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주력상품은 땅?"…부동산 매각 여념없는 이마트·롯데쇼핑
입력 2023.09.04 07:00
    독주하는 쿠팡…비(非)쿠팡과 격차 더 벌리는데
    1위 위협받는 이마트, 존재감 옅어진 롯데마트
    "재무건전성 악화 막기 위한 전략 마땅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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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마트와 롯데쇼핑은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본업인 유통업에서 경쟁력이 악화하는 가운데, 부동산 매각을 통한 자산 유동화는 '임시방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양사는 지난 3월 올해 경영 목표로 '수익성 중심'을 내건 바 있다.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외형을 확장하기보다는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팬데믹이 시작한 2019년 이후 꾸준히 유동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비효율 자산으로 분류한 점포의 토지 및 건물을 매각 후 재임대(세일앤리스백; S&LB)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만들고 있다. 작년 이마트 임차 점포 비중은 19.5%(31개)로 2018년 9.7%(15개)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지난 22일 이마트는 그룹의 프리미엄 슈퍼마켓 'SSG푸드마켓' 청담점·도곡점 토지와 건물을 신세계백화점에 1298억2500만원에 넘긴다고 공시했다. 

      이마트가 사업 재편을 위해 그룹의 프리미엄 슈퍼마켓인 'SSG푸드마켓' 사업을 신세계백화점에 넘겼다. SSG푸드마켓이 2016년 신세계에서 이마트로 넘어간 지 7년 만에 신세계로 다시 돌아간다.

      SSG푸드마켓 매각도 유동성 확보를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전부터 이마트가 종속 회사 지분을 신세계에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올해 영랑호리조트사업권 지분 100%를 신세계센트럴시티에 748억원을 받고 넘겼다. 지난해는 이마트와 이마트 계열사인 신세계I&C가 각각 47.8%, 28.3% 지분을 보유한 신세계라이브쇼핑을 2255억원에 매각했다.

      지난 5월 이마트가 발간한 '이마트 2022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2월 이마트 감삼점·동광주점 매각 건이 보고됐다. 지난해 4월과 8월은 각각 이마트 중동점·명일점 매각 승인의 건이 가결됐다.

      2019년은 13곳의 점포를 매각했으며, 이 중 11곳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당시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해 9525억원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자산 유동화가 목적인 만큼 가격이 비싼 수도권 점포를 매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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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쇼핑도 부동산 자산 매각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2019년 백화점·할인점·슈퍼·아울렛 등 1295개 점포를 2022년 924개로 줄였다. 이는 지난 3년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점포 구조조정이다. 이마트와 라이벌 관계였던 롯데쇼핑은 올해 상반기 '유통 대전'에서 쿠팡이 치고 올라오자 사실상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는 평이다.

      롯데쇼핑의 자산 매각 또한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롯데그룹 전반적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가운데, 그룹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은 연달아 하락했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실적마저 부진했으며, 한샘 지분 취득 등으로 자금 소요가 늘어났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조정순차입금 규모는 작년 12조1300억원으로 2021년 11조6700억원 대비 3.9% 늘어났다.

      롯데쇼핑은 8월 롯데백화점의 보유자산 매각에 나섰다. 매물로 나온 곳은 ▲분당 물류센터 ▲안산 공장 ▲부산 중앙역 개발부지 ▲포항사업소 ▲청주 영플라자 ▲관악점 문화센터 일부 ▲롯데시네마 홍대점·합정점 일부 ▲엘큐브 부산 광복점·이대점 전대차 등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백화점 자산 9곳이다. 롯데쇼핑이 직접 영업하고 있지 않은 시설이다. 희망 매각가는 2500억~3000억원 규모다. 곧 투자설명문(IM) 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에 이어 롯데마트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도 매물로 내놨다. 매각 자산은 ▲롯데마트 고양 중산점 ▲롯데마트 양주점 ▲롯데슈퍼 봉선점 ▲롯데마트 권선점 옥외주차장 ▲롯데마트 웅상점 옥외주차장 ▲롯데슈퍼 대전 용운점 ▲롯데슈퍼 안중점 ▲롯데슈퍼 신가점 ▲롯데슈퍼 태안점 ▲남양주 양지 나대지 등 10곳이다. 희망 매각가는 1500억~2000억원 규모다.

      시장에선 이마트와 롯데쇼핑이 부동산 매각에 힘쓰는 걸 두고 재무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마땅한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는 쿠팡과 비(非)쿠팡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고, 이마트와 롯데쇼핑은 확실한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본업의 경쟁력이 줄며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다 보니 결국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주력 상품이 부동산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