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가 콕 집은 SK·롯데·CJ…이들의 리스크와 해소방안은
입력 2023.09.14 07:00
    SK, 반도체·배터리 부진시 기존 사업 매각 필요
    롯데, 화학·유통 부진…PF우발 채무도 부담
    CJ, 콘텐츠 상반기 영업적자, 작년 한 해와 맞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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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최근 그룹 분석 웹세미나에서 SK·롯데·CJ그룹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세 그룹은 투자와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차입 부담이 커진 가운데, 주요 계열사의 부진한 실적에 재무 부담마저 커지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신용도가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도 열린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달말부터 이번 달까지 SK·롯데·CJ·한화·HD현대 등 주요 그룹의 분석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SK·롯데·CJ는 두 신평사가 공통으로 지목한 그룹들이다.

      SK그룹은 작년 하반기부터 그룹 내 비중이 높은 반도체, 정유·화학 부문을 중심으로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이익창출력이 떨어진 이유로 한신평은 ▲반도체 업황 저하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급등했던 유가 및 정제마진 정상화 ▲배터리 사업 투자성과 지연 등을 꼽았다. 반도체 대규모 손실과 배터리 실적변동성에 단기간 내 큰 폭의 영업실적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다.

      반도체·배터리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며 재무부담은 점차 커졌다. SK그룹의 합산 순차입금은 지난 3월 87조원으로 2021년 말 59조원 대비 약 47% 증가했다. 차입금 만기구조도 단기화하는 추세다. 단기성차입금 비중은 같은 기간 25.3%에서 37.1%로 11.8%포인트 늘어났다. 

      한신평은 "반도체·배터리 실적 개선이 지연될 경우 기존의 확장 투자정책의 재검토 또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재무구조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며 "주력 사업에 투자를 집중하거나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일부 투자 규모를 조정하는 과정이 요구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 사업 또는 자산 매각을 통해 그룹 전반의 재무안정성을 확보하는 결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기평은 "그룹 신용도 방향성은 반도체 및 배터리 수익성 개선 수준·속도, 영업현금창출력 개선 및 재무부담 제어 여부에 좌우된다"며 "메모리반도체 업황 변동성 확대, 배터리 사업에 내재한 실적변동성 및 대규모 투자계획에 수반된 재무부담 등이 신용도 상 주요 위험요인"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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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은 주력부문인 화학부문 실적 부진으로 작년 2분기 이후 그룹 전반의 수익성이 상당 폭 줄어들었다. 화학부문 원료가 상승과 글로벌 수요둔화 등으로 업황 부진이 장기화한 영향이다. 그룹 매출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약 7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화학·유통 부문이 그룹 실적 변동에 핵심 요인이다.

      유통·식음료·화학·관광레저 등 롯데그룹 주요 사업 부문의 합산 순차입금은 지난 3월 34조5000억원으로 2020년 26조7000억원 대비 29% 늘어났다. 롯데케미칼의 대형 해외 사업 투자 부담이 여전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위험의 불씨도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올해 롯데케미칼의 실적은 작년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이나, 그 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한신평은 "길어지고 있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을 감안하면, 롯데케미칼의 신용도 하방압력이 해소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이익창출력 회복 지연으로 재무커버리지 부담 완화 속도가 당초 예상 대비 둔화할 경우에는 현 등급 수준의 적정성에 대한 재점검을 수행할 예정"이라 설명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PF우발채무 등 재무부담이 타 계열사로 전이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부동산경기 불확실성, 금융비용 상승 등 사업환경은 여전히 비우호적이다. 올해 6월 말 롯데건설의 PF 보증 규모는 6.2조원으로 작년 말 대비 0.6조원 감소했지만 과중한 규모가 유지되고 있다. 한신평은 과중한 PF 보증 규모와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질 경우 신용도 측면의 부정적 요인도 해소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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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그룹의 실적 방향성은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사업부문에 달려있다. 한기평과 한신평은 CJ ENM과 CJ CGV에 집중해 그룹을 분석했다.

      CJ그룹은 2021년 그룹 중기 비전 발표 이후 식품·바이오·콘텐츠 등 주력 사업에 투자지출을 확대하며 재무부담이 심화했다. 지난 3월 그룹 합산 순차입금은 11조5000억원으로 2020년 7조4000억원 대비 55% 늘어났다. 주력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그룹 전반의 확대된 차입부담은 이어질 전망이다.

      CJ ENM은 자회사 티빙과 피프스시즌의 실적 부진이 올해 상반기 영업적자의 주된 요인이다. 피프스시즌은 콘텐츠 공개가 지연됐으며 자체 제작 콘텐츠는 흥행하지 못했다. 티빙·피프스시즌의 합계 영업적자는 올 상반기 1641억원인데 작년 한 해 영업적자 1610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피프스시즌 인수(인수대금 약 9300억원)와 피프스시즌 차입금 반영(약 2800억원)으로 차입금이 큰 폭으로 증가한 점도 부담이다. CJ ENM의 연결 순차입금은 올해 6월 약 2조7000억원으로 2021년 약 7000억원의 3.8배다. 미디어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와 복합문화테마파크사업(CJ라이브시티) 추진 등도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CJ CGV는 양호한 편이다. 현금 유상증자(약 4153억원)과 현물출자(약 4444억원)를 통해 9000억원 상당의 자본을 확충하면 재무안정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올해 2분기에는 흑자전환을 했다. 두 신평사는 CJ CGV가 코로나 이전 관람객 수를 회복해 영화관 사업이 정상화하는지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평사뿐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에서 SK·롯데·CJ 세 그룹의 향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며 "작년부터 이슈가 커져 경각심을 갖고 있으며, 세 그룹에 대한 기관들의 부정적 심리가 금방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