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티브의 모셔널 증자 필요성에…현대차그룹은 여전히 고민중
입력 2023.09.01 07:00
    자율주행 사업에 兆단위 자금 투입해 온 현대차
    "증자에 무게…포티투닷과 기술 경쟁시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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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자율주행 분야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이 미국 자동차 기술 공급업체 앱티브(Aptiv)와 설립한 합작법인 모셔널(Motional) 증자 여부를 두고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2020년 앱티브와 자율주행 업체 모셔널을 설립했다. 당시 현대자동차가 1조2678억원, 기아가 6969억원, 현대모비스가 4978억원을 출자, 총 2조5000억원가량의 자금을 들여 50%의 지분을 취득했다. 나머지 지분 50%는 앱티브가 보유하고 있다.

      모셔널의 실적은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516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1년 만에 7500억원으로 그 규모가 확대됐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근시일 내 투자금액 회수를 기대하긴 어려운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포드, 독일 폭스바겐그룹 등 글로벌 기업들이 공을 들여온 자율주행 사업에서 손을 뗀 이유기도 하다.

      유사한 맥락에서 지난해 말 모셔널의 법인 정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리해고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올해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이어 최고전략책임자(CSO)까지 현대차 임원으로 교체하며 이를 일축시켜 왔다. CFO는 이철곤 현대차 IR 팀장·상무가, CSO는 박세혁 현대차 상무가 맡고 있다.

      지난 4월경부터 앱티브의 추가 증자 필요성이 제기됐고, 시장에선 앱티브가 현대차에 증자를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예상 규모는 2조원 수준으로 연구개발(R&D)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요구였을 것이란 분석이다. 마침 현대차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지만 앱티브에서 추가 증자를 요청한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일단은 현대차가 증자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관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에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개발과 신사업에 8조9000억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6324억원과 4215억원, 총 1조539억원을 국내 자율주행 자회사인 포티투닷(42dot)에 투입할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가 두 개의 자율주행 기업을 자회사로 두어 자율주행 기술 채택에 있어 효율을 높일 수도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올해 6월 열린 '인베스터데이'에서 "독립사업체를 두는 것은 빠른 기술 개발과 시행착오를 통해 사업화 방향성을 도출하기 위함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SDV는 자율주행과 FMS(차량관제시스템)으로 구성된다. 모셔널은 자율주행, 포티투닷은 SDV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라는 설명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내부적으로 포티투닷과 모셔널을 경쟁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꽤 큰 자금을 투입해 온 기업들인 만큼 성과를 조만간 내긴 해야 할 때"라며 "기술에 있어 모셔널과 포티투닷이 완전히 다른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현대차 입장에서는 어떤 기술이 좋을지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모셔널이 보유한 기술이 다소 앞선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도로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현대차 입장에서도 기술 채택에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