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회추위 특징 '교수ㆍ호남ㆍ신임'...'포스트 윤종규' 누구 손 들까
입력 2023.09.06 07:00
    교수 출신 사외이사 위주...'자기 색깔 부족' 지적도
    호남 출신 3명...일각선 출신지역 따른 변수 점쳐
    7명 중 과반수가 초임 사외이사...내부 파악에 '촉박'
    선임 원칙선 우열 못 가려...향후 그룹 청사진이 핵심
    • KB금융 회추위 특징 '교수ㆍ호남ㆍ신임'...'포스트 윤종규' 누구 손 들까 이미지 크게보기

      KB금융 회장 선임 절차가 막바지에 이르며 사외이사 7명 전원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금융권의 관심이 모인다. 현 KB금융 회추위의 특징으로는 교수ㆍ호남 출신 인사ㆍ첫 임기 중인 신임 이사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 꼽힌다.

      유력 후보인 양종희 부회장, 허인 부회장 모두 각자의 장점을 갖춘 훌륭한 후계자인 상황에서, 회추위를 구성하는 각 사외이사들이 지닌 배경이 차기 회장 선택에 일정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KB금융 회추위는 오는 8일 2차 숏리스트(적격후보자) 3명에 대한 최종 면접을 거쳐 차기 회장 후보자 1명을 선택할 예정이다. KB금융 회추위는 5년차 사외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인 김경호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KB금융 이사회는 올해 큰 폭의 변화를 겪었다. 올해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6명의 이사 중 3명이 5년의 임기를 끝으로 물러났고, 새로운 사외이사가 그 자리를 채웠다. 이 과정에서 여성 사외이사가 3명으로 늘어나며 국내 금융지주 중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가장 큰 회사가 됐다. 1960년대생 사외이사도 3명으로 늘어나 이사회 평균 연령도 경쟁사에 비해 낮아졌다.

      다만 사외이사들의 직업 다양성까지 커지진 않았다는 지적이다. 사외이사별로 회계ㆍ재무ㆍ법학ㆍ경영ㆍIT 등 전문영역이 확실하긴 하지만, 7명 중 5명이 전현직 교수로 이뤄져 있다. 일반적으로 사외이사를 맡은 교수들은 경영 현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KB금융의 사외이사 중 교수 출신 인사들은 최근 3년간 이사회에서 단 한 번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2021년 한 차례 분기배당안 관련 보류 의견이 제시됐는데, 이는 검사 출신 정구환 전 사외이사의 의견이었다. 

      KB금융 이사회는 최근 2~3년간 경쟁사와는 다소 분위기가 달랐다는 분석이 많다. 신한금융은 변양호 전 사외이사가 자기 목소리를 내며 논의를 이끌었고, 우리금융은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각자 전문 영역을 꼼꼼하게 점검해왔다. 이에 비해 KB금융은 '이사회의 자기 색깔'이 약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는 1차ㆍ2차 회장 숏리스트(적격후보군) 선정 과정에서 '이변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그리고 실제 결과에도 이변은 없었다.

    • KB금융 회추위 특징 '교수ㆍ호남ㆍ신임'...'포스트 윤종규' 누구 손 들까 이미지 크게보기

      회추위 위원 7명 중 과반수인 4명이 초임(2년) 임기를 보내고 있는 신임 사외이사라는 점도 변수로 지목된다. 조화준, 여정성, 김성용 사외이사는 지난 3월 선임된 5개월차 이사다. 지난해 선임된 최재홍 사외이사도 재임 기간이 1년 5개월에 불과하다.

      올해 선임된 사외이사 3명은 지난 4월 2022년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 결과와 상반기 회장 후보 롱리스트(후보군) 구성 원칙을 보고받았다.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가기 직전인 지난 6월 집중적으로 관련 안건 보고를 받았다. 6월 13일부터 일주일 사이에만 세 차례 위원회가 열렸다.

      KB금융은 지주 부회장 및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일년에 4~5차례 경영현안 발표회 혹은 토론회를 열어왔다. 해당 행사엔 사외이사들이 참석해 내부 후보군의 CEO 자질 등을 수시 평가했다. 현재 회추위의 과반수 사외이사는 이 같은 경험을 오래 해보지 못한 셈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만약 윤종규 회장이 올해 3월로 임기를 맞췄다면, 그간 함께 승계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숙련 사외이사들이 회추위를 구성할 수 있었을 거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비슷한 전례도 있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신한금융 지주사 전환 직후인 2001년 9월 1일 3년 임기로 취임했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이후 라 회장의 첫 임기를 2년 6개월로 줄이고, 2004년 2월 다시 3년 연임을 결의했다. 당시 신한금융 이사회는 "실적을 평가하는 정기 주총과 상임이사 추천 일정을 맞추는 게 더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초임 사외이사들은 회장 후보군과 접촉하고 평가할 절대적인 시간이 길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출신 지역에 따른 변수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KB금융 이사회는 서울 출신 3명, 호남 출신 3명, 충청 출신 1명으로 구성돼있다. 

      사외이사 중 권선주 전 IBK 기업은행장이 전북 전주 출신이고, 오규택 중앙대 교수는 전남 광주, 김성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남 영광 출신이다. 현재 2차 숏리스트에 포함된 유력 후보 중 양종희 부회장은 전북 전주, 허인 부회장은 경남 진주 출신이다. 

      KB금융은 이번 회장 선임 과정에서 5대 기본 원칙으로 ▲업무 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 ▲KB금융의 비전과 가치관을 공유 ▲장단기 건전경영 노력을 제시했다. 세부 기준은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2017년, 2020년 회장 선정 당시와 큰 틀에서 비슷한 잣대를 준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양 부회장과 허 부회장 모두 솔선수범하는 리더이자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경영자라는 점에서 리더십이나 도덕성ㆍ전문성 부분에서는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년간 1년에 4~5회씩 이사회 앞에서 그룹의 현안과 비전에 대해 발표회ㆍ토론회를 거쳐온만큼, 그룹의 비전과 가치관에 대한 부분도 큰 변별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KB금융이 '포스트 윤종규' 시대에 어떤 청사진을 가지고 나아가느냐가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양종희 부회장은 전략ㆍ재무통으로 비은행 인수합병(M&A) 및 통합(PMI) 경험을 가지고 있다. 허인 부회장은 지난해 지주 부회장 선임 전까지 커리어의 전부를 은행에서 쌓았다. 개인ㆍ기업 영업 경험을 고루 갖춘 은행장 출신 이라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윤종규 회장은 차기 회장의 덕목으로 '글로벌'을 강조하고 있지만, 두 후보 모두 글로벌부문에선 큰 변별력이 없다는 평가다. 양종희 부회장은 2021년 1년간 글로벌부문장을 맡았고, 허인 부회장은 올초 글로벌부문장을 맡아 현재 담당 중이다.

      KB금융 관계자는 "현재 차기 회장 선임 과정은 모두 회추위에서 전담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