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어린이집 대신 벌금"…상장 앞두고 C레벨 리스크 불거진 무신사
입력 2023.09.07 07:00
    취재노트
    상장 앞두고 몸값 3조원대 인정받던 무신사
    비용 절감 중 CFO “벌금이 더 싸” 발언에 여론 악화
    불거진 C레벨 리스크…"B2C기업이면 발언 신경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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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거대 패션 플랫폼 기업으로서 성장궤도만을 걷는 듯 했던 무신사가 ‘비용 통제’에 나섰다. 직원 대상 복지를 축소하거나 인력 구조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 와중 올해 6월부터 무신사의 살림을 책임지게 된 최영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발언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무신사에 투자한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들 또한 사태 파악에 나서는 분위기다.

      무신사는 예상 기업가치가 3조원대에 달한다. 2019년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단계 투자유치를 받은 이래, 몸값은 단기간에 치솟았다. 2021년 시리즈B 단계 투자유치를 받으며 2조5000억원으로 몸값을 인정받았던 무신사는,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참여한 2400억원 규모 시리즈C 라운드에서 기업가치가 3조5000억원대로 올랐다. 상장도 과제다. 시리즈A 투자를 받던 당시, 2024년까지 상장을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온라인 의류판매업 등 무신사 본업 성장세에 대해서는 대부분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그러나 솔드아웃 등 신사업이 발목을 잡으며 실적은 다소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4%가량 감소한 32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익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경쟁사인 네이버 손자회사 크림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무료 수수료 정책을 내세운 여파가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상장을 앞두고 무신사가 비용 줄이기에 돌입한 배경으로 거론된다.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신사옥에 조성 예정이던 사내 어린이집 설치 계획을 백지화했다.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 또한 무게감 있게 거론되는 중이다. 비용 통제와 더불어 경영 효율화를 위해 재택근무 비중을 줄이고 이를 대면 근무로 대체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벤처시장 불황기에 추가 투자유치가 어려워진 스타트업들이 비용절감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꾀하는 것은 꽤나 자연스런 현상이다. 지난해 말부터 일부 스타트업들은 비용을 통제하기 위해 신사업을 과감히 접거나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한 곳으로 사무실을 옮기고 인력을 줄이는 구조조정 안을 실천해왔다. 

      비슷한 행보를 보인 무신사는 뭇매를 맞고 있다. 최영준 CFO의 ‘발언’이 여론 악화의 불을 당겼다는 평가다. 

      최영준 CFO는 지난달 30일 직원들과의 온라인 미팅에서 “어린이집은 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이 누리는 복지”, “벌금은 조금 내야 하지만 벌금이 훨씬 싸다”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시직원이 500명 이상이거나 상시 여성직원이 300명 이상인 사업장은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따라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 어길 시 1년에 두 차례, 매회 1억원 범위에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무신사는 직원 수가 1500명이다. 

      무신사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듣고나서 귀를 의심할 정도였는데 그 발언 이후 어떠한 해명도 없다”라며 “최영준 CFO가 거쳐갔던 SSG닷컴의 직원들이 무신사 임직원들에게 미안해하는 수준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주들의 반응은 다소 갈리는 모습이다. 상장을 앞두고 무신사가 신사업 부진에 실적 저하를 맞닥뜨린 만큼 비용 통제 필요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관들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이슈라기 보단 내부 임직원들의 여론이 부정적인 것으로 상장 절차상 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반면 무신사 지분을 직접 보유 중인 기관들은 다소 우려를 표하는 모양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아무리 내부 통제 이슈라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판매해 돈을 버는 B2C 기업이다. 임원들이 언행에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다른 무신사 주주들도 여론 악화에 따라 상황 파악에 나서기 시작했다.

      무신사가 ‘C레벨 리스크’를 맞닥뜨렸단 평이 짙다. 발언 내용의 타당성을 불문하고, 금번 논란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화자(話者)가 맡은 직책이다. CFO는 투자유치 시 앞단에 나서 벤처캐피탈(VC)들에게 기업가치를 설득시키고, 상장 준비를 할 땐 불특정 다수의 기관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성장가치를 관철시켜야 한다. 기업의 미래가치를 대변하는 인물인 셈이다. 발언에 신중을 기함이 타당하다. 

      최영준 CFO 또한 이런 역할을 기대하고 무신사로 영입됐을 터다. 그는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 출신으로 티몬에 이어 SSG닷컴(이하 쓱닷컴) CFO 자리를 거친 재무통이다. 쓱닷컴의 상장 지연에 따라 무신사로 둥지를 옮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일각에선 최영준 CFO가 티몬과 쓱닷컴에서 근무할 당시 상장 작업을 직접 담당한 것은 아니었다는 증언이 나온다. 그럼에도 몸 담고 있는 기업이 의도치 않게 매번 상장에 좌절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업계에서 최영준 CFO는 ‘자신감있고 거침없는’ 인물로 평가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컨설턴트 출신인 그가 PE 운용사에 재직할 당시 협력하던 컨설턴트에게 직접 컨설팅을 가르쳐주겠다고 말한 일화도 회자된다. 이런 맥락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최영준 CFO가 악의를 가지고 무신사의 복지 축소 정책에 대해 발언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신사는 증시 입성을 앞두고 있다. 최근 투자 라운드에 참여한 기관도 벤처시장의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무신사의 성장성을 믿고 지갑을 열었을 테다. 

      무신사의 본업에 미칠 영향 또한 없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2021년 무신사는 여성고객에게만 할인쿠폰을 지급한 데 따라 불거진 남녀차별 논란에 불매 운동이 확산된 적이 있다. 이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여론에 백기를 흔들었던 과거도 있다.

      무신사 측은 “이행 강제금이 적다는 이유로 어린이집을 무효화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수요가 없는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대신 보육 대상 자녀가 있는 모든 직원에 대해 위탁 보육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며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표현에 실수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