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씸죄 행장ㆍ특혜 환매 CEO' 벼르는 국회...국감 앞두고 금융권 '전전긍긍'
입력 2023.09.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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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1대 마지막 국감, '금융 국감'될 가능성 높아져
    내부통제 괘씸죄 은행과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 수장 거론
    野서 위증 의혹 받는 이재근 국민은행장 출석 목소리 높아
    임종룡ㆍ김익래 등 개별 이슈도 산적…"대관의 시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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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오는 10월 제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를 앞두고 금융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주요 이슈가 금융권에 집중되며 주무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까닭이다. 다시 불거진 '라임 사태'를 비롯, 이자장사 비판에 직면한 은행들의 횡령ㆍ배임 등 내부통제 이슈가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감에서 정무위원회가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에 대해 집중적으로 요구했으나 큰 개선이 없었던 만큼, 횡령 사건이 발생한 금융사들엔 '괘씸죄'가 더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회 출석을 피하려는 금융사들의 대관(對官) 경쟁도 불 붙을 전망이다.

      금융권 및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10월 국회 정무위 국감에선 내부통제 및 예대마진 문제에 직면한 은행과 라임펀드 판매에 연루된 증권사 CEO들이 대거 출석 요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 사장단 후보에선 ▲이성용 농협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재근 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등이 거론된다. 최근 은행권에서 각종 횡령과 자금 유용 등 금융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내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까닭이다.

      앞서 정무위는 지난해 국감에서도 금융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내 5대 은행의 수장을 줄소환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당시 5대 금융지주 회장 모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하면서 소환을 회피한 탓에 '대타 국감'이 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올해 상반기 KB국민은행 직원ㆍ가족들이 주식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총 12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이 700억원대 인수합병(M&A) 자금을 횡령한 사실 등이 적발되면서 정무위에선 이들을 다시 줄소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개선 미비에 대한 괘씸죄를 적용해 더욱 강도 높은 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야당 측에선 이재근 국민은행장의 재출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 행장이 지난 국감에서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된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의 질의에 대해 위증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월 채용비리 건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15~2017년까지 6차례의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서 최소 251명을 청탁이나 부당 지시에 의해 채용했다는 혐의다. 당시 이 행장은 국감장에서 '특정인에 대한 청탁 지시가 없었다'고 발언했지만, 판결문에선 청탁자의 이름이 기록돼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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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밖에 1000억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에 대한 직원 횡령 사실이 밝혀진 경남은행 예경탁 행장,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불법 계좌를 개설한 혐의가 적발된 DGB대구은행 황병우 행장 등 지방은행 수장들도 언급된다. 

      금융권의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자, 야권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 출신 전관(前官)을 대표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국감에 불러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선임 전부터 현 정부와 금융 당국의 암묵적 지원을 받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된 상황에서, 우리은행 내 연이은 횡령 사건이 발생한 까닭이다. 임 회장의 경우 '모피아'(재무부ㆍ마피아의 합성어) 의혹에 대해 집중 포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선 ‘라임 사태’와 연루된 판매사의 수장들이 대거 출석 요청을 받을 전망이다. 특혜성 환매 논란에 직면한 미래에셋증권의 최현만 회장을 비롯해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 대신증권 양홍석 부회장, 유안타증권 한국법인 리테일사업부문 신남석 대표 등이 거론된다. 

      특히 여야 안팎에서는 증권 대표를 넘어,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총괄인 박현주 회장을 국감장에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특혜성 환매 여부를 두고 충돌하자, 당시 판매사였던 미래에셋증권이 명백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진 상황이다. 

      이밖에도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에서 주가조작 여부를 사전에 인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전환사채(CB)ㆍ신주인수권부사채(BW)로 부실기업의 무자본 인수합병(M&A)을 도와 주가조작 세력의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받는 메리츠증권 최희문 대표 등의 출석 요구 가능성이 언급된다.

      증인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나자, 금융사들은 최근 대외협력부문 조직을 중심으로 정부 및 국회와 소통하며 대관 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은 대외협력부 또는 기획조정부 산하에 별도의 대관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평균 3~5명의 인력이 국회에 상주하며 동태를 파악, CPC(Central Point of Contactㆍ당국 자료 요청) 업무와 대관 업무를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는 별도의 대관 조직 없이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다, 지난 2017년 베트남 랜드마크72빌딩 자산유동화증권(ABS) 사모 발행 사건을 계기로 대관 업무를 확대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무위 여야 간사가 모여 1차 명단을 확정하면, 그때부턴 1년에 딱 한 번인 '대관의 시간'이 시작된다"이라며 "영향력 있는 의원실을 문턱 닳도록 드나들며 최고경영자(CEO)의 국감 출석을 막기 위해 애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형 금융사는 청와대 정무수석실 및 여권 보좌관 출신, 금융감독원 국장 출신 등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영입해 적극적인 대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최근에도 정무위 간사들과 지속 소통하며 분위기를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의원실이 출석 요청을 하기 어렵도록 최대한 자연스러운 해외 출장 건을 만드는 것도 대관의 역량으로 취급되는 분위기"라며 "작년 국감처럼 이번에도 지주 회장들의 해외 출장 보고가 이어지겠지만, 라임 사태처럼 정쟁에 휘말린 이슈는 (정무위로부터) 양해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