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기업금융 재건전략', 비은행 부재 한계만 드러내…임종룡 회장 조바심 탓?
입력 2023.09.08 07:00
    취재노트
    대대적으로 기업금융 명가 재건 선언했지만
    금리 경쟁 없이 기존 네트워크와 브랜드만으로 될까
    결국 증권사 없는 '한계'만 더 드러난 것 아니냐는 평가
    경쟁은행에 뒤쳐지자 조바심 드러냈다는 시선까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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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은 전임 회장때도 기업금융 명가 재건이란 목표가 있었다. 그래서 증권사 인수를 1순위로 둔 것. 기업을 상대하면서 증권사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 우리금융이 기업금융 명가 타이틀이 희석된 결정적 변수도가 전 우리투자증권 매각이었다" (우리금융지주 경영진 출신 관계자) 

      7일 우리은행은 서울 회현동 본점에서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 발표회'를 열었다. 현재 5대 5인 기업과 가계대출 비율을 2026년까지 6대 4로 재편하고 2027년까지 기업대출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쟁 은행들의 공격적 자산 증대로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점유율은 현재 4위까지 떨어진 상태다. 

      우리은행은 기업여신 확대를 위해 ▲미래 성장산업 지원 확대 ▲차별적 미래 경쟁력 확보 ▲최적 인프라 구축이라는 3대 추진 방향을 설정했다. 

      구체적으로는 방산, 이차전지, 반도체 등 신성장산업에 매년 4조원의 금융지원에 나선다. 금융 플랫폼 '원비즈플라자'를 고도화하고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항공결제시장 진출 등 신 수익모델 발굴을 추진한다. 신성장기업영업본부, 비즈프라임센터 등 기업특화채널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고금리 및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우리은행의 이같은 행보는 자연스런 수순으로 보인다. 전세계적 금리인상 기조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수요는 위축됐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기업대출에서 자산 성장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간 DCM(부채자본시장)과 ECM(증권자본시장)을 주로 이용하던 기업들은 조달비용을 따져 은행 대출로 자금조달을 선회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은행은 신임 은행장 선임 과정이 예상보다 길었다. 금융당국의 기조에 발맞춰 투명성을 강조한 영향인데 이에 경쟁은행 보다 기업대출 시장 대응이 늦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명가 재건 전략을 살펴보면 계열사에 증권사 등 비은행 계열사가 없는 한계가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은행이 스타트업, 중소 중견기업 및 대기업에 제공하는 기업금융 솔루션은 투자은행(IB) 부문의 역할이 중요한데, 통상적으로 증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은행이 중소 및 중견기업에 제공하겠다고 한 신디론 및 자산유동화, IPO(기업공개) 등은 증권사가 전문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역이다. 스타트업에 제공하는 혁신벤처기업에 대한 시드 투자나 대기업 대출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인수금융도 증권사가 있다면 시너지가 더 생긴다.

      특히 우리은행은 고객 유치를 위한 금리 경쟁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금리 경쟁 없이 기존의 네트워크와 브랜드만으로 기업금융을 확대해야 하는데 신규 고객 유치가 녹록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은행 전문성 없이 은행 자체 역량만으로 승부하겠다는 것도 최근의 금융지주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발상이란 평도 나온다.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그룹장은 "금리 경쟁을 한다고 해서 고객들이 움직이는 건 아니다. 실제로 당사와 오래 거래하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 은행의 신용과 신뢰를 중시한다"라며 "적시에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얼만큼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영업에 기여했는지를 본다. 지점장과 해당 기업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행동에 따라 고객이 움직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전략이 신규 고객 유치에도 유효할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제기됐다. 이날 한 참석자는 "기존 고객에겐 오랜 신뢰와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우리은행의 전통적 전략이 통하겠지만, 신규 고객은 어떻게 유치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직원들을 움직일 '인센티브'도 아리송하다는 지적이다. 기업금융 전문인력에 최대 300%까지 성과보수를 지급한다고 밝혔지만, 막상 방법론은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전체 전체 성과에 대해 보수 부분을 조금씩 올리겠다', '단계적으로 하겠다'는게 우리은행의 입장이다.

      이날 발표회에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취임 전과 후로 기업대출이 늘어난 규모를 이야기한 점이 눈에 띄었다. 강신국 기업금융부문장은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이후 3~4개월동안 기업금융이 꽤 실행됐다. 금융은 돈이 흘러가야할 곳에 흐르도록 해야 한다는 은행 본연의 역할에 유념해서 방산 및 반도체 등 신성장산업에 7월까지 7조가량 지원했다. 취임 전 대비해선 5조1000억원 늘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취임 이후 주가에서 이렇다 할 성장여력이 안보인다는 지적이 많았다.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대출 실적도 경쟁 은행 대비 저조하면서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바심이 난 것 아니겠냐"라며 "기업금융은 사실 B2B 비즈니스인데 숫자로 보여줘야 할 것을 미디어 대상 행사로 진행한 게 잘 이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