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필요한 롯데쇼핑, 부동산 매각 속도 내지만…"롯데 이름 빼면 글쎄"
입력 2023.09.06 07:00
    백화점·마트 보유 자산 4천~5천억원 규모
    유통 부지 특성상 '활용처' 한정적 한계
    현금 필요한 롯데, 빠른 매각 원하지만
    "눈에 띄는 자산 없다" 회의적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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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쇼핑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규모 부동산 자산 매각에 나섰다. 롯데가 내놓은 자산인만큼 시장에서 매물 매력도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최근 '리테일(유통)' 자산 매력도가 낮아지면서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많은 분위기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금 확보가 필요한 롯데쇼핑은 ‘빠른 매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가운데 목표한 시일 내에 거래를 마무리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매각주관사 NAI코리아를 통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 매각을 추진중이다. 원매자들에게 티저레터와 투자설명문(IM) 자료를 배포하고 있는 가운데 가능한 10월까지 딜(deal)클로징을 완수한다는 목표다. 

      롯데백화점이 내놓은 자산은 ▲분당 물류센터 ▲안산 공장 ▲부산 중앙역 개발부지 ▲롯데슈퍼(포항점)·롯데리아(죽도점) 등 포항 사업소 ▲청주 영플라자 ▲관악점 문화센터 3층 일부 ▲롯데시네마 홍대점·합정점 일부 ▲엘큐브 부산 광복점·이대점 전대차 등이다. 

      롯데마트 자산으로는 ▲롯데마트 고양 중산점 ▲롯데마트 양주점 ▲롯데슈퍼 봉선점 ▲롯데마트 권선점 옥외주차장 ▲롯데마트 웅상점 옥외주차장 ▲롯데슈퍼 대전 용운점 ▲롯데슈퍼 안중점 ▲롯데슈퍼 신가점 ▲롯데슈퍼 태안점 ▲남양주 양지 나대지 등 모두 10곳이 매물로 나왔다. 

      롯데쇼핑이 내놓은 부동산 자산은 총 4000억~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롯데 측이 가격을 정해놓고 진행하는 형태로, 비딩(경쟁입찰)이 아닌만큼 빠른 유동화에 초점을 맞춘 거래라는 평이다. 물류센터, 사업소, 영화관 일부 등 자산군 섹터가 다양해 각각 매물별로 거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리테일 부지를 통매입할 원매자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롯데’라는 네임 밸류를 보고 살펴보는 투자자들이 일부 있지만 눈길을 끄는 매물은 적다는 반응이다. 리테일 성격 자산들은 오피스에 비해 자산 가치 상승 기대가 어렵다. 백화점과 마트 등의 건물 구조 특성상 용도변경이 용이하지 않아 활용처도 제한적이다. 우수한 임차인이 유지되지 않으면 향후 수익성을 확신하기 어렵다. 이번 매물로 나온 곳들은 롯데쇼핑이 직접 영업하고 있지 않는 시설들이다.

      한 대형 부동산운용사 관계자는 “내놓은 자산들을 보면 일부 건물들은 개발도 애매하고, 활용도가 그려지지 않아서 티저레터를 수령하지 않은 곳들이 많다”며 “롯데 부동산이라고 하니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시행사들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곳은 아직 없고 정보를 구하고 탐색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개발 가능성이 있거나 위치가 중요한 자산의 경우 검토에 들어간 곳들도 있는 분위기다. 물류센터의 경우 물류 비용을 아끼려는 화주들이 많기 때문에 위치가 좋으면 관심을 보이는 잠재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이번에 롯데백화점이 내놓은 자산 중 가장 대형 자산인 분당 물류센터의 경우 시행사 등이 개발을 노려볼 수 있다. 이외에도 상업시설 및 주거시설 개발이 가능한 곳들은 매력도가 있는 편이다. 

      다만 일부 ‘특수’ 자산들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예로 롯데백화점이 내놓은 롯데시네마 홍대점·합정점 일부 자산은 롯데시네마의 임대차를 보장해주는 조건이 어느 정도인지가 핵심일 것이란 분석이다. 영화관 시설은 특수 시설로 용도 변경이 어렵고, 시장 내 수요자가 한정적이라 임대차 보장이 되지 않으면 매물 매력도가 높지 않다는 평이다. 

      한 부동산 자문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가진 자산들이 대부분 범용적인 부동산이 아니라 유통, 물류 등 특수 용도이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밸류 애드(Value-add)하기도 어렵고 우수한 임차인 풀이 큰것도 아니라서 그런 부분들을 많이 고민한다”며 “설사 가격적인 장점이 있어도 이후 활용처 등 고려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롯데리츠를 통해서 유동화를 할 때도 사실상 수익성이 떨어지는 매물들로 구성했다가 추후 시장 눈치가 보여(?) 일부 알짜 자산을 편입했는데, 이번 매물들을 봐도 롯데 측은 그다지 매력적인 매물을 유동화 자산으로 내놓지는 않는다는 인상이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 측이 목표한 딜 클로징 기간이 다소 여유롭지 않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꺼려하는 점이다. 최근 부동산 딜들은 우선협상자가 선정이 되어도 세부 조건들을 조율하는데 긴 시간이 들기 마련이라 클로징 기간을 넉넉하게 잡는 것이 딜 성공에 유리한 경우가 많다. 우선협상자가 선정이 되어도 딜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투자자도, 매각자도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롯데쇼핑 측은 악화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규모 부동산 자산유동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온라인 등 필요한 투자 처는 많은데 경쟁력 악화로 실적은 부진한 상태다. 한샘, 중고나라, 한국미니스톱 등 의 투자로 차입금이 늘면서 재무 부담도 심화했다. 최근 롯데 그룹 전반적으로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투자 확대보다는 현금확보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