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짓조각'된 SK리츠 워런트...정체성 파괴ㆍ끝없는 증자에 쌓이는 피로감
입력 2023.09.08 07:00
    내재가치 295원 SK리츠 워런트, 23원에 거래 중
    '프라임 오피스' 정체성 옅어지고 배당금 성장 정체
    전단채로 인수→증자로 상환 공식에 주주들 피로감
    "주주 환원보단 그룹 유동화 창구 역할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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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리츠의 유상증자 신주인수권(워런트) 가격이 폭락했다. 내재가치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상황이다. 계열사 수처리센터 인수 결정으로 '프라임 오피스 리츠'라는 정체성이 희석된데다, 종로타워에 이어 수처리센터 인수 비용도 결국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들에게 전가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다.

      대기업 계열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s)는 유동화가 쉽지 않은 그룹의 자산을 받아주는 창구 역할에 더 충실할 수밖에 없을 거란 근본적인 리스크도 다시 부각하고 있다는 평가다. 결국 소액주주들에 대한 주주가치 환원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달 말 구주주 청약을 앞두고 있는 SK리츠의 유상증자 워런트 거래가 6일부터 시작됐다. 증자에 참여하기 싫은 주주는 '청약 권리'인 워런트를 장내에서 매각할 수 있고, 반대로 주주가 아니라도 워런트를 매입하면 기존 주주와 동등한 청약 권리를 얻을 수 있다. 오는 12일까지 5거래일간 장내 거래가 이뤄진다.

      상장 첫 날 SK리츠 워런트 가격은 장당 141원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30분만에 반값으로 밀리는 등 폭락을 거듭해 장중 한때 22원까지 밀렸다. 당일 시가 대비 하락률만 84%에 이른다. 워런트는 상하한가 제한이 없어 가능한 일이다. 오후 중에도 지지부진한 거래를 이어가다 장당 23원에 거래를 마쳤다. 7일에도 25원에 거래를 시작해 큰 변동은 없는 상태다.

      현재 SK리츠 유상증자 신주발행 예정가액은 주당 4260원이다. 현 주가(4555원) 대비 295원(6.5%) 저렴하다. 일반적으로 워런트의 기준 가격(내재가치)은 현 주가와 발행가액의 차이로 정해진다. 이번 SK리츠 워런트는 장당 295원을 기준으로 거래가 돼야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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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실제 거래가격은 내재가치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주주들의 매물이 쏟아져 나온 까닭이다. 매수세도 공격적이지 않다. 증시는 SK리츠가 증자를 마친 이후 주가 하락 등 추가적인 악재가 쏟아져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SK리츠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훼손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SK리츠는 지난 7월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수처리센터를 1조2000억원에 매입하겠다고 결정했다. SK리츠는 이번 매입으로 연결 기준 자산규모가 3조1000억원에서 4조2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나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캡레이트(Cap rate;부동산 투자 수익률)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전까지 SK리츠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오피스 73%, 주유소 27%로 이뤄져있었다. 주유소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에 수도권 주요 업무지역 대형 빌딩(프라임 오피스)의 자산 가치 상승 기대를 더한 '프라임 오피스 리츠'로 주목받았다. SK하이닉스 수처리센터 인수 이후 포트폴리오 내 산업시설 비중이 26%로 늘어나고, 오피스 비중은 54%로 줄어든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이천공장 내 수처리설비는 외부 매각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매각 과정에서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도 희박하다"며 "프라임 오피스 리츠는 안정적 배당 수익에 더해 '프라임 오피스'의 자산가치 상승과 매각 후 특별배당 기대감에 투자하는 것인데, SK리츠는 스스로 정체성을 파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유상증자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한 상태다. SK리츠는 상장 이후 매년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있다. 일단 만기가 짧은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 빚으로 자산을 인수한 후, 추후 유상증자로 빚을 상환하는 전략이다. 지난 2022년 8월 2340억원 증자는 분당 SK-U 타워 인수에 쓰인 전단채 상환 자금으로 썼다. 현재 진행중인 3134억원 규모 증자는 종로타워 인수에 쓰인 전단채 및 회사채 상환 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SK리츠는 이번 수처리센터 인수 자금 중 대부분을 빚으로 조달했다. 전단채 2800억원을 발행했고 담보대출 6700억원을 받았다. 여기에 외부 투자자에게 우선주 1000억원을 발행하고, SK하이닉스도 보증금 1400억원을 제공한다.

      지금까지의 자금 조달 전략에 따르면, SK리츠는 또 다시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후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발행한 2800억원 규모 전단채 만기 도래시 또 다시 유상증자로 이를 상환할 거라는 전망이다. 

      주주들의 우려가 커지자 SK리츠 측은 "현재 진행중인 유상증자 이후 추가 증자 계획은 없다"며 "이번에 발행하는 전단채는 다양한 자금조달 방법을 통해 해소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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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리츠의 자산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막상 주주환원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도 언급된다. SK리츠는 분기배당을 지급한다. 지난해 상반기까진 매 분기 말 주당 70원의 배당을 지급했지만, 지난해 유상증자 이후 주당 66원으로 배당이 줄었다. 

      올해 4분기엔 주유소 매각 차익 특별배당이 46원 생기며 주당 112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일회성 이익이다. NH투자증권은 내년 3분기 이후 주당 배당금이 현재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했다. 

      SK리츠의 설명회(IR) 자료에도 주당 분기 배당금이 80원을 넘어서는 건 2030년 이후로 기재돼있다. 2021년 상장 이후 2024년까지 3년간 사실상 주당 배당 성장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란 소리다. 

      매각 차익이 발생하기 어려운 특수부동산을 편입하는 결정을 내리며 '대기업 계열 리츠'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한 점도 지목된다. 수처리센터 인수 결정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했지만, SK㈜가 SK리츠 지분 43%를 보유하고 있는 지배구조상 애초에 부결될 일이 없었다는 평가다.

      '대기업 계열 리츠'는 주주가치 환원보다는 그룹 혹은 최대주주의 자산 유동화 통로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실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MBK파트너스가 상장을 추진하던 홈플리스리츠의 상장이 비슷한 이슈로 인해 무산됐고, 롯데리츠 역시 편입 자산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며 상장 공모 과정에서 상당한 부침을 겪었던 바 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주당 배당금 성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신규 자산 편입 때마다 유상증자로 인한 지분 희석 우려를 감내해야 한다는 소리"라며 "이번 수처리센터 인수 결정은 주주가치보다는 계열사 자산 유동화 창구로써의 역할이 커졌다는 신호탄인만큼, 프라임 오피스에 집중하는 경쟁 리츠들보단 투자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리츠는 "수처리센터는 글로벌 인프라펀드와 경쟁을 거쳐 편입할 수 있게 된 자산으로 최대주주와는 관계가 없다"며 "오피스ㆍ주유소ㆍ산업시설 등 다양한 자산을 포함하는 글로벌 복합 스폰서로서 향후 배당금 등 주주환원도 확실히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