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거래소 1호' 넥스트레이드 첫삽 떴지만…수익성 여전히 '의문'
입력 2023.08.31 07:00
    NHㆍKBㆍ미래ㆍ삼성 등 37개社 참여한 대체거래소
    1500억원 가까이 출자했지만…경쟁력 의구심 제기
    차별화된 상품 없이 수수료 출혈경쟁 예고한 상황에
    시장감시ㆍ청산결제 수수료는 기존 거래소에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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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1호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의 출범을 앞두고 한국거래소(KRX) 및 금융당국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 ATS 사례처럼 제도권밖의 특화 상품을 팔지 않는 까닭이다. 기존 거래소와의 차별성이 부족해 결국 수수료 출혈경쟁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KRX는 최근 넥스트레이드로부터 상장심사ㆍ청산ㆍ시장감시 등 분야에서 막대한 수수료를 받겠다는 속내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유보금을 쌓지 않고 배당을 통해 매매 수수료 수익을 챙기려 했던 증권사들의 당초 계획도 어긋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최근 금융당국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는 지난달 ATS 예비인가를 획득, 2024년 본인가에 이어 2025년 초 본격 운영을 목표로 설립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말부터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금융위는 거래소간 경쟁 체계 구축을 통해 주식거래 수수료를 인하하고, 개인 투자자의 명시적 거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구상으로 ATS의 설립을 추진해 왔다. 국내 증권사들과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회사들도 수수료 인하와 거래시간 확대, 매매 범위 확대 등을 노리고 ATS 설립에 참여했다. 

      금융투자협회 및 미래에셋증권ㆍ삼성증권ㆍ신한투자증권ㆍKB증권ㆍ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 7곳이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네이버ㆍ카카오 등 IT기업들도 설립 과정에 자금을 보탰다. 총 34개 회사가 넥스트레이드에 1460여억원을 출자하며 주주로 나선 상황이다. 

      넥스트레이드 주주로 참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 매매 수수료를 기존 거래소처럼 일률적으로 부과하지 않고, 매도 호가(呼價)를 더 싸게, 매수 호가를 더 비싸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다르게 책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시장 참여자에게 가장 유리한 기준의 호가로 매매가 체결돼야하는 '최선집행의무'가 있기 때문에, 매도 호가가 싸면 결국 증권사들과 주주들은 오게돼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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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다만 넥스트레이드의 수익성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매수 호가 수수료를 줄이는 방식의 '출혈경쟁'으로는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는 까닭이다

      넥스트레이드는 해외의 ATS 사례처럼 STO(토큰증권)나 중소기업 매매채권, 비상장주식 등 비제도권 상품에 주력하지 않고, 수수료 인하와 영업시간 연장을 통해 경쟁력을 담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KRX가 증권사로부터 증권거래회비 명목으로 거둬들이는 수수료는 거래 횟수마다 0.0027%로, 이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심지어 해당 수수료는 거래 플랫폼 서비스와 거래 후 청산 수수료 두 부문을 합친 비용으로, 매매 수수료만 한정할 경우 더 낮게 책정된다.  

      KRX 고위 관계자는 "거래소 회원사(증권사)들 중에서는 편의에 따라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를 일절 지불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당사보다 더 낮은 수수료로 존립하려면 주주인 증권사가 계속 출연해야 할 텐데, ATS에 그만한 메리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사 관계자도 "수수료는 명시적 비용일 뿐, 더 중요한 것은 잠재적 거래비용"이라며 "내가 원하는 호가를 냈을 때 이를 받아줄 수 있는 마켓 뎁스가 중요한데, 신규 거래소엔 유동성이 부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넥스트레이드는 KRX에 상장심사ㆍ청산ㆍ시장감시 등 업무와 관련해 추가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ATS는 상장주권 또는 증권예탁증권(DR)의 매매체결 기능만 수행할 수 있어, 그 외의 기능은 한국거래소와 그의 전자등록기관(KSD)에서 담당하는 까닭이다. 

      실제로 KRX는 올해 4월 ATS 시장감시 수수료 부과 방안 모색을 위한 연구용역을 입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KRX 수수료 체계상 규제 관련 수수료를 별도로 부과하지 않아, ATS에 대한 시장감시 수수료 부과의 합리적인 판단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KRX와 넥스트레이드의 주주가 완전 일치하지 않는 것도 '수수료 전쟁' 이슈에 불을 지피고 있다. KRX 대표 주주 중 메리츠증권과 JP모간증권 서울지점,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맥쿼리캐피탈리미티드 등은 넥스트레이드의 주주로 참여하지 않았다. 

      만약 KRX가 수수료를 받지 않게 되면 이들이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KRX 입장에선 비교적 자유롭게 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당국 관계자는 "넥스트레이드는 사내유보금 없이 이익이 생기면 즉각 배당금으로 주주(증권사)들이 가져갈 계획이었는데, 출자금 만큼의 이익을 얻기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