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뚜렷해진 F&B 시장…'하이엔드' 브랜드에 몰리는 투심
입력 2023.09.19 07:00
    소비성향 양극화로 '고급' 해외 브랜드 인기
    PEF F&B 투심도 '하이엔드' 집중 심화할 듯
    작년부터 '대중 브랜드' M&A 성적표는 부진
    '성장 한계' 대중 브랜드, '탈출구 찾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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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국내 식음료(F&B)시장은 ‘하이엔드(고급)’ 브랜드들의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고급 브랜드나 ‘해외에서만 보던’ 희소성 있는 브랜드가 인기를 끌며 ‘미국 3대 커피’뿐 아니라 해외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국내 출점에 나서고 있다. 국내 외식업계의 양극화 기류에 F&B 투심도 '하이엔드'로 몰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작년 이후 F&B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 변화를 고려한 투자 및 회수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유명 커피 브랜드 팀홀튼(Tim Hortons) 국내 1호점이 서울 강남 신논현 사거리에 연내 오픈할 예정이다. 전 세계 15개국에서 56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팀홀튼은 매출 기준 글로벌 10위권 안의 대형 커피 체인이다.

      한국에서는 버거킹 운영사 BKR코리아가 팀홀튼 사업을 운영한다. 팀홀튼은 현재 미국의 글로벌 외식기업인 RBI(Restaurant Brands International)가 보유하고 있는데, RBI은 버거킹과 파파이스 등도 자회사로 두고 운영 중이다. 한국 버거킹은 사모펀드(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갖고 있다.

      팀홀튼은 한국을 아시아 진출의 '테스트 베드'로 생각하는데, 실적 부진을 보이고 있는 버거킹이 해외 커피 브랜드로 국내에서 반전을 꾀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피너티 측은 2021년 말부터 한국 버거킹 매각에 착수했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해 작년 말 매각을 철회했다.

      시장에선 버거킹의 이러한 전략이 어떤 성과를 보일 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외식시장 트렌드 변화로 대중적인 패스트푸드 인기가 이전같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탈출구’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경쟁사에선 해외 유명 브랜드의 한국 진출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작년부터 M&A 시장엔 F&B 매물이 쏟아져 나왔지만 좀처럼 거래가 성사되지 못했다. 금리 상승 등으로 M&A 시장이 침체되기도 했지만, 매도자와 매수자간 가격 격차가 커진 점이 컸다. 매도자 입장에선 그동안 밸류업을 많이 해놔 눈높이가 높지만, 매수자 입장에선 성장이 한계치에 닿은 것이 보여 높은 가격을 지불하기 부담스럽다.

      지난해 한국 맥도날드 매각은 동원그룹이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으나 최종 무산됐다. KL&파트너스가 보유한 국내 버거 브랜드 ‘맘스터치’도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 4대 버거 매물 중 몸값을 낮춘 KFC코리아만 올해 국내 PEF 오케스트라PE로 매각이 완료됐다.

      한 M&A 자문사 관계자는 "작년까지 햄버거 업체 매각이 이어졌지만 결국 팔린 것은 수백억원 규모의 KFC뿐이었다"며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식상해진 범용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점점 바뀌는 국내 외식문화 트렌드가 향후 F&B 투자·회수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부진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유행은 이어지겠지만, 최근에는 ‘핫플레이스’나 백화점 ‘팝업 스토어’에 입점이 가능한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공격적으로 출점을 늘리는 저가 프랜차이즈들이 인기였다면 최근에는 일부 지역에만 소수 출점하는 해외 스페셜티 브랜드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위스키 주류 인기가 높아진 점도 ‘고급 소비’에 집중하는 트렌드를 보여준다는 평이다.

      햄버거, 커피 등 ‘대중적인’ 분야도 마찬가지다. 멀지 않은 시기 ‘미국 3대 커피’ 모두를 국내에서 맛볼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 시카고 및 LA 지역 유명 커피 브랜드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sia)’가 연내 한국에 공식 매장 런칭을 준비 중이다. ‘피츠커피(Peet’s Coffe)’도 구체적인 출점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2019년 5월 미국의 ‘블루보틀 커피’가 가장 먼저 국내에 상륙해 화제가 됐다.

      프리미엄 버거 시장은 더욱 치열하다. 현재 국내에는 ‘미국 3대 버거’ 중 2곳이 진출해 있다. 2016년 SPC그룹이 ‘쉐이크쉑(Shake Shack)’으로 포문을 열었고, 올해 6월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 FG코리아가 ‘파이브가이즈(Five Guys)’를 들여왔다. 이외에도 BHC그룹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프리미엄 수제버거 브랜드 ‘슈퍼두퍼(Super Duper)’를 작년 6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현재 현대그린푸드도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재거스'(Jaggers)와 패밀리레스토랑 '부바스33'(Bubba's) 중 한 곳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미국 식품기업 ‘텍사스 로드하우스’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2010년 이후 주춤했던 패밀리레스토랑은 최근 ‘제3의 전성기’라 불릴 정도로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대중화를 택한 ‘마르쉐’ ‘베니건스’ 등은 일찍이 문을 닫았지만 고급화 전략을 편 곳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오히려 실적이 반등했다.

      아웃백은 2021년 매출이 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고, 2022년에도 전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베이사이드PE가 보유한 멕시칸 레스토랑 브랜드 ‘온더보더’도 2019년 흑자를 기록한 이후 매출액 성장을 보이고 있다. CJ그룹의 빕스도 소수 매장 고급화 전략이 빛을 보는 분위기다. 이들 레스토랑들은 강남, 여의도, 광화문 등 도심 오피스 상권에만 위치하며 ‘소비성향 양극화’의 수혜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PEF 관계자는 "소비 성향이 양극화하면서 외식 시장도 고급 브랜드에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하이엔드 쪽을 강화하는 볼트온(Bolt-on) 전략을 펴려고 한다"며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밸류업 할 여지도 남아있기 때문에 ‘똘똘한 소수’에 집중하려는 투자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