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도 도전장 낸 대기업 리츠…고금리 환경에 시장 불신도 발목
입력 2023.09.08 07:00
    신세계그룹의 신세계프라퍼티, 리츠 설립 추진
    이마트 활용 관심…'리테일 자산 한계' 우려도
    대기업들 리츠 활용 계속되지만 비판도 여전
    금리인상 금융불안으로 리츠주 '바닥' 악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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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주가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고금리, 금융시장 불안 등 악재에 ‘안정성’을 내세우며 상장한 대기업 리츠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자금 조달 환경이 녹록지 않자 ‘리츠’ 카드를 만지작하는 대기업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자회사이자 신세계그룹 내 부동산 개발 사업을 담당하는 신세계프라퍼티가 리츠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 7월 국토교통부에 ‘신세계프라퍼티 AMC’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해 심사를 받고 있다. 신세계 측은 앞서 2021년 이지스자산운용 등과 협업해 리츠 설립을 검토했던 이력도 있다.

      신세계그룹의 첫 리츠에 어떤 자산이 담길지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마트의 사업 재편 작업에 리츠가 활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마트는 대형 M&A와 실적 부진으로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부동산 자산 활용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고금리 등 자금조달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리츠를 통한 자산 유동화를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차입 부담 높아지고 본업은 부진하니 결국 리츠 설립으로 현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한화의 63스퀘어가 그랬듯, 신세계의 스타필드는 자산가치가 너무 커서 리츠로 담기 부담이 될 것이고 이마트 지점 정도가 적당할 것으로 보이는데 투자 수요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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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몇 년간 롯데, SK 등 대기업들은 리츠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했다. 계열사 리츠에 자산을 매각하면 부동산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한 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국내 대기업 스폰서 리츠 시장은 2019년 롯데리츠를 시작으로 SK리츠, 한화리츠, 삼성FN리츠까지 상장하면서 급격히 커졌다.

      이외에도 대기업 스폰서 리츠 후보군으로 데이터센터(IDC) 등을 보유한 네이버, 전국에 주유소를 보유한 GS그룹, 강남에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건립 중인 현대차그룹 등이 꼽힌다.

      대기업들의 리츠 활용 검토는 계속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시장의 ‘불신’은 여전한 분위기다. 5일 종가 기준 롯데리츠는 3400원, SK리츠는 4550원을 기록하며 공모가에 미치지 못한다.

      국내 시장에서 대기업 리츠는 ‘속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롯데리츠는 설립 초기 수도권 자산 비중이 적어 비우량 자산들을 리츠로 ‘떠넘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알짜 매물은 사실상 롯데백화점 강남점뿐이라는 평이 있었다. 한화리츠도 편입 자산에 여의도 63스퀘어, 장교동 한화빌딩 등 계열사의 핵심 부동산이 빠지며 시장 기대감이 꺾인 바 있다.

      이렇다보니 대기업 스폰서리츠는 ‘안전자산’이라는 장점보다는 사실상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해당 그룹의 유동성 공급을 돕는다는 인식이 더 강한 것이 사실이다. 상장리츠 최초로 산업시설에 투자하고 자산 규모가 1조원을 넘으면서 화제가 됐던 SK리츠의 SK하이닉스 수처리센터 인수도 탐탁지 않은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수처리센터는 일반적인 부동산이 아니고 인프라성 자산이다. 거래가 어렵고 자산가치를 매기기도 힘들어 사실상 계열사 리츠가 아니면 ‘받아줄’ 곳이 없다는 평가다. 5000원 안팎을 움직인던 SK리츠 주가는 해당 신규 자산 편입을 알린 뒤에는 40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리츠를 둘러싼 환경 자체도 악재가 산적해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융 불안으로 리츠 시장이 얼어붙었고 좀처럼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개 국내 리츠로 구성된 ‘KRX 리츠 TOP10’ 지수는 최근 계속 하락세다. 리츠 톱10 지수는 국내 주요 상장 리츠 종목의 주가 추이를 반영하는 지수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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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츠주가 바닥을 보이는 배경으로는 글로벌 금리 인상,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따른 유동성 위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와 중국발 부동산 리스크 등 악재가 꼽힌다. 금리 인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며 리츠의 배당 매력이 떨어졌다. 리츠주의 향방은 금리 인상 종료 시점에 달렸지만 글로벌 금리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

      리츠 주가 부진 장기화로 운용사들은 진땀을 빼고 있다. 해외 자산을 많이 담고 있는 한 대형 상장리츠는 최근 해외 오피스 자산이 공실 등의 이유로 배당 수익과 자산 가치가 떨어지자 국내 우량 자산을 편입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운용 중인 리츠의 수익률이 저조한 한 운용사는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주주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스폰서 리츠를 보면 리츠를 대상으로 하는 ‘행동주의 펀드’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다”며 “사실상 정말 알짜 자산들은 사모펀드 등에 매각하고, 하다하다 유동화가 안된 자산들만 리츠에 담아서 부담을 개인들에게 떠넘기는 형태가 된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금리 상태가 계속 유지되며 대다수의 리츠주가 최근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금리 환경에서 6~8%대의 높은 목표 배당수익률을 맞출 수 있는 리츠들이 런칭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