 아니고, 거기에 가장 빨리 배송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이마트가 살아남기 위해선 ‘Back to the Basic’이어야 한다”며 “결국 강력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한 값싸고 양질의 제품을 신속하게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만이 쿠팡과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마트가 신세계에 넘기는 게 SSG푸드마켓뿐 아니다. 신세계는 지난해 이마트와 이마트 계열사인 신세계I&C가 보유한 신세계라이브쇼핑 지분 47.8%와 28.3%를 각각 1417억원과 837억원에 인수했다. 올해 5월에는 계열사인 신세계센트럴시티가 이마트로부터 영랑호리조트 사업권을 748억원에 넘겨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마트로부터 양도받은 사업들을 신세계가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경영 수완과 감각이 더해진다면 관련 사업에 ‘프리미엄’이 충분히 붙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결론인즉 신세계그룹이 살아남기 위해선 양극단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마트는 정용진 부회장의 이미지를 활용해 더 대중화를 하고, 신세계는 초(超)프리미엄으로 방향성을 잡아야 둘 다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답은 역시 ‘오프라인’에 있을지도 모르고, 실제로 두 회사는 다시 오프라인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렇기에 신세계그룹 투자자나 이마트, 신세계의 주주들은 정용진 부회장의 ‘권토중래’가 현실화하길 고대하고 있을 테다.

      정용진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은 팔로우하고 있지 않으며 우연하게 스토리를 봤다. 그리고 주말엔 잘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