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에도 힘 못쓰는 네이버·카카오…중요한건 '기술' 아닌 '실적'?
입력 2023.09.12 07:00
    AI 기대감에도 네이버·카카오 주가는 제자리걸음
    "국내 MS는 지키겠지만 글로벌 기술 추월엔 한계"
    주가 상승요인으로 AI주도권보단 실적 개선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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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빅테크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청사진을 잇따라 내놨다. 하지만 주가는 AI 흐름을 타지 못한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두 기업이 글로벌 AI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을 추월하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오가는 가운데, 결국 하반기 실적 개선이 주가 상승의 유일한 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2022년 11월 말, 오픈AI가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ChatGPT)'를 공개하면서 AI의 '아이폰 모먼트'(변곡점으로 각인되는 순간)가 시작됐다. MS와 구글이 AI 모델을 앞다퉈 출시했고, 오픈AI가 MS 제품과 경쟁할 기업용 챗GPT를 출시했다. 애플 또한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개발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업계 내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또한 AI에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주가에는 그닥 호재로 반영되진 않는 모습이다.

      지난달 24일, 네이버는 한국형 거대언어모델(LLM) 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다. 베타 테스트가 출시되자마자 대기자 등록이 쏟아지는 등 세간의 관심이 뜨거웠지만, 곧장 기능 논란에 휩싸였다. 네이버가 자체 AI 모델을 보유하게 된 것에 호평이 이어진 것이 무색하게도, 주가엔 기능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됐다.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주가는 8% 하락했고, 최근까지 21만원대를 유지하는 중이다.

      "네이버보다 한 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에 AI 관련 자원과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카카오브레인에 700억원을 출자한다는 공시를 내기도 했다.

      AI 관련 계획도 다수 내놓고 있다. 기존 계획대로 10월 이후 한국형 언어모델 KoGPT2.0을 선보인다.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가 내년 중 한국어 기반 AI 번역모델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하거나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가 내년 상반기까지 모빌리티에 특화된 생성형 AI 엔진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초 최대 7만원대까지 올랐던 카카오 주가는 최근 4만원대 후반으로 떨어졌고 이후 요지부동이다. 네이버보다도 주가 하락폭이 두드러진다. 네이버는 지난 반년간 주가가 4%가량 올랐지만 카카오 주가는 같은 기간 20% 하락했다. 그간의 투자 덕에 추가 비용 부담을 던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AI 관련 투자부담이 지속될 것이란 점이 주가 상승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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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기업의 주가 흐름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AI 관련성이 다소 떨어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의 주가는 AI 열풍 기대감에 힘입어 6개월 전보다 각각 30%, 50%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알파벳은 자회사인 구글이 지난 2월 출시한 AI 챗봇 '바드'(Bard)의 기능 논란으로 주가가 폭락한 이후 3개월 만에 바드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주가가 폭등했다.

      국내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AI 관련 청사진을 내놓고 있음에도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내놓은, 혹은 내놓을 AI 모델의 기술 경쟁력에 큰 기대감이 있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두 기업의 AI 모델이 국내 인터넷 시장 점유율을 방어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국내 인터넷 검색 엔진 시장에서 지배력만큼은 공고한 까닭에서다. 네이버는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등 기존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AI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받는다. 카카오는 네이버보다 상대적으로 누적된 데이터량이 많진 않겠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AI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글로벌 수준의 AI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관련 모델 개발에 큰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주요 대기업들이 협력해야하지만 국내에선 아직까진 큰 움직임은 없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AI 모델을 내놓은 글로벌 기업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이 아니라 학술기관에서 구매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언어학습을 시킨 결과물이다"라며 "비슷한 정보가 반복적으로 학습된다면 사실로 인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에 개재된 정보가 아닌 정제된 정보를 학습시키는 것이 중요해보인다"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 상승 요인으로 AI 주도권이라는 미래보단 '실적'이라는 현실 자체를 꼽는다.

      카카오의 2분기 영업이익은 SM엔터테인먼트 제외 10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가량 감소했다. 카카오 측은 ▲데이터센터 다중화·AI투자 확대 ▲지난해 지분법 주식 처분이익 발생 기저효과 등을 배경으로 설명했다. 시장에선 콘텐츠 부문 매출이 1년 만에 9%가량 줄어든 점, 플랫폼 부문 매출이 6% 늘어난 데 그친 점을 아쉽다고 평했다.

      네이버는 전사적 비용 통제를 통해 실적 개선을 일부 가시화했다. 지난 2분기 순이익은 286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0.9% 증가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네이버의 커머스와 광고(서치플랫폼) 부문에 주목하는 중이다. 지난 2분기, 네이버의 서치플랫폼 및 커머스 부문 손익률은 31%로, 전년 동기 대비 2%포인트가량 감소했다. 크림, 어뮤즈, 포시마크 등을 연결에서 제외하면, 손익률은 35.5%로 증가한다.

      AI를 활용한 수익모델 개발의 중요성도 거론되는 중이다. 개발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닌, 기존 사업에 적용함으로써 가능해진 실적 개선이 뒷받침돼야 주가가 회복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모델이 수익으로 이어진다면 국내 인터넷업체가 보유한 AI모델에 대한 밸류에이션 재산정이 가능하다고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설명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주가 반등은 실적 개선에 달려있다. AI 보다는 커머스나 광고 쪽에서의 실적 개선세가 더욱 중요한 상황이다"라며 "카카오의 주가 부진은 오너리스크, 다소 늦은 AI 모델 개발, 실적 부진 등이 누적된 결과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