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의 계절…시계 제로 '삼성전자'만 바라보는 삼성물산 주주들
입력 2023.09.22 07:00
    삼성전자 등 계열사 배당금의 60~70% 환원
    실적 부진 길어지는 삼성전자에 속타는 물산 주주들
    "자체 사업만으론 성장 모멘텀 찾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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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연말이 다가올수록 기업들의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인 '배당'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수 년 전부터 주주환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증했는데 실제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주주친화 정책들이 쏟아졌다.

      올해엔 2차전지와 인공지능(AI) 등 테마주들이 여느 때보다 주목을 받았고, 순환매 장세가 지루하게 이어졌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뚜렷한 성장 모멘텀을 찾아보기 어렵단 방증이자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을 예측하기 어렵단 의미이기도 했다. 이런 시기일 수록 테마주보단 안정적인 배당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한다.

      코스피를 지탱하고 있는 가장 큰 축인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의 회복이 언제 이뤄질지는 장담하기 어려운데 이보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삼성전자가 과거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위기감이 더 크다.

      삼성전자의 ‘시계제로’ 상황이 길어질수록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사업적으로만 본다면 주축인 건설부문의 회복세를 가늠하기가 여전히 어렵다. 중동 발 건설바람이 불고, 국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 등 어디까지나 가정에 기반한 장미빛 전망이 대부분이다.

      상사부문의 수익성이 향상되고는 있지만 전사적으론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패션과 리조트의 성과도 미미하기 때문에 삼성물산은 사업적인 부분보다 삼성전자를 지배(?),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그룹 내 위상이 더욱 주목 받는 실정이다.

      주가가 이 같은 상황을 뒷받침한다. 삼성물산의 현재 주가는 3년내 최저점을 겨우 모면하는 수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식가치(약 20조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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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주주들이 믿을 건 계열회사의 후광효과이다. 주가의 흐름도, 실질적인 배당도, 더 나아가 삼성물산의 실적도 삼성전자 등 계열회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물산이 올해 초 발표한 3개년 주주환원정책의 핵심은 관계사 배당수익의 60~70% 수준을 환원하는 것이다. 물론 최소 배당금(주당 2000원)은 유지한다. 사실 관계사의 배당수익만을 재원으로 삼아 주주에게 배당하는 대기업들의 실질적 지주회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GS, 별도 재무제표 기준 최근 3개년 평균 당기순이익의 40% 이상(2023년 발표) ▲LG,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50% 이상(2022년 발표, 배당정책에서 배당금 수익 한도 문구 삭제) ▲CJ, 개별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 70% 이상(2023년 발표) 등이 대표적이다.

      시가총액이 유사한 기업들과 비교해도 배당 재원만으로 재배당에 나서는 기업은 많지 않다. SK㈜는 삼성물산과 유사하게 배당수입을 주주 배당의 재원으로 삼고 있는데, 삼성물산과는 달리 최소 한도(30%)만 정하고 상한은 없다.

      삼성물산 배당의 상당 부분은 삼성전자가 차지한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지분 약 5%, 삼성생명 약 19.3%, 삼성SDS 약 17%, 삼성엔지니어링 7%, 삼성바이오로직스 4.3% 등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계열회사로부터 지난해 약 6400억원의 배당금을 수치했는데 삼성전자(약 5000억원)와 삼성생명(약 1000억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장기간 적자에 허덕였던 삼성엔지니어링은 아직 주주배당을 재개하지 못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여전히 배당을 하지 않는다.

      이는 삼성전자의 배당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이상 삼성물산 주주들의 배당금도 최소 수준(주당 2000원)에 머무를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배당정책은 현금흐름(FCF)의 50%를 환원하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2022년(회계연도 2021년)에 계열회사로부터 약 1조5400억원을 수취했는데, 삼성전자 영향으로 2023년(회계연도 2022년)에는 6400억원으로 절반 이상 배당 금액이 줄었다. 이로 인해 주주들에게 지급되는 배당금 총액도 같은기간 약 6900억원에서 3760억원으로 감소했다.

      물론 삼성물산이 올해 초 발표한 주주환원책에서 눈여겨 볼만한 점도 있었다. 전체 주식수의 약 13%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향후 5년에 걸쳐 분할 소각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발표한 주주환원책에는 1.5% 수준의 자사주 매각 방안이 담긴 바 있다. 자사주 소각은 가장 확실한 주주환원책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추후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분할의 방식을 택할 경우 일명 자사주의 마법을 포기한단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삼성물산이 발표한 자사주 활용 계획은 매입 후 소각이 아닌 현재 보유중인 자사주를 소각하는 전략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그룹 내 위상에 걸맞지 않게 이목을 끌만한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기업이 돼버렸다"며 "배당을 비롯한 주주환원책 또한 개별 주주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기 보단, 미래를 대비해 회사 내 현금을 쌓아두겠단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