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관리부터 밸류 설득까지…IPO 채비 전부터 우려 한 몸에 받는 무신사
입력 2023.09.11 07:00
    상장 착수 전부터 실적, 밸류 등 ‘숫자’ 관련 잡음
    잇단 구주 매물 출회에 피로감 호소하는 기관들도
    추가 투자유치 가능성도?…”늘어난 주주 설득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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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인력 영입 등 상장 채비 조짐을 보여온 국내 패션 플랫폼 기업 무신사가 ‘실적 관리’라는 복병을 맞았다. 신사업으로 인한 실적 부진에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진 만큼 내부적으로도 비용 줄이기에 착수한 모양새다. 3조원대의 예상 기업가치(Valuation)를 시장에 납득시켜야 하는 것 또한 과제가 될 전망인데 향후 추가 투자유치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무신사는 2019년부터 투자유치를 받아오며 상장 기대감을 키워왔다. 무신사가 2019년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단계 투자유치를 받을 당시 약속한 상장 시한은 2024년이다. 이에 주요 증권사 실무진들은 향후 주관사 자리를 점하고자 관계 형성을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최근 들어 상장을 위한 밑그림이 그려지는 모양새다. 지난 6월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 출신인 최영준 전 SSG닷컴(이하 쓱닷컴) 상무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했다. 상장 준비 관련 업무를 위해 영입이 됐다는 평가다. 이후 한 달만에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시리즈C 라운드 투자유치를 받으며 몸값이 3조5000억원대로 올랐다. 

      이를 두고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상장을 해야하는 시점이라고 본다”이라며 “여기서 밸류를 높여 투자유치를 또 받게 되면, 시장 설득이 어려워질 수준으로 몸값이 오를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상장 관련 기대감에 더해, 이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사업 부진으로 저하된 수익성과 고평가된 기업가치가 상장 준비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일단 무신사는 수익성 저하에 맞닥뜨린 상태다. 2021년 1150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였던 무신사는 지난해 55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수익성 부진의 원인은 신사업으로 진단된다. 실제로 지난해 자회사인 한정판 플랫폼 솔드아웃 운영사 에스엘디티(SLDT)가 4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무신사로지스틱스, 무신사파트너스 등 자회사 또한 적자를 기록했다. 무신사 내부적으로도 최근 실적으로 상장을 나서는 것은 녹록지 않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비용 절감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무신사는 신사옥에 조성 예정이던 사내 어린이집 설치 계획을 철회하고 보육 대상 자녀가 있는 직원을 대상으로 위탁 보육을 지원하는 것으로 복지 정책에 변화를 줬다.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여론을 의식하지 않는 발언이 나오며 잡음이 일었다. 일각에선 무신사가 레이오프(Lay-off) 조짐이 있다며 불안감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중이다.

      무신사에겐 ‘3조원대’ 기업가치를 설득할 논리를 갖추는 것 또한 과제다. 일단 중국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며 1년 만에 2배 증가한 4427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한 F&F의 시가총액은 7일 기준 4조2000억원 수준으로 무신사보다 1조원가량 높다. 꾸준히 순익을 내고 있는 현대백화점과 신세계의 시가총액도 각각 1조5750억원, 2조478억원으로 무신사의 예상 기업가치보다도 낮다.

      향후 추가 투자유치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무신사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부터 검토해 왔는데, 여전히 투자 적정성을 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향후 산업은행이 밸류를 기존보다 낮게 책정해 투자하지 않는 한, 무신사의 몸값이 지금보다 높아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이 와중 무신사 구주 매물 출회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과거 무신사에 투자한 일부 운용사들이 펀드 만기로 인해 구주를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동시다발적으로 무신사 구주가 매물로 나오면서 “또 무신사 구주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피로감이 호소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상장 심사 장벽을 다소 낮추는 등 상장 절차 관점에서 무신사가 거래소 심사 통과에 애를 먹을 것 같지는 않다”라면서도 “시장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보다 낮아져야 투자매력이 올라갈 것 같은데 그간 투자를 받은 주주들을 대상으로 이를 설득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지는 점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