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주가 띄워도 또다시 논란에 둘러싸인 최정우 회장
입력 2023.08.30 07:00
    성장성에 호평 받은 지 한 달 만에 그림자 드리운 경영체제
    해외 골프회동·보수 산정기준 변경에 "부적절하게 읽힐 소지"
    주주 의중도 관전 포인트…"2021년 연임 때도 논란 산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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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포스코그룹을 2차전지 기업으로 거듭나게 한 최정우 회장의 임기 완주 가능성에 또다시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골프 회동 논란이 생겼고 상여 평가 기준을 바꿔 높은 보수를 수령한 사실에 대한 여론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아서다. 성장궤도에 오른 가운데, 경영체제 안정을 바랄 주주들의 움직임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그간 포스코그룹은 정치권 입김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수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역사를 반복해왔다. 현재 포스코그룹의 수장인 최정우 회장 또한 예외는 아닐 것이란 평가가 다수였다. 포스코그룹과 유사하게 정치권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KT그룹의 대표이사 사임 사례는 이같은 평에 힘을 실었다.

      그런데 최정우 회장이 취임 당시 2차전지 소재사업을 신성장 부문으로 격상시킨 결정이 빛을 발했다. 아르헨티나 리튬 호수 광권 인수를 통해 2차전지용 양극재 주요 소재인 리튬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만큼 2차전지 밸류체인을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실제로 주요 기업들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던 지난달, 포스코그룹은 자본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를 이 정도로 올렸으면 임기 완주를 고민할 게 아니라 보상을 손에 쥐어줘야 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2차전지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극에 달하면서 그룹 시가총액도 크게 증가했다. 25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10위를 기록 중인 포스코퓨처엠은 주가 상승으로 한때 현대차의 시가총액을 추월하기도 했다. 지금은 포스코 계열사들의 주가 상승 폭이 다소 둔화된 면이 있지만 이는 2차전지, 바이오 등 테마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며 수급이 다변화된 영향이 클 것이란 평가다.

      실적과 주가. 포스코그룹이 숫자가 뒷받침해주는 경영성과를 입증해내면서 최정우 회장의 임기 완주 가능성이 거론됐다. 그럼에도 회의적인 평가는 여전하다. 경영 성적표와는 무관하게 결국 정치계 의지에 따라 수장 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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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간의 주목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최정우 회장을 둘러싼 잡음이 생기는 모양새다. 최근 불거진 사외이사와의 해외 골프회동 논란이 그 중 하나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한편 최정우 회장이 사외이사듣과 함께 해외 골프를 다녀왔다는 것이 골자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그룹 측은 "이사진들의 해외 방문은 현지사업장을 둘러보고 이사회를 개최하는 정상적 경영활동"이라고 설명했다.

      골프 회동 관련 논란은 뼈아프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당시 국회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던 주제 중 하나였다. 당시 포스코그룹은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제철소가 침수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는데, 상륙 당시 최정우 회장이 골프약속에 나간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됐다.

      이에 더해 최정우 회장이 올해 상반기 상여를 다소 높여 받은 부분도 문제시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매출액 반영 비중은 높이고 영업이익의 비중은 줄이는 방향으로 보수산정 기준을 바꿨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11%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6.7% 감소했다. 태풍 힌남노로 인한 침수 피해로 복구비용이 투입됨에 따른 결과였다. 신규 기준에 따라 지난 상반기 최정우 회장은 23억8000만원의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포스코홀딩스 측은 "임원 성과평가 기준은 수익성, 성장성, 기업가치 제고 및 임원 책임경영 관점에서 장단기 성과평과를 통합해 운영하기로 했다"며 "2021년 12월 이사회에서 의결했고 2022년부터 변경 적용했다"고 전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골프회동 논란은 최정우 회장이 과거 일으킨 물의와 유사한 양상이어서, 또다시 임기 완주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라며 "회장 거취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부적절하게 읽힐 만한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고 판단되는데 아쉽다"라고 말했다.

      대표이사가 직을 내려놓은 KT의 뒤를 밟을 것이란 지적도 오간다. 지난 6월 KT가 사외이사 최종후보를 추천하던 당시 개선한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도 포스코그룹에 적용될 공산이 커보인다는 분석이다. 당시 KT는 최고경영자(CEO)의 연임우선심사 제도를 폐지하고 정관상 대표이사 자격요건 항목을 변경했다. 사외 대표이사 후보군도 외부 전문기관 추천과 공개모집 뿐만 아니라 주주추천을 통해 구성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다만 주주들의 지지에 힘입어 임기를 완주하는 첫 사례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21년 최정우 회장은 부진한 실적과 안전사고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KT의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 개정안은 KT를 비롯한 모든 기업들에 적용하는 툴로 만든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를 포스코그룹에도 적용하지 않을까 예상하는 목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성장성을 부각시켜 기업가치를 올린 만큼 주주들의 지지를 기대해볼 법한 상황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