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발전 진입장벽 높아지자…손 맞잡는 대기업들
입력 2023.09.20 07:00
    RPS서 분리된 수소발전, 하반기 수소발전 사업자 선정 중
    "재무요건 까다로워"…좁아진 수소발전 진입로에 '합종연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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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수소발전 시장 진출을 위한 대기업들이 손을 맞잡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상반기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개설하며 재무요건, 신용평가등급 요건 등 입찰자 요건이 까다로워진 상황이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에서 수소발전을 분리해 육성하는 제도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과 달리 연료비가 소요되는 까닭에 별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마련됐다. 연료전지, 수소터빈, 암모니아 혼소 등 수소발전 기술들이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산업부는 올해부터 일반수소 입찰시장을 개설해 경쟁입찰을 추진 중이다. 7월 이뤄진 상반기 일반수소발전 사업자 입찰 결과, 5곳의 연료전지 사업자(715GWh)를 최종 낙찰자로 선정했다. 주로 대형 사업자, 대형 건설사가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공고된 하반기 입찰 우선협상대상자는 10월말 선정, 발표될 예정이다. 상반기 입찰에 정부가 제시한 물량의 6배가 몰린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도 경쟁강도가 높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수소발전 사업 진출을 위한 기업들의 협력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해 10월 롯데케미칼과 SK가스, 에어리퀴드코리아는 합작법인 롯데SK에너루트를 설립했다. 설립 이후 첫 사업으로 롯데케미칼 울산공장에 3000억원을 투입,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부생수소 등 연료 및 부지 공급을, SK가스는 부생수소 공급 및 발전사업 역량, LPG 충전소 네트워크 및 운영 노하우 공유를 담당했다. 에어리퀴드코리아는 수소 공급망 및 유통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제공한다는 복안이었다.

      설립 이래 실제로 성과를 내는 모양새다. 올해 상반기 선정된 수소발전 사업자 중 한 곳으로 이름을 올렸다. 롯데케미칼 측은 '미래사업인 수소에너지사업의 첫 번째 성과'라고 밝혔고, SK가스 측은 'SK가스가 추진하는 수소사업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롯데케미칼과 SK가스는 합작법인인 롯데SK에너루트에 각 148억원씩 추가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울산공장 부지에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재원이란 설명이다.

      지난 7월 한화솔루션도 SK디앤디와 함께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장에 공동 진출한다고 밝혔다. 수소발전 입찰시장 참여가 협력의 목적이다. 한화솔루션은 수소연료전지 발전을 위한 부지 확보 및 인허가 신청을 담당하고 SK디앤디는 연료전지 공급과 발전소 운영·관리(O&M)를 맡는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SK에코플랜트도 2020년 연료전지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해 블룸에너지와 합작법인 '블룸SK퓨얼셀'을 설립한 바 있다. 블룸에너지는 효율이 높은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단기간 내 개발이 어려운 연료전지 기술을 협력을 통해 확보했다는 평이 짙다.

      한 수소업계 관계자는 "각자 기업마다 목표로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각자의 역량을 모으는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일단 수소발전 입찰시장으로 분리되면서 기업간 협력 필요성이 생겼다는 평가다. 입찰자 요건이 까다로워진 점이 거론된다. 전력거래소는 입찰자 요건 중 재무요건으로 ▲신용정보업자에서 평가한 신용평가등급이 특정 요건(국내 기업 기준 회사채 BB- 이상 등)을 충족하고 ▲납입자본금이 총 투자비의 1.5% 이상 ▲총 투자비 중 자기자본비율이 15% 이상 등을 내걸고 있다. 상반기 우선협상대상자가 주로 대형 사업자인 이유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경쟁을 거쳐 선정되는 우선협상대상자 수가 많지 않은 점도 협력의 유인으로 꼽힌다. 사업자 수 증가에 따라 경쟁이 심화할 경우 한국전력공사의 전력 매입 단가가 낮아질 수 있는 부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쟁방식에 더해 재무증빙까지 까다롭게 해놓으면서 연료전지사업 진출 자체가 녹록지 않아진 분위기다"라며 "수소발전 입찰시장으로 분리되기 전에는 연료전지사업 관련 아이디어, 정부 부처 관계자와의 관계, 부지 정도만 있으면 사업 진출이 가능했는데 이젠 SPC의 몸집이 중요해졌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